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방원' 주상욱 "말 죽음 사고, 마음 타들어갔다…저도 죄송" [N인터뷰]②

'태종 이방원' 이방원 역

배우 주상욱/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 뉴스1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인 KBS 1TV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극본 이정우/ 연출 김형일, 심재현)이 우여곡절 끝에 이달 1일, 32회를 끝으로 종영을 맞았다. '태종 이방원'은 지난 2016년 방송된 '장영실'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대하사극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나름 성적까지 거뒀지만, 촬영 중 말 사망 사고가 있었던 사실이 올 1월 뒤늦게 알려지며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에 사과 속에 한달 간 결방했다. 하지만 재정비 기간을 거친 후 돌아온 '태종 이방원'은 다시 10%대 시청률 찍으면서, 대하사극 부활을 제대로 알렸다.

타이틀롤을 맡았던 주상욱의 부담감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간 여러 드라마에서 '여말선초'(고려 말기 조선 초기) 이야기를 많이 다뤄왔고, 많은 배우들이 이방원 역을 소화했기에 자연스럽게 다른 배우들과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개인적으로 첫 대하사극이라는 점과, 대하사극 부활의 선봉에 서야 한다는 측면은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주상욱은 이런 부담감을 떨쳐내고, 1회부터 이방원에 적응한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여들게 했다. 특히 이방원의 전 생애를 오롯이 연기해내며, 대학사극 치고는 짧은 32회 동안 그가 겪어야 했을 삶의 고초와 고민들을 안방극장에 전달했다. 또한 강력한 힘의 군주였던 이방원의 인간적인 면모에 더욱 집중하면서 주상욱은 '태종 이방원' 속에서 자신만의 이방원을 표현해낼 수 있었다.

'태종 이방원' 종영 후 최근 주상욱을 만났다.

배우 주상욱/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 뉴스1

<【N인터뷰】①에 이어>

-드라마 중간에 말 죽음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가 됐는데, 당시 올림픽이랑 맞물려서 한달 정도 방송을 쉬었다. 그때 지인들이 저한테 전화도 걸지 못했다. 저도 미안하고 죄송했다.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마음이 정말 타들어갔다.

-평소에 사극이나 역사를 좋아헀나.

▶사실 역사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 평범한 수준이다. 이걸 하기 전에 논문들을 살펴보면서 조선시대 얘기를 보니 재밌더라. 공부도 많이 했다. 사실 그 유명한 수양대군도 세종의 아들인 걸 몰랐다. 그냥 이전에 저한테 수양대군은 이정재였을 뿐이었다.(웃음) 민씨 집안에 대해서도 잘 몰랐는데 후에 명성황후도 민씨 집안에서 나오고 그런 상황들이 재밌더라. 역사라는 게 재밌는 것 같다.

-이방원은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는 인물이기도 한데, 그런 상황을 그리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나.

▶연기할 때는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 그대로 진짜 열받더라. 진짜 열받고 보시는 시청자들을 위해서 더 억울하게 연기하는 부분이 있었다. 근데 이방원이 아버지가 됐을 때 그 아들들이 똑같이 할 때는 더 열받았다. 만약 현실이었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아버지가 되어보니 이성계가 한 행동이 이해가 되더라.

-인물과 닮은 부분이 있다면.

▶사실 이방원도 냉정하게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 같지만 마음이 약한 인물인 것 같다. 우유분단함은 아니지만 마음이 약한 게 저랑 비슷한 것 같다. 그외 달랐던 점은 다 다른 것 같다. 이방원은 뭘 할때 칼 같이 끊어버리는 데 저는 그러지 못한다. 너무 다르다.

-그러면 이방원의 형제 중 비슷한 인물이 있나.

▶첫째 방우는 자기 만의 신념을 가지고 모든 걸 버리고 떠나는데 저는 타협하는 스타일이다. 둘째 방과처럼 의리있게 끝까지 지키는 스타일도 아닌 것 같다. 셋째 방의도 술에 물 탄듯 물에 술 탄듯한 느낌인데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넷째 방간 같은 느낌도 아닌데, 이렇게 생각해보니 이방원이랑 저랑 많이 닮은 것 같다.(웃음)

배우 주상욱/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 뉴스1

-가장 신경을 쓴 회차가 있다면.

▶저희는 뭔가 드라마의 상승세는 1차 왕자의 난이라고 보고 총력을 기울여 촬영했다. 그때는 정말 상승세가 어마어마했다. 내부에서도 난리났을 정도였으니깐. 그래서 그 추운 겨울에 정말 열심히 촬영을 했다. 많은 분들이 1차 왕자의 난을 가장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그때…(논란이 일어났다).

-극 중 아내이자 원경왕후 민씨 역의 박진희와 호흡은 어땠나.

▶민씨가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은 이방원이 왕이 되고 나서부터였다. 감독님도 그때를 위해서 박진희 배우를 캐스팅한 거였다. 그런데 민씨와 이방원의 이야기를 그릴 시간이 너무 없었다. 최대한 짧은 시간에 최대한 압축해서 두 사람의 관계를 표현해야 했다. 연기적인 측면에서는 (박)진희와는 워낙 잘 아는 사이였으니깐 호흡이 잘 맞았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편안하게 잘 지냈다.

-작품 속 아버지인 태조 이성계 역의 김영철 및 이성계의 사랑을 독차지한 두번째 부인이자 조선 최초의 왕비 신덕왕후 강씨 역의 예지원과 호흡은 어땠나.

▶김영철 선생님은 워낙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이시고, 거의 사극에서는 신의 단계에 오르신 분이라 초반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선생님이 '사극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시면서 초반에 가르침을 받았다. 예지원 누나는 본인도 사극을 처음해서 어떻게 해아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당시에 김영철 선배님과 부부니깐 김영철 선배님이 하나하나 가르쳐주셨다. 저랑도 호흡이 되게 좋았다. 모든 촬영장이 즐거웠다. 즐거웠는데 강씨(예지원 분) 목 조르는 장면에서 방송이 한 달 쉬어버렸다. 한달을 강씨 목을 조르고 있더라.(웃음)

-다른 역사적인 인물을 맡고 싶은 게 있나.

▶왕이 아니더라도 역사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건 좋은 것 같다. 그렇다고 계속 사극만 하고 싶다는 건 아닌데, 사극이 재밌는 부분도 큰 것 같다.(웃음)

-시청자들에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우선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정말 의리다, 의리. 끝까지 관심 가지고 봐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앞으로 사극에서 자주 뵐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아무튼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