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의 실패 걸쳐 완성된 기웅넘버원…양기웅의 칠전팔기 [코미디언을 만나다]②
- 안태현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방송국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도 이제 유튜브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기존의 코미디언들 역시 유튜브로 넘어가 각양각색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tvN '코미디빅리그'도 유튜브 전용 코너들을 만들면서 새로운 세대들에 맞춤형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오동대학'의 '기웅넘버원'(기웅 NO.1) 역시 유튜브 코너를 통해 탄생한 캐릭터였다.
기웅넘버원을 연기하는 양기웅은 지난 2013년 '코미디빅리그'로 데뷔해 벌써 10년 차 코미디언이 됐다. 그간 많은 코너 속 캐릭터를 통해 얼굴을 알려왔던 양기웅은 기웅넘버원으로 제대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5조원을 들여 12번의 실패를 겪고 13번째 성공적인 연구로 만들어진 최첨단 A.I 스튜던트'라는 설정을 가진 기웅넘버원. 딱딱한 로봇 말투와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듯한 행동의 조화가 이뤄지면서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12번의 실패를 겪고 13번째 성공적인 연구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양기웅의 실제 경험담이 녹아든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역시 잠시 코미디언의 길을 접고 회사생활을 한 뒤, 다시 무대에 돌아온 경력이 있기 때문.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겪고 기웅넘버원이라는 캐릭터로 다시 일어난 양기웅. 그의 코미디를 향한 의지는 더욱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기웅넘버원을 통해 코미디 꽃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양기웅(32)을 [코미디언을 만나다] 스물네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코미디언을 만나다】양기웅 편 ①에 이어>
-처음 개그맨의 꿈은 어떻게 꾸게 됐나.
▶원래는 기계설계학과를 나와서 기계 설계 쪽 회사에 취업을 했었다. 그런데 12시간 동안 컴퓨터에 있는 설계 도면만 보다 보니깐 우울증이 오더라. 그래서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고 개그를 해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러니깐 아버지가 '지금 날 웃겨봐'라고 얘기하시더라. 제가 장남이다 보니깐 집에서는 얌전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웃겨봐'라고 하는데 웃기지를 못하겠더라. 그렇게 25세까지 다시 직장에 취직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2013년에 아는 친구가 KBS 공채 개그맨 시험을 한다길래 시험을 보라고 하더라. 제가 친구들 앞에서는 동네 개그맨이었다. 그런데 콩트를 한다는 게 어렵더라. 결국 KBS 공채 개그맨 시험을 놓쳤는데, 그 당시 코코엔터테인먼트에서 개그맨 연습생을 모집하는 기획을 했었다. 그때 지원을 했는데 콩트는 못하고 개인기를 했었다. 당시에 했던 개인기가 아이스크림 CF를 따라하는 거였는데 마지막에 팔을 치켜드는 포즈를 취하는데 겨드랑이가 땀에 젖어있었다. 그걸 보고 다들 좋아하셨고, 덕분에 개그맨 연습생이 될 수 있었다.
-'코미디빅리그'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었나.
▶이후에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어느날 포털사이트에서 '코미디빅리그'랑 같이 공모전을 한 적이 있었다. 끼많은 사람들을 '코미디빅리그'에서 모집을 하는 거였다. 그때 저는 비트박스도 하고 매미 성대모사도 했었다. 그런데 제 영상 조회수는 120회 정도밖에 안 되더라. 다른 사람들은 콩트를 하는데 저 혼자 개인기를 했으니깐. 하지만 당시에 '코미디빅리그' 작가님이 따로 저한테 연락이 왔었다. 너무 재밌다고. 저는 조회수랑 추천도 적었는데 그냥 저한테 상을 줬다. '마법의 캐릭터상'이라고. 당시 김석현 PD님이 저를 뽑아주신 거였다.
