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톱게이'로 20년, 새로 얻은 '꼰게이' 별명도 좋죠" [N인터뷰]①

웨이브 '메리퀴어' MC로 활약

방송인 홍석천/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성소수자가 나오는 리얼 관찰 예능 '메리퀴어'를 기획한다는 제작진의 말에 홍석천은 "너희들 정말 미쳤구나"라고 했단다.

22년 전 커밍아웃을 하고 대표적인 게이 연예인으로 살며 세상이 바뀌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몸소 겪었기 때문. 조마조마한 마음에 방송 전까지 어디에 말도 못 했다던 홍석천에게 '메리퀴어'는 수많은 출연작 중의 하나가 아니었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고, 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20대 초중반의 성소수자들과 만나 그들의 일상, 삶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꿈꾸는 미래를 공유했다. 그들에게 '선생님' 소리를 듣고 절친 신동엽에게 '꼰게이'(꼰대 게이)라는 놀림도 받지만 홍석천은 새로운 별명이 싫지 않다.

"'선생님' 덕분이다"라는 말에 "지난 속상함이 다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는 홍석천.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커밍아웃이었지만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또 다른 누군가가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음을 다시 깨달았다.

더디지만 변화는 계속 되고 있었다. 홍석천 역시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도록 더 공부를 하고 싶단다. '톱게이로 살다가 할게이로 저물다'라는 말을 먼 훗날, 자신의 작은 비석에 새길 수 있었으면 한다는 홍석천과 나눈 이야기다.

방송인 홍석천/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메리퀴어'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성소수자가 출연하는 리얼 예능 프로그램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충분히 걱정스러워 하는 반응이 있었을 거다. 나도 고민이 컸다. 20년 전에 커밍아웃을 했고, 그 이후에 성소수자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KBS JOY 'XY그녀'/2012년 방송)이 있었는데 1회만에 폐지된 적이 있다. 그 뒤로 10년이 지났다. 많은 분들이 다양성에 대한 고민도 하고 열린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물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제작진이 처음 출연을 제안했을 때도 방송이 될지 확신이 없었다고.

▶(웃음) '너희들 미쳤구나' 했다. 방송이 될 때까지 어디에 얘기하기도 두렵고 걱정되어서 조심했다. 10년 전에 엎어진 경우도 있었고 누구보다 커밍아웃을 하고 굉장히 많은 반대를 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방송이 나간 후에 제 주변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너무 의미있게 봤다' '생각이 많아졌다' 등의 반응을 보내주셔서 다행이었다. 외국 친구들은 '한국에서 드디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냐'라며 대단하다고 하더라. '메리퀴어'를 통해 어린 나이의 성소수자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퀴어에 대해) 공부를 하고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고 생각을 갖기까지 선생님 덕분이다'라며 고마워 하더라.(웃음) '나 선생님 아니야, 젊어'라고 답했다. 한편으로 보람을 느꼈다.

-제작진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다. 이런 프로그램이 선례가 있던 것도 아니고 소수자의 시선이나 상황을 정확히 알기도 어려웠을 테니.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고 해서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데 치우치지 말자고 했다. 물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테니 나도 열심히 설명해줬다. 제작진도 신중한 자세로 접근했고,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방식이 좋았다.

방송인 홍석천/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신동엽, 하니와의 호흡도 좋았다. 특히 신동엽과는 진짜 친구이기에 나오는 케미스트리가 있더라.

▶(신동엽이) 흔쾌히 출연한다고 해서 고맙더라. (제작진이) '누구와 같이 하고 싶냐'고 묻길래 '베스트는 신동엽이지'라고 했지만 진짜 출연할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그런데 너무 흔쾌히 '오케이'를 해줬다. 워낙 다양함에 대해 열려있는 사람이고 최고의 MC 아닌가. 어두운 분위기로 흘러갈 때는 동엽이가 잘 풀어주고, 서로 눈빛만 봐도 이야기가 통한다.

-신동엽은 어떤 친구인가.

▶동엽이는 정말 바쁜 친구여서 자주 보기도 힘든데 프로그램을 하면서 만나게 되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식사도 하는 사이다. 정말 편하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신동엽씨가 내 캐릭터를 잘 만들어주기도 하고, 나도 잘 받아먹기도 하고.(웃음)

-'메리퀴어'는 홍석천씨가 '요즘 퀴어'에 대해 알아가는 방송이기도 하더라. MZ세대 성소수자들을 만난 소감이 어떤가.

▶MZ세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느꼈지.(웃음) 나 때만 하더라도 내 주변 한 두 명에게 (성정체성)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두렵고 힘들었는데, 이 친구들은 용기를 내는 것에 주저하지 않더라. 그 당당한 모습에 놀랐다.

방송인 홍석천/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그래서 '꼰게이'(꼰대게이)라는 별명이 생기지 않았나.

▶그래도 이 별명이 반갑다. 탑게이로 22년을 살았는데 사실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내가 가져야 할 무게감이 나이를 먹을수록 크게 와닿고 지치기도 했다. 내가 언제까지 (성소수자) 대표성을 가진 인물이어야 할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유튜브나 방송이나 여러 채널에서 많은 친구들이 나오고 있지 않나. 이러다가 더 밀리겠다 싶고,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메리퀴어' 출연자들이 연애, 결혼, 커밍아웃, 인생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는 걸 보면서 자신의 인생도 돌아봤을 것 같다.

▶그들의 고민이 내가 했던 고민과 비슷하더라. 타임머신을 타고 내 인생을 돌아보는 기분이었다. 결혼 고민도 비중있게 나오는데, 나는 내가 결혼을 꿈 꾸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불가능하겠지'라며 살았는데 (출연자들이) 용기를 내서 자신의 인생의 목표를 실현하는 걸 보면서 거꾸로 내가 배우는 것이 있더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나.

▶글쎄, 요즘 보면 모든 게 다 이벤트고 모든 게 다 콘텐츠다. 내가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고 '꼰게이'가 아니라 꼰꼰할배게이 '할게이'가 됐을 때 콘텐츠로 선보이겠다.(웃음) 커밍아웃도 그랬고 나는 1호가 아니면 안 하는데 어떤 목표를 가져야할 지 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N인터뷰】②에서 계속>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