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연 "EXID 시절, 타인 기대에 맞추며 살아…배우되고 바뀌어" [N인터뷰]③

안희연/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 ⓒ 뉴스1
안희연/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지난 14일 12회로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아이돌: 더 쿠데타'(극본 정윤정/연출 노종찬)는 안희연(하니)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히트곡 '위아래'로 '역주행 아이콘'이 된 걸그룹 EXID 활동 당시를 떠올리게도 했고, 과거 아이돌 시절을 그리워 했던 팬들에게 무대에 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드라마이기도 했다.

'아이돌: 더 쿠데타'는 당당하게 내 꿈에 사표를 던지는 청춘들의 이야기와 실패한 꿈과 헤어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안내서를 담은 드라마다. 안희연은 극 중 망한 걸그룹 코튼캔디의 리더 제나 역을 맡아 활약했다. 제나는 외유내강으로 홀로 고군분투하며 어려움에 처한 팀을 이끌어가는 인물.

안희연은 드라마 종영 소감에 대해 "제일 어려웠다"는 고백으로, 걸그룹 경험이 있음에도 연기가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한번 경험했던 아픔이라 손이 델 것을 알고 손을 갖다대고 있어야 하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했지만, 드라마 선택 이유에 대해서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고 위로를 많이 받았다"며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시청률은 0%대로 부진했지만, 드라마의 메시지를 생각하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고도 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 숫자가 마음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고, 중요한 롤을 맡고 있는 만큼 다른 누군가에게도 든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했었다"고 밝힌 것. 배우가 된 뒤 더욱 단단해진 안희연을 만나 드라마 그리고 연기에 대한 그의 진심에 대해 들어봤다.

안희연/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 ⓒ 뉴스1

<【N인터뷰】②에 이어>

-배우를 하기 전과 후 변화가 컸나.

▶바뀐 부분은 많다. 예전에는 쓸데없이 죄송하단 말을 되게 많이 했다. 쓸데없이 감사하단 말도 많이 했다. 그런 말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더라. 활동을 하면서 내 목소리를 들어버리면 너무 괴로워지니까 숨이 막혔다. EXID 활동 끝난 후 회사 계약도 끝나고 배낭여행을 갔다. 아무 것도 계획하지 않고, 아무 것도 정한 게 없었는데도 무작정 떠났었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멤버들한테 그런 얘길 했었다. '난 정한 건 없어,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내 목소리를 듣고 살고 싶다'고. 타인의 기대에 맞춰버린 게 습관화돼버리고 너무 한곳으로 치우쳐 버린 삶이었어서 다시 나와 가까워지고 친해지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연예인으로서의 삶, 본인이 선택했는데 어떤 점이 힘들었다는 것인가.

▶나의 선택이긴 한데 그 생활이 이런 생활일 줄 몰랐던 거다. 그냥 노래하고 무대에 서는 줄 알았던 거다. 나는 무지개 같은 사람인데 빨간색이기만 해야 하는, 다른 색깔을 숨겨야 하는 사람이 된 거다. 제가 사실 그래서 피해의식이 있었다. 그러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어떤 얘길 하는 모임에 신청을 해서 가봤는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힘든 건 직업적인 특수성에서 나온 게 아니었더라. '왜 다른 사람과 다를 게 없지?' '내 나이 때 충분히 겪을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큰 위로가 됐다. 그래서 이 길이 내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더이상 날 그렇게 가두지 않게 됐고, 다른 선택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예를 들어 제게 연애에 대한 질문을 하시면 답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해도 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내가 저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했으면 어떡하지' 하는 죄책감을 안 느낄 수 있게 됐다.

안희연/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 ⓒ 뉴스1

-배우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 찍었던 영화가 '어른들은 몰라요'였다. 보편적이지 않고 과격하고 특이한 캐릭터였다. '난 배우를 할 거야, 연기할 거야'라고 하면 선택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담배도 피우고 문신도 있는 역이었다. 여행을 갔을 때 책을 봤는데 '지금 이거 해보고 싶은데, 연기를 한 번 경험해보고 싶어'라는 생각으로 하게 됐다. 그 다음에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저는 '이런 배우가 될 거야' '뭘 해야 해'가 중요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다른 게 더 중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 연기가 더 소중한 것 같다.

-연기의 어떤 매력이 좋은가.

▶조금은 넓어진 시야로 세상을 보게 된 것 같다. 나를 보고 타인을 보고 관계를 보고 세상을 보면서 배운 것들이 많다. 그게 참 재밌는것 같다. 나를 알아가고, 타인을 알아가고 인간 세상 누구든 더 깊게 알아가는 느낌이다.

-연기자로 전향 후 아이돌 당시보다 여유가 보이기도 한다.

▶100% 공감한다. 그때보다 30대이기도 하니까 더 그렇다. 그때 그랬기 때문에 지금 더 여유가 생겼다. 지금은 개인과 스스로의 힘든 점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생겼다.

-올해 다작을 선보였다. 열일 원동력은.

▶열일 원동력은 재미였던 것 같다. 그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아이돌'의 경우 제나라는 인물을 알아가는 과정도 재밌다. 연기를 하면 그 인물의 마음이 닿는 느낌, 인간과 인간이 닿는 느낌이 든다. 감정이 오가니까 마음이 닿는 느낌이 너무 재밌고 짜릿하다.

-30대가 된 후 변화는.

▶어른이 돼가는 걸 느낀다. 어른이 뭔지 더 생각하게 된다. 30대에 하고 싶은 건 많았다. 늘 뭔가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너무 없어서 걱정이다. 30대엔 날 더 오픈하면서, 놔주면서 살고 싶다.

-데뷔 10년 차 실감나나.

▶함께 연기한 (김)민규라는 친구가 초등학교 때 날 좋아했다더라. (웃음) 너무 충격적이었다. '우리 엄마가 진짜 좋아해요'라고 하면 정말 놀랍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건.

▶나쁜 걸 하고 싶다. 웃긴 것도 해보고 싶다. 예전에는 엄마 역할 맡아보고 싶다였는데 바뀌었다.(웃음) 엄마 말고 나쁜 역할을 해보고 싶다.-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최근에 어떤 분이 메릴 스트립 배우의 명언을 보내줬는데 감명 깊었다. '무엇이 당신이 남들과 다른가, 그게 당신의 힘이다'라는 명언이었다. 굉장히 위로가 됐다. 그런 마인드 연기를 하고 싶고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