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무능하지 않은 어른으로…" 하윤경, '고백'에 담아낸 소신

"여성 서사 더 많아져야 해요"

하윤경/리틀빅픽처스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신경외과 레지던트로 살뜰히 동료들을 챙기며 눈도장을 찍은 배우가 있다. 바로 배우 하윤경이다. 2015년 영화 '소셜포비아'로 데뷔, 독립영화 등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지난해 안방극장에 이어 올해 초 스크린 주연을 맡아 다시 돌아왔다.

영화 '고백'(감독 서은영)은 7일간 국민 성금 1000원씩, 1억 원을 요구하는 전대미문의 유괴 사건이 일어난 날 사라진 아이, 그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분노한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를 의심하는 경찰과 나타난 아이의 용기 있는 고백을 그린 범죄 드라마다.

이달 24일 개봉을 앞두고 최근 뉴스1과 만난 하윤경은 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촬영한 지 2년이 넘어서 개봉을 못 할 수도 있었는데 다행이에요. 시나리오 읽었을 때보다 영화를 더 몰입해서 봤어요. 눈물도 나더라고요. 사건이 눈앞에서 진행되는 걸 보니까 이입이 되어서 눈물이 터진 것 같아요"라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고백' 스틸컷/리틀빅픽처스 ⓒ 뉴스1

메시지가 담긴 영화에서 이를 자신이 논할 자격이 있는지 거듭 되뇌는 하윤경이지만, 자신의 소신을 말할 땐 어느 때보다 단단한 눈빛으로 솔직하게 말해나갔다.

'고백'은 아동학대를 전면으로 다룬다. 올해 초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에 관한 관심은 물론,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 상황에서 '고백'이 개봉하게 된 것이다.

"영화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온 정인이 사건을 봤어요. 화가 너무 났고, 보고 나서 악몽도 꿨어요. 후폭풍이 컸는데, 또 영화를 '정인이 사건'과 연관시키는 건 죄송스럽기도 해요.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영화 덕분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면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영화 찍을 때도 이런 문제에 많이 생각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컸어요. 나름대로 관심을 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죠. 여전히 팽배한 문제들을 지금 다시 본 것이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영화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보여주는 것밖에 못 했다는 게 부끄럽기도 해요."

하윤경/리틀빅픽처스 제공 ⓒ 뉴스1

하윤경은 극중 의욕 충만한 신입 경찰 지원 역을 맡아 사회복지사 오순(박하선 분)을 쫓는다. 순경에다가 여성인 지원은 사건을 쫓는 데 있어서 한계를 느끼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다.

"직업적인 선입견을 두려고는 하지 않았어요"라며 "순경이라 형사와 같은 업무를 하는 건 아니어서, 직업적인 것보다는 무능하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 접근했어요. 실제로 어른들이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들을 많이 봐왔을 텐데, 영화 속 지원은 능동적으로 그걸 개선하고 싶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단순히 정의감에 휩싸인 인물이 아니라, 진심 어린 마음으로 시도하는 캐릭터로 보이길 바랐어요."

영화는 아동학대를 주로 다루면서도, 약자를 향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양상을 띠는 가정폭력, 데이트폭력도 자연스레 보여준다.

"사실 데이트폭력은 제 주변에서도 너무 많이 벌어지는 일이에요. 누군가는 영화를 보고 아동학대만 다루지, 왜 스토커, 데이트폭력 등 여성 서사도 추가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이게 너무 일상적인 일들의 나열이라고 생각했어요. 늘 관심 있게 지켜보는 지원이기에 데이트폭력을 당하는 여성을 구할 수도 있었던 것이죠. 이게 특별한 사건의 추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히 경찰로서, 어른으로서 막을 수 있는 일이고, 그게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어요."

하윤경/리틀빅픽처스 제공 ⓒ 뉴스1

'고백'은 두 명의 여성 주연이 이끌어나가며, 약자에 가해지는 폭력뿐만 아니라 여성의 차별 문제까지 다루는 여성 서사 영화로 읽힌다.

"사실 여자들끼리는 차별받는 것들이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란 것을 알고 있어요. 이렇게 비일비재한 일들이라 자연스럽게 영화에 (차별 이야기도) 다뤄진 것이죠. 전 이런 소재가 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일들이 매체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야 인식을 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예민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전 당연히 필요하다고 봐요."

'소셜포비아' 후 6년간 연기를 해오고 있는 하윤경은 "전 아직 연기 새싹 같다"라며 "너무 부족하고, 그래서 항상 고민이 많다"라며 "더 잘하고 싶은데, 또 잘하는 게 어렵고 아무리 노력해도 눈에 확 띄게 발전하지는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윤경은 "그냥 그때보다는 낫지라고 생각한다"라며 "연기를 오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미소지었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