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프랑스 여자' 김희정 "감독이자 교수, 꼰대 안되는 게 목표"(종합)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프랑스 여자' 김희정 감독 인터뷰. 2020.6.3/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프랑스 여자' 김희정 감독 인터뷰. 2020.6.3/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한 때 술을 먹으면 상 위에서 춤을 췄어요. 유명했어요, 폴란드에서. 상 위에 올라가 춤 추는 한국 여자애."

영화 '프랑스 여자'의 김희정 감독이 툭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프랑스 여자'에서 주인공 미라(김호정 분)의 친구이자 당찬 영화감독 영은(김지영 분)은 젊은 시절, 유학가는 미라의 환송하는 자리에서 춤을 추다 테이블에서 떨어져 큰 부상을 입고 만다. 묘하게 영은의 캐릭터와 김희정 감독의 캐릭터가 겹쳤다.

"실제로는 술 먹고 상 위에서 춤을 춰도 전혀 안 다쳐요.(웃음) 술을 막 먹다가 절정이 되면 상을 올라가고 싶은 생겨요. 그 순간에 딱 올라가서 춤을 많이 췄죠. 어느 시기가 지나니 안 하게 됐지만, 이전에는 모든 상이라는 상에는 다 올라갔죠."

경쾌하게 말하는 김희정 감독은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영은에게도, 미라에게도 자신의 모습이 있다고 했다. 실제 김 감독은 폴란드 우치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에 잠깐 체류한 적이 있다. 그는 '프랑스 여자'에 한국인이 외국에서 느끼는 이방인의 감정, 외국에 사는 한국 여성들의 비애감과 쓸쓸함, 채워지지 않는 것을 담아보고 싶었다고 한다.

'프랑스 여자'는 20년 전 배우의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 미라가 서울로 돌아와 옛 친구들과 재회한 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특별한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4일 개봉해 23일부터 IPTV 등을 통해 TV와 극장에서 동시 서비스 되고 있다.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프랑스 여자' 김희정 감독 인터뷰. 2020.6.3/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주연 배우 김호정은 앞선 인터뷰에서 '프랑스 여자'의 주인공 미라의 실제 모델이 된 여성과 프랑스에서 함께 식사를 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미라의 모델이 여러 명이라고 말했다.

"경계인이라는 말의 의미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한국과 프랑스 사이라는 의미와 예술가와 에술가가 아닌 그 사이라는 의미도 있죠. 제가 관심 있어 하는 캐릭터는 그런 거예요. 예술가는 아니고 일상을 사는 사람인데 어떤 취향과 이해도가 예술인보다 더 고고하고 높은 사람. 저는 그런 사람들을 사랑해요. 예술을 향유하고 있는데 하고 있지는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줬죠."

'프랑스 여자' 포스터 ⓒ 뉴스1

김호정의 캐스팅은 그야말로 "굿 캐스팅"이었다. 프랑스 현지에서도 김호정을 보면 '프랑스 여자'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김호정 뿐만 아니라 '프랑스 여자'에는 굿 캐스팅이 넘쳐난다. 김지영 김영민과 그들의 젊은 시절을 각각 연기한 박현선 백수장 및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는 해란 역할의 류아벨까지. 특히 김지영과 박현선 김영민과 백수장은 싱크로율 높은 2인1역으로 영화의 재미를 높였다.

"다른 배우들을 만났을 때 영은 역할을 연기 할 수는 있겠지만 에너지가 없는 경우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영씨는 건강한 에너지가 있어요. 그리고 배우 박현선도 영화 매체는 처음이지만 배우 자체가 밝은 에너지를 갖고 있었어요. 밝은 에너지 때문에 캐스팅 했죠. 김영민과 백수장은 둘이 형제로 나온 영화도 많았대요. 송영규 배우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전운종을 보고 무릎을 꿇었어요. 너무 똑같다고.(웃음)"

'프랑스 여자'에는 또 한 명 반가운 얼굴이 있다. 술집 주인으로 등장하는 자우림의 기타리스트 이선규다. 자우림과 김 감독의 인연은 깊다.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2007년 영화 '열세살 수아'에 주요 배역으로 출연했고, 자우림은 그 영화의 OST도 담당했다.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프랑스 여자' 김희정 감독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2006년부터 지금까지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제가 외국에서 레지던스를 하거나 하면 자우림의 CD를 보내주기도 했죠. 물랑 예술가의 집에서 '청포도 사탕' 시나리오 쓸 때 선규씨가 자우림의 새로 나온 CD를 보내면서 '술친구가 없어 외롭네, 술잔을 데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메시지를 적어줬죠."