-초기 '코미디빅리그' 때는 극단 출신도, 공채 출신도 아니다 보니 적응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저는 그때 개그 짜는 법도 몰랐고 연기도 잘 못했다. 그래서 '다시 극단에 들어가야 하나'라고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박준형 선배, 문세윤 선배, 김대범 선배, 최군 선배 이렇게 해서 '신조어천가'라는 코너를 했었다. 그런데 그것도 얼마 안 가 코너를 내렸다. 이후에는 조용히 지내면서 어깨 너머로 개그 짜는 것을 배우고 연기하는 것도 배우면서 지금의 양기웅이 조금씩 만들어졌다.
그리고 제가 2013년에 들어왔을 때는 동기가 없었다. 제가 들어오고 나서 반년 정도 있다가 '코미디빅리그' 신인 1기를 뽑았는데 그때 뽑힌 분들이 김완배, 하준수, 이은지, 양배차 등이었다. 사실 제가 반년 정도 먼저 뽑혔으면 선배인 건데 저는 굽히고 동기로 넣어달라고 했다. 처음에 저보고 그 친구들이 선배님이라고 하는데 그때 저는 개그 시작한지 5개월 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래서 '저 선배 아니'라고 개그 좀 알려달라면서 얘기했다. 동기들한테 개그도 정말 많이 배웠다. 너무 고마웠다.
-코미디를 하다 잠깐 그만둔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코미디빅리그'에서 유튜브 콘텐츠가 없었을 때였다. 이후에 '오동 엔터테인먼트' 코너로 유튜브 콘텐츠를 처음 시작했다. 제 동기 중에 손민수라고 지금 '엔조이 커플'로 엄청 잘 나간다. 그 친구는 어떻게 그렇게 세상의 흐름을 빨리 알았는지, 지금은 대박이 나서 거의 중소기업 급으로 자리를 잡았다. 저도 열심히 개그를 해왔다. '코미디빅리그'에서도 이진호 선배랑 같이 4주 동안 '개그타짜 곽철용' 코너로 1등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터졌는 데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우가 줄더라. 500명 대를 유지하다가 499명이 됐을 때 진짜 충격을 받았다. 7년 동안 진짜 열심히 했는데, 사람들이 이제 정말 TV를 안 보시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때 이제 유튜브도 점점 올라올 때였고 그래서 빨리 그만두고 유튜브를 해봐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먹방도 하고 엄청 노력을 했다. 돈이 없으니 먹을 것도 라면만 먹고 하다보니 그때 살도 엄청 많이 쪘다. 그런데 유튜브 조회수도 100회 정도로 나오니깐 정말 다른 일을 해야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잠깐 직장을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가 TV조선(TV CHOSUN) '국민가수'를 나가게 됐다. 이후에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 섭외가 와서 양승원과 함께 '양대산맥'으로 팀을 꾸려서 무대를 서기도 했다. 그러다 정말 나는 무대에 서야겠구나를 느꼈고 다시 개그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잡게 됐다.
-힘든 개그맨 생활을 버텼던 원동력이 있다면.
▶제 직업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정말 개그맨이라는 게 천직인 것이, 무대에 섰을 때의 설렘과 제 차레가 오기 전까지의 두근거림, 제가 개그를 하고 관객들이 웃어줄 때의 그 희열에 대한 중독성이라는 게 있다. 또 주변에 있는 이은지씨도 지상파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김혜준씨도 자리를 잡아가고 잇다. 그런데 사실 돈이 가장 크지 않나 싶다.(웃음) 제 원래 꿈은 결혼해서 좋은 아빠가 되는 거였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좋은 아빠라는 게 결국 돈이 필요하지 않나.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개그 뿐이더라. 그러니깐 결국 먹고 살려고 하는 것 같다.(웃음)
-본인에게 코미디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
▶친구다. 프로그램이지만 친구처럼 TV를 틀면 약속을 한 것처럼 나오지 않나. 그걸 봤을 때 행복해지고, 서로 공유하고, 정말 친구 같은 것이 아닐까. 저에게도 개그를 하면서 운 적도 있고 웃을 때도 많고 정말 친구 같은 코미디다.
-앞으로 양기웅에게 어떤 웃음을 기대하면 좋을까.
▶양기웅은 아직 판도라의 상자다. 아직 보여줄 게 많다. 저도 저의 능력치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겠다. 소년 만화 캐릭터처럼 어떤 역경이 와도 이겨내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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