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대엽 "카피추 뜨고 번아웃…다 내려놓고 컴백" [코미디언을 만나다]①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부캐 열풍이 불었던 2020년, 개그맨 추대엽(44)은 카피추로 데뷔 18년 만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2002년 MBC 1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후, 성식이 형과 천엽, 조간우 등 음악 코미디를 활용한 캐릭터로 주목받았지만 그에게 가장 큰 인기를 안겨준 캐릭터는 다름 아닌 카피추였다. 추대엽은 카피추가 자신과 가족을 살려준 부캐라며 깊은 애정을 내비쳤다.
카피추는 방송인 유병재의 유튜브 채널 출연을 계기로 인기를 끌었다. 개량한복을 입은 자연인이 콘셉트로, 선보이는 노래마다 표절이 되는 웃음 포인트로 화제를 모았다. '선릉역으로' '달려있는 하니' '아기상어라지만' '곽철용의 숲' '아모르게따' 등이 그 화제의 곡이다. 카피추가 직접 작사, 작곡을 했던 순수 창작곡 '그냥 웃지요'는 비극적인 가사와 절규 창법으로 여전히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추대엽은 카피추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유병재와 함께 출연해 주목을 받는가 하면, 각종 광고까지 휩쓸며 인기를 누렸지만 2020년 10월 이후 휴식에 들어갔고 근황이 전해지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러다 지난달 14일 '내 지갑에 있는 돈 다 갖다써라'라는 제목의 신곡으로 1년 9개월 만에 컴백했다. 작사와 작곡 모두 절친한 코미디언 동료인 이수근이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추대엽은 이수근이 뮤직비디오를 자비로 제작해줬다며 동료들의 큰 도움이 있었기에 컴백이 가능했다고 했다. 그는 오랜만의 복귀에 대해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털어놨다. 또 그는 카피추로 인기를 얻은 후 번아웃을 경험했던 시간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이젠 많이 내려놨다"며 "아이디어는 내가 즐기면 잘 떠오른다"는 말과 함께 "이번엔 순수 창작곡으로 대중 분들에 진지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바람도 털어놨다.
번아웃을 겪은 후에도 또 다시 코미디를 이어가는 원동력도 궁금해졌다. 추대엽은 "모든 것은 유병재 덕분"이라는 답변을 전했다. 생계가 어려웠을 당시 카피추를 탄생시킬 수 있도록 연락해준 유병재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도 했다. "내게 코미디는 애증"이라지만 MBC 공개 코미디가 사라졌을 때도, 지금도 웃음을 위해 다음의 도전을 이어가는 그다. [코미디언을 만나다]의 스물여덟 번째 주인공, 추대엽을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카피추로 1년 9개월 만에 컴백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특별한 건 없었다.(웃음) 다만 카피추로 잘 되고 너무 바빠서 몸이 견뎌내질 못했다. 개그맨으로 일을 해오면서 18년, 19년 동안 이렇게 일을 많이 해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은 과할 정도로 많이 쉬면서 일을 했었는데, 자고 일어났는데 일이 너무 많아져 있었다. 많이 지치면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건강 때문에 휴식기를 가진 것인가.
▶그렇다. 하루도 쉬지 못했다. 창조의 밤도 하고, 일도 하고 광고도 찍고,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연락도 너무 많이 와있고 이런 일상이 계속됐었다. 그러다 보니 몸이 견뎌내지 못했다.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나' 하면서 이를 악물었는데 늘 두통약을 달고 살았고 링거를 맞으면서 일했다. 지금은 많이 내려놓긴 했지만 당시엔 주변의 기대치가 많다 보니까 '더 재밌어야돼' 하다 보니 번아웃 이상의 뭔가가 왔다. 샌드박스와 계약이 종료되면서 쉬고 싶기도 했다. 사람들은 '무명이 그렇게 길었는데 쉬는 게 말이 되냐' 하는데 몸 상태가 더는 버틸 방법이 없더라. 건강검진을 받으면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뭘 못하겠더라.