영화는 프랑스에서 2회차 정도 로케이션 촬영을 했고, 주로 서울에서 찍었다. 총 예산 5억원이 안되는 저예산 영화라 프랑스에서는 3박4일밖에 머무를 수 없었지만, 촬영을 잘 끝났고 주연 배우 김호정의 분위기가 화면을 압도하는 인상적인 포스터용 스틸도 남길 수 있었다.

"영화를 찍고도 개봉하기까지 2년이 걸렸어요. 촬영은 재작년에 했거든요. 예술 영화는 상업 영화처럼 '후다닥'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에요. 영화제도 갔다 와야하고, 게속 만들어야해요. 주목시키는 데 시간이 걸리고 돈을 뿌릴 수 있는 배급 상황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프랑스 영화'는 롯데 크리에이티브 공모전 대상을 받아서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했죠. 운이 좋게 잘 된 경우에요. 예술 영화는 개봉이 어려워요. 개봉 못한 영화가 많아요."

김희정 감독이 지금까지 찍은 장편영화는 입봉작이었던 '열세살, 수아'부터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설행-눈길을 걷다' '프랑스 여자'까지 총 네 편이다. 그리고 네 편의 영화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감독의 모친이 엑스트라로 깜짝 출연을 한 점이다.

"덕수궁 신에 우리 엄마가 출연했어요. '아 날씨 좋다' 하는 아주머니가 엄마에요.(웃음) 엄마는 제 모든 영화에 출연했어요. 직업이 노인운동지도사이신데, 에너지가 넘치시죠. 우연히 '열세살, 수아'에서 세영이 옆에 앉은 땅콩 주는 할머니로 출연했는데, 이후에도 '청포도 사탕'의 파전집 아줌마로, '설행-눈길을 걷다'에서는 병원 복도를 지나가는 역할로 출연했죠. 이제 안 부르면 삐지세요. 그런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해요."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프랑스 여자' 김희정 감독 인터뷰. 2020.6.3/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김희정 감독은 현재 조선대학교에서 문예창작과 교수로도 3년째 재직 중이다. 그는 영화 홍보를 하는 중에도 제자들로부터 카카오톡 연락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김 감독이 바라는 최고의 목표는 '꼰대'가 되지 않는 것인데, 학생들과 친구처럼 소통하며 '꼰대'와는 이미 거리가 먼 삶을 실천하고 있는 듯해 보기 좋았다.

"기성이 되면 그래요. 나이를 먹으면 '꼰대'가 되니까...'기성 세대화 되면 안 된다' 어떤 의식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학생을 가르치는 게 좋아요. 우리 애들이 나를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연락이 자주 오는 걸 보면 보고싶어 한다는 건 알겠어요. 내가 열심히 가르친다는 걸 (학생들이) 알고 있기도 하고요.(웃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전 세계 영화계가 흔들리고 있지만, '프랑스 여자'와 같은 독립영화들은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김희정 감독은 독립영화계에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만한 여성 감독들이 많아지는 현상을 좋게 받아들인다며 감독들이 서로를 통해 격려와 응원을 받는다고 했다.

"'프랑스 여자'의 강력 추천 영상을 보면, 여자 감독들이 멘트를 했어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홍지영 감독, '우리집' 윤가은 감독, '좋아해줘' 박현진 감독, '카트'의 부지영 감독, '이태원' 강유가람 감독이 진심으로 영화를 좋아하고 진심으로 응원해줬죠. 이런 게 너무 좋아요. 신수원 감독과도 친한 편이고요. 모두가 꾸준히 영화를 한편씩 찍어나가는 것에 격려받고 응원받고 있습니다."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프랑스 여자' 김희정 감독 인터뷰. 2020.6.3/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차기작은 두 편이다. 단편 소설을 각색하는 작품과 10대 여자를 다룬 '미래는 빛나는 별이다'라는 영화다. 두 편 중 빨리 제작에 들어갈 작품을 연출하게 될 예정이다.

"'미래는 빛나는 별이다'는 미래라는 여자 아이의 이야기에요. 감상적인 기성 세대를 짓밟고 앞으로 나아가는. '엄마처럼 감상적으로 살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용감한 여자 아이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에요. 기성 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젊은 세대에 대해서는 기성 세대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아이들이 용감했으면 좋겠어요. 자신없는 모습이 많은데 안 그랬으면 좋겠고요."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