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연 "고현정 백상 드레스→'너닮사'까지, 저도 팬됐죠" [N인터뷰]①
- 윤효정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시상식에 입고 나온 드레스, 드라마에 등장한 코트.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 같지만 이로 인해 스타가 재조명되고 패션업계가 들썩인다. 반짝이는 한 장면을 위해 카메라 뒤에서 수없는 고민의 날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국내 톱스타들의 스타일링을 맡으며 슈퍼스타 스타일리스트 '슈스스'로 유명해진 한혜연은 지난해부터 배우 고현정의 스타일링을 맡았다. 방송과 유튜브 채널 활 동을 중단한 시기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상황. 한혜연은 배우의 매력과 배우가 맡아 연기하는 캐릭터를 더욱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고심하던 날들을 보내며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느꼈다고 했다.
또한 방송을 통해 유머러스하고 쾌활한 모습으로 사랑받았던 시간에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카메라 앞에 섰다. 오랜만에 '슈스스'의 '베이비'(구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친절한 전문가가 되자'라던 마음으로 유용한 정보와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현정이 출연한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스타일링을 마무리한 한혜연을 최근 서울 강남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동안 많은 스타들과 협업했는데 고현정씨의 스타일링은 처음이다. 마친 소감은 어떤가.
▶고현정씨는 처음이다. 몇년 전에 서로 인사를 나눈 적은 있고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췄다. 요즘은 드라마가 사전제작이지 않나. 그렇다 보니 너무 할 게 많다. 계절감도 신경을 써야 하고, 특히 브랜드에서 아직 나오지 않은 의상을 협찬받아야 하고 촬영기간도 길어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어야 한다. 브랜드에서는 제 시즌에 협찬이 들어가는 게 아니니까 더욱 고려하는 부분이 많아졌다. 그래서 신경을 쓸 부분이 많아졌다. 배우가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스타일이었다. 사실 서로 배려하거나 마음이 다치지 않게 말하려고 돌려서 전달하다 보면 손발이 안 맞을 수도 있지 않나. (고현정은) 그런 게 아예 없다. 화통하고 유연하다. 자신에게 잘 맞는 브랜드만 원한다거나 그런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러면 사전제작 환경에서는 스타일링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고현정은) 그런 것도 없었다.
-어떻게 인연이 시작이 된건가.
▶친한 헤어스타일리스트가 몇 년 전에 소개를 해준 적이 있다. 너무 반갑게인사를 해주시더라. 나는 덜덜 떨면서 인사했다.(웃음) 왜냐면 내심 좋아했던 배우였고 포스가 있어서 긴장이 되더라. 그 이후로 뵌 적이 없는데 그 사이에 (고현정이) 작품 의뢰를 했는데 그때는 우리팀 인력의 한계로 맡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또 주변 지인이 소개를 해줬다. 그때는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다.(고현정이) 왜 지난 번에 같이 안 했냐고 해서 상황상 어려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럼 이번에는 같이 할 수 있겠네요?' 라고 하시더라. 그게 뭔지 몰랐는데 '너를 닮은 사람'이었다.
-어떻게 스타일링 과정을 거쳤나.
▶고현정씨가 키가 큰 편인데 점점 살이 빠지시더라. 식단이나 양을 신경썼다기보다 소비에너지가 많은 것 같았다. 잠도 부족하고 쉬는 날이 많지 않을 때였다. 신체 사이즈를 파악하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면을 체크하고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대본을 보니 회당 50신~ 70신이 다 희주(고현정 분)인 거다. '이렇게 많이 나오다니 우리 큰일났다' 싶었다.(웃음) 희주라는 인물을 파악하고는 톤을 다 죽이고 고급스러운 소재감이 강조되는 의상을 입혀야겠다고 생각했다. 고급스러움에 새로운 요소도 믹스를 했다.
-매회 고현정의 의상이 화제가 됐다. 코트 등 고급스러운 스타일이 늘 검색어에 올랐는데.
▶고현정씨가 팔다리가 가늘고 긴 편이다. 그래서 (기성복보다) 조금 더 소매가 길어야 잘 어울린다. 그래서 외투는 어떻게 입어야 하나 고민이 됐다. 외국 브랜드도 찾아보고 여러 브랜드의 의상을 고민해봤다. 맞춰서 입은 옷들도 많다.
-'너를 닮은 사람'에서 고현정이 명품브랜드 가방을 패대기를 치면서 감정을 분출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가방을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어떤 브랜드, 어떤 가방을 던져야 하는지 고민이 되더라. 그런데 고현정씨가 자신의 가방으로 하겠다고 하시더라. 진짜로 그렇게 하려나? 싶었다. 그런데 진짜였다. 조마조마했다. 이거 한 번에 안 끝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되더라. 그걸 아마 두 번 정도 찍었을 거다. 그렇게 패대기 치는 장면을 연기했는데 보면서 '나라면 저렇게 못 할 것 같다' 싶었다. 여기서 대본의 지문이 중요했던 것이 배경이 되는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고급스러운 느낌의 스타일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희주가 힘을 좀 뺀 스타일이지 않나. 번쩍거리는 옷을 입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가방은 안목이 있는 사람은 알 수 밖에 없는 좋은 가방이 들어가야 했다.
-올해 5월 고현정이 백상예술대상에 시상자로 참석해 엄청난 화제가 됐다. 시상식의 명장면으로 꼽히지 않나.
▶코로나 상황으로 드레스도 많이 들여오지 못한 상태였다. 수없이 고민을 하다가 센 드레스와 덜 센 드레스 두 벌로 압축이 됐다. 고현정씨는 (센) 블랙 드레스를 고민했는데, 나는 우아함으로 가자고 했다. 시상식이 열리고 정말 난리가 났다. 브랜드에서 감사 편지가 오고, 나는 그때 지쳐서 현장에는 못 갔는데 현장에 있던 분들이 곳곳에서 감탄이 나왔다면서 분위기를 전해주더라.
-엄청 뿌듯했을 것 같다.
▶뿌듯한 정도가 아니었다. 오랜만에 북받치는 감정을 느낀 것 같다. 나 역시 새롭게 태어난 느낌? 여기저기서 스타일링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는데 최대한 (스타일리스트는) 노출 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다 고사했다. 고현정씨는 매너있는 스타일이다. '정말 예쁜 드레스였다'고 하시더라. 사실 입는 사람은 현장에서 신경 쓸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그 드레스가 지퍼가 없는 드레스여서 서서 입고 준비하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너무나도 멋지게 소화해주셨다.
-새롭게 인연이 닿아 한 작품을 잘 마무리했을 때 소감은 어땠나.
▶내가 심정적으로 많이 힘들 때 일을 한 것이어서 (고현정에게) 고마운 부분이 있다. 사실 현장에 나가서 스타일링을 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 '이사님이 오면 든든하다'면서 종종 나와달라고 하더라. 고현정씨는 나를 꺼내준 사람이다. 나도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현장에도 나가고 '오늘은 무슨 일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게 좋았다. 옆에서 보면서 나도 고현정의 팬이 되었다. '편의점 골든벨'을 하는 모습이 기억이 난다. 드라마할 때 편의점이 나오거나 근처에 있으면 모든 스태프들이 고른 걸 다 사는 거다. 현장 분위기도 끌어올리고 스태프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에 연 이벤트였다. 그리고 (스태프들에게) 괜찮은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해서 촬영하면서 입을 패딩을 찾아서 제안했던 기억도 난다. 촬영하면서 입어야 하니까 더 신경을 많이 썼다.
<【N인터뷰】②에 계속>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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