-휴식기엔 어떤 시간을 보냈나.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알게 모르게 광고도 찍고 로고송도 만들었다. 그러던 찰나에 수근이 형에게 연락이 왔다. 수근이 형과는 20년지기다. 개그맨 지망생부터 같이 살았고, 개그맨 시험도 같이 봤었다. 당시 저만 MBC에 붙고 제가 먼저 데뷔했던 일화가 있다.(웃음) 형이 '뭐 하나 만들어봤다'며 노래를 보냈다. 이전에 바빠서 생각만 하고 있던 걸 이제 같이 만들어보자 해서 많은 도움을 받아 만들게 됐다. 제가 소속사가 없어서 쇼케이스까지 (윤)형빈이가 도와줬다. 뮤직비디오도 수근이 형이 자비로 찍어줬다. 감독은 신동이 맡아줬다. 고마워서라도 활동을 많이, 잘 해야 한다.(웃음)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신곡도 내게 됐는데, 다시 활동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부담감도 컸을 것 같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또 같은 걸 똑같이 하면 좋지 않게 보는 반응도 있을 거다. 반면 똑같은 것이라도 그걸 원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이번에는 그동안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오랜만의 컴백에 보내준 반응 중 어떤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나.
▶'이거 노래 왜 좋아?'하는 반응도 있더라.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다행이다. 여름에 어울리는 흥겨운 노래라는 반응도 좋다.
-장르가 댄스 트로트다. 이 장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작년에 MBN '보이스트롯'에 나간 적이 있다. 경연까지는 생각이 없다가 거기까지 가게 됐다. 절친한 친구인 육중완도 함께 해줘서 기억에 남는 트로트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 또 수근이 형이 노래를 좋아하고 잘 하는 줄만 알았는데 트로트도 잘 하는 줄 몰랐다. 그런 맥락이 있어서 트로트를 선택하게 됐다.
-뮤직비디오에 전원주 배우도 출연했다.
▶랩에 전원주 선생님이 언급되는 가사가 나온다. 랩은 전원주 선생님이 해주시면 재밌겠다 했다. 이 노래를 살릴 수 있는 분이시기도 해서 만나뵈러 갔었다. 정중하게 인사드리고 설명을 드렸더니 흔쾌히 '내가 해줄게'라고 하시더라.
-뮤직비디오 감독은 신동이 맡았다.
▶신동은 수근이 형과도 친하고 저와 라디오 '심심타파'로 인연이 있어서 흔쾌히 찍어줬다. 신동이 카피추 캐릭터에 정말 애정이 많다. 카피추의 노래 대부분이 '심심타파'에서 했던 거다. 카피추가 잘 되고 누구보다 축하해주고 기뻐해준 사람이 신동이다. 뮤직비디오가 박재범 아이유의 '가나다라'를 패러디한 것인데 모두 감독인 신동이 하라는대로 촬영했다.(웃음) 아이돌처럼 찍어야 해서 어색했다.(웃음)
-돌아온 카피추에게 변화가 있다면.
▶이번 곡은 순수 창작곡으로, 음악 코미디이기도 하다. 밑도 끝도 없이 장난치는 음악이 아니란 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대중분들에 진지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앞으로 어떤 신선한 곡을 또 들려줄지 팬들의 기대가 크다.
▶아이디어는 내가 즐기면 잘 떠오른다. 이전에 화제가 됐던 곡 모두 부담 없이 즐겼을 때 나올 수 있었다. 이번에는 순수 창작곡을 만들어놓은 게 많다. '무명블루스'라는 곡을 만들어놨었다. 경연 때 블루스 장르에 도전하기도 했는데 그때 들은 얘기가 '한이 많다'는 말이었다. 그때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블루스구나' 했다. '무명블루스'는 무명 때의 자서전 같은 곡이다. '세상이 나를 모르고 나를 너무 몰라준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세상을 몰랐다'는 게 내용이다.
<【코미디언을 만나다】추대엽 편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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