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윤대원 감독 "졸업작품으로 칸行, 각국 신인과 경쟁 떨려" [N인터뷰]①
- 고승아 기자, 이준성 프리랜서기자

(서울, 칸=뉴스1) 고승아 기자 이준성 프리랜서기자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한 윤대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단편영화 '매미'로 제74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La Sélection de la Cinéfondation) 부문에 초청,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휴양지 칸에 직접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뜻깊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시네파운데이션은 영화 전공 학생들의 졸업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섹션으로, 윤대원 감독은 올 2월 완성한 졸업작품인 '매미'가 해당 섹션에 선정돼 칸을 방문하게 됐다. '매미'는 무더운 여름밤, 소월길에서 성매매를 하는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윤대원 감독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소월길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본 광경을 스크린으로 옮겨 담아 '결정' '선택'에 관한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윤대원 감독은 2008년, 2009년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으며, 2017년 단편영화 '애니마'로 한중국제영화제 본선, 2020년 웹툰 원작 단편영화 '새장'으로 국내 영화제에 다수 초청돼 주목받은 바 있다. '매미'로 각국의 신인 감독들과 이름을 나란히 한 윤대원 감독을 뉴스1이 칸영화제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졸업작품으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받은 소감은.
▶우선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된 것 그리고 칸 영화제에 올 수 있는 것은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또 준비하는 감독으로서 굉장히 설레고 기쁜 일이다. 너무 감사하고 정말 아름다운 도시인 것 같다. 잘 즐기고 있다.
-한국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시네파운데이션 경쟁부문에 선정되어서 감회가 남다르겠다.
▶아무래도 2년 전에 봉준호 감독님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셨는데, 여기 와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보니 한국 영화에 대한 평가와 기대감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느낀다. 경쟁작이 없다는 게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여기서 영화들을 많이 보고 있는데 작품들이 확실히 퀄리티 있고 밀도가 있더라. 사실 우리가 늘 접해왔는데, 이렇게 경쟁작으로 온다는 게 쉬운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리고 '시네파운데이션'이라는, 칸영화제 안에서는 작은 섹션이지만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 그리고 각국의 영화 공부를 하는 많은 신인 감독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떨리고 여러 기분이 든다. 다른 작품들도 유심히 보고 있는데 하나같이 놀랍고, 젊고 좋은 재능들이 많은 것을 보고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이번에 초청받은 '매미'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이태원 남산 밑에 소월길이 있다. 낮에는 굉장히 평화롭고 예쁘고 좋은 식당들도 많고, 걷기 좋은 데이트 코스 같은 곳이다. 내가 밤에 친한 친구들과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나와 친구들이 의경을 나왔다. 친구들이 용산에서 의경으로 복무했는데, 그곳에 밤만 되면 (성매매) 업을 하시는 트랜스젠더 분들이 길로 나오신다더라. 사실 나는 친구들이 말하기 전까지는 인지를 못했는데, 친구가 "혹시 '매미'라고 아냐"며 보여주더라. 생각해보니까 거기가 고지대인데 높은 하이힐을 신고 향수 냄새가 아주 강하게 나는 분들이, 치장을 한 상태로 아주 규칙적으로 나무에 딱 붙어서 계시더라. 그때부터 그 길의 분위기가 180도 바뀌더라. 차들도 주기적으로 서고 가고 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이미지들이 흥미로워서 알아보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친구가 붙인 '매미'라는 별명이 내가 본 그 풍경들과 아주 싱크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아이디어가 한 번에 번뜩였다. 아주 고심하고 생각했다기보다는 한 번에 일어난 느낌처럼 '매미'라는 타이틀로 이곳에서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리고 졸업작품 때문에 영화도 찍긴 찍어야 했다.(미소)
-이전 작인 '봄밤'에 이어 퀴어 소재를 택한 이유가 있을지 궁금하다.
▶우선 전작 '봄밤'이라는 작품에 퀴어 소재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실제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퀴어영화 혹은 어떤 그런(장르)로 불리는 영화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지금 내가 칸에 '매미'라는 이런 소재로 왔고, 그 전 작품에도 요소가 있어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봄밤'은 정통 스포츠 영화라고 생각하고 찍었기 때문에 연달아서 이런 소재에 초점을 가진 것은 아니다. 물론 이번 작품은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긴 했지만, 특별히 내가 그쪽으로만 생각을 해서 작품을 찍어나가진 않는다.
-트랜스젠더 소재를 다루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이번 영화 주제는 이야기할 때마다 어렵더라. 우선 내가 하고 싶은 확고한 말이 있다기보다도, '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결정하는 것, 특히 자기의 삶, 그리고 앞으로 중요한 갈래의 길에서 선택하는 것, 선택에 있어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우리가 잘 해낼 수 있는가. 어떻게 보면 자극적일 수도 있는 성, 성소수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중요한 기로에서 솔직한 결정을 해야 하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다르고 비판받을 수 있는 요소들이 있지만 결국 그 선택을 따라갔을 때 후회하지 않을 소신이 있는지에 대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질문들을 가지고 작업을 했다.
-코로나 시국 속에서 작업을 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각국에서 영화를 어떻게든 찍어서 페스티벌에 오신 모든 분들이 존경스럽다. 실제로 많은 동료들이 영화를 찍을 수 없는 상황이 생겨서 찍지 못했고 많은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것을 봤다. 그런 시기에 난 촬영적인 컨디션이나 이야기의 소재, 로케이션 지점들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조심스럽게 진행할 수는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나도 많이 두려운 상태로 진행했고 혹시나 찍다가 코로나19 관련 확진자라도 발생하게 되면 (어쩌나) 부담감이 당연히 있었다. 지금도 한국에서 다시 확산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장기적인 호흡이 이어진다면 영화 혹은 일반적인 것들도 작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면서 많이 힘들어질 것 같다. 이전의 리듬이 깨지면서 산업들도 많이 변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원래 예상 가능한 플랜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니까 아무래도 창작자로서는 더욱 힘든 지점이 있을 것 같다.
<【N인터뷰】②에 계속>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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