'푸드 크로니클' PD "음식엔 인생의 질문들 담겨있다고 생각" [N인터뷰]②
- 안태현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와 '요리인류'를 연출한 이욱정 PD가 티빙과 손을 잡고 새로운 요리 다큐멘터리를 내놨다. 지난달 20일부터 티빙에서 공개 중인 다큐멘터리 '푸드 크로니클'이다. 감싸거나(Wrap), 동글납작하거나(Flat), 쌓아올린(Layer)다는 3가지 주제로 맛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푸드 크로니클'. 음식과 문화인류학을 연결 짓는 이번 프로젝트로, 이욱정 PD는 더욱 풍부한 다큐멘터리를 완성해가고 있다.
만두, 쌈, 타코, 피자, 팬케이크, 샌드위치, 초밥, 케이크 등 세상을 바꾼 8가지 음식을 다루고 있는 '푸드 크로니클'. 지난 3일까지 공개된 만두, 쌈, 타코 편에서는 어떻게 이 음식들이 탄생하게 됐고, 이 음식들에 어떤 문화인류학적인 부분들이 녹아들어 있는가를 깊이 있게 다뤄내면서 많은 다큐멘터리 팬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요리인류 검벽돌집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욱정 PD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부터, '푸드 크로니클'을 제작하기 위해 공을 들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고, 약 10개국을 방문했다는 이욱정 PD. 그가 '푸드 크로니클'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대해서 들어봤다.
<【N인터뷰】①에 이어>
-지금은 정말 다양한 음식을 주제로 한 콘텐츠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먹방에 대해서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저는 먹방은 사람들이 외로워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원래 밥을 같이 먹는 존재였는데 어느 순간 바쁘기도 하고 여러 사람 모이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 탓에 혼자 밥을 먹게 됐다. 그러면 늘 느껴지는 빈 구석이 있다. 왜냐 수만년 동안 함께 먹어왔기 때문이다. 10년 전에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에 그게 일반화됐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 내 반대편에서 먹는것을 원하게 된 것도 있다. 먹방은 이런 혼밥 시대에 대리 충족을 위해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제가 하나 해보려는 시리즈가 '고독한 미식가'와 관련된 거다. 이번에 '고독한 미식가'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하게 되는데 이 때 다큐멘터리 '고독한 미식가'도 동시에 나갈 예정이다. 원래 일본 시리즈도 뒤에 짧게 다큐멘터리가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45분에서 50분 짜리 다큐로 만들 예정이다. 사실 '고독한 미식가'라고 하는 만화나 드라마가 왜 인기를 끌까를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먹는 것에서 얻는 행복감이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일상적인 행복감이지만 거기에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아늑함, 즐거움이 다 있다. 그것들이 다 합쳐진 것이 먹방이고 오늘 날 음식 콘텐츠가 넘쳐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 과정에서 요즘 푸드멘터리라는 장르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 변화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누들로드' 할 때는 다큐 전성시대였다. 그러면서 '요리인류'가 나오고 급속도로 채널들이 다양화 됐다.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가지고 있는 미덕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인간은 결국 지적호기심을 가지고 싶은 존재라는 거다. 질문에 대해서 답을 알고 싶어 한다.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답을 가지고 싶어한다. 음식도 알고서 먹으면 즐겁다. 그런 면에서 푸드멘터리는 먹방이나 숏폼이 해주지 못하는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 시켜줘야 한다. 음식을 통해서 더 큰 세상을 이해하려는 욕구를 채워주는 게 푸드멘터리라고 생각한다.
제가 하는 다큐멘터리는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문화라는 레이어 안에서 살고 있다. 그 속에서 내 삶이 완성되어 간다고 느낀다. 삶을 구성하는 데에는 옷도 있고 물질적인 것도 있지만 정신적인 것도 있다. 삶과 죽음의 문제. 죽으면 어떻게 되지라는 이런 큰 질문들이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다. '푸드 크로니클' 1회인 타코 편에서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타코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온다. 제가 만든 푸드멘터리에는 타코라고 하는 서민적인 음식 안에 여러가지의 스토리, 인생의 질문들이 담겨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OTT에서 만든 첫 다큐멘터리이기도 한데.
▶보통의 다큐멘터리나 지상파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는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깊이 있게 못 간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채널 돌아간다. 근데 OTT는 젊은 층이다. 젊은 층은 지속적으로 집중해서 보는 게 재밌지 않으면 안 본다. 하지만 저는 믿음이 있었다. 티빙에서 이걸 클릭해서 볼 분들은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싱미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그 사람들에게는 좀 더 깊이 있는 음식 교양을 제공할 수 있는 거다. 학교 강의도 재밌게 하는 사람이 있고 지루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OTT에서 푸드멘터리가 살아남으려면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되 흥미를 끌게 만드는 장치들이 많이 들어가야 했다. 그런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푸드 크로니클'의 특징은 정보의 깊이를 과거 지상파 때보다 훨씬 강화했다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다큐멘터리 제작에 힘쓰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제가 KBS에서 25년 있었다. 저의 첫 직장이자 마지막이 됐다. 근데 출근하는 게 저에게는 그냥 동아리방 가는 느낌이었다. 다큐멘터리 만드는 것 자체가 그냥 내 존재 자체다.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 무엇일까. 이런 걸 생각할 때 우리는 외부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좋은 학교에 간다든지, 좋은 직장에 간다든지 등등 외부에서 찾는다. 외부에서 삶의 원동력을 찾으면 어느새 번아웃이 온다. 그래서 존재의 의미 자체를 나라는 내부에서 찾으면 좋곘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내부 원동력은 호기심이다. 알고 싶다는 것들이 내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이상 알고 싶을 게 없을 때까지 만들 것 같다.
-가장 마지막으로 다루고 싶은 음식 시리즈가 있다면 무엇인가.
▶최후의 시리즈가 있다면 전세계 제사 음식에 대한 걸 만들어 보고 싶다. 저는 제가 만약 죽는다면 상갓집에서는 다른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 저 같은 경우는 냉면을 대접하고 싶다. 평양냉면을 좋아해서 냉면을 대접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정말 즐거워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장례식에 왔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만찬이 됐으면 좋겠다. 제작자로서는 망자의 식탁을 다루고 싶다. 인간은 죽어서도 제삿밥을 먹는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먹고 죽기 전까지 무엇인가를 먹어야 한다. 그런면에서는 식이라는 행위 자체가 인간이 가지는 가장 큰 속성이 아닐까 싶다. 거기서 더욱 인간적인 속성이 있다면 인간은 음식에 대한 의미까지 먹는다는 점이다.
-이번 '푸드 크로니클'에서 꼭 봐야하는 편이 있다면 무슨 편인가.
▶다 봐야지 않겠나.(웃음) 이번에 다루는 음식들은 정말 전세게 누구나 다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게 이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걸 담고 있다. 피자는 나폴리에서 시작됐지만 세상을 홀린 음식이다. 이때까지 얼마나 많은 음식들이 만들어졌겠나. 하지만 글로벌을 홀린 음식은 몇 개 안 된다. 그 음식들이 가지고 있는 성공의 비밀, 매혹의 비밀이 있을 수 있다. 그걸 형태로 본 거다. 결국 그게 중요한 거라서 꼭 다 봐야한다. 순서는 취향에 따라서 봐도 된다. 하지만 한 카테고리를 다 보면 제작의 의도를 더 수월하게 알 수 있을 거라고 본다.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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