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인생캐는 아직" '열혈사제' 김남길, '열혈'배우 이야기(종합)
- 윤효정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배우 김남길(38)은 29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커피숍에서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극본 박재범/연출 이명우)의 종영 기념 인터뷰를 갖고 드라마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지난 20일 종영한 '열혈사제'는 다혈질 가톨릭 사제 김남길과 바보 형사 김성균이 살인 사건으로 만나 공조 수사를 시작하는 익스트림 코믹 수사극. 극중 김남길은 세상과 사회에 분노하는 뜨거운 신부 김해일로 분해 정의 구현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역할을 다양한 얼굴로 담아냈다. 시청자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하며 '인생캐'라는 호평을 받았다.
다음은 김남길과의 일문일답.
-'열혈사제'을 잘 마무리한 소감은.
▶20부가 생각보다 길다.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단순하게 시원섭섭하다기보다 그리움이 많다. 배우들하고도 계속 이야기를 나눴지만, 6개월 동안 드라마를 찍어본 것이 처음이다. 지금은 근로기준법이 예전과 달라져서 미리 작품을 시작하기는 했다. 무턱대고 밤을 새우고 그런 촬영장은 아니었다. 더 자주 봤다. 끝난게 실감이 안 났다.
-20%를 넘는 높은 시청률이었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에 대해 배우들은 잘 모른다. 모여서 들뜨는 것도 없었고, 어리지도 않으니까 휩쓸리지도 않았다. 그냥 시청률이 잘 나올 때나 아닐 때나 다르지 않았다. 고준씨와도 이게 어느 '미스터션샤인'이나 '스카이캐슬'이나 그런 드라마와 비교해서 얼마나 잘 된 건지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전작 '명불허전'과 비교해보면.
▶'명불허전'도 6~7% 였는데,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타임슬립 트렌드 끝물이라면서 반대도 많았던 드라마인데 꽤 잘 나왔다. 요즘은 지상파에서 이 정도 시청률이 나오는 게 쉽지 않지 않나. 그런데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서 지상파이든 비지상파이든 채널과 상관없이 결과가 좋지 않을까 싶었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일반적으로 '좋았다'는 정도가 아닌 정도로 좋았다. 배우들이 열정적이기는 한데 욕망스럽지 않고 순수하게 작품에 임했다. 연기에 대한 고집은 있는데 그게 아집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욕심이 욕망이 되지 않고 순수하게 드라마가 가고자 하는 면에서 배우들끼리 앙상블을 잘 이뤘다. 내 필모그라피 안에서는 최고의 배우들이지 않았나 싶다. '선덕여왕' 을 할 때도 다 좋았지만, '열혈사제'만큼은 모두가 다 좋지 않았나 싶다. 이하늬는 5년 만에 만나서 더 좋기도 하고 더 성장하고 성숙했다. (김)성균이는 영혼의 단짝처럼 모든 것이 다 잘 맞았다. 한 두 번씩은 다 작품 해보면서 내 성향을 다 잘 알아주는 동료 선후배들이었다. 어쩔 수 없이 리드를 해야 하는 리더 입장에서 나이가 적고 많고를 떠나서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배우들이었다. 두 번 다시 이런 배우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시즌2 계획은.
▶애초에 기획을 한 적은 없는데, 사랑을 많이 받아서 시즌2를 논의 중이다. 이 배우들은 한 명이라도 빠지면 안 할 생각이다. 시즌제는 독이 든 성배이고, 이번 드라마처럼 반응이 안 나올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준 것 아닌가. 그 기대치를 채워주는 고민도 있는데, 배우들이 한 명이라도 빠지면 안 한다는 무언의 입맞춤 정도가 있다. 우리끼리는 합의를 봤다. 제작자 작가 아무 이야기도 안했는데 배우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했다.(웃음) 각 배우 회사들도 너무 좋았다. 불협화음을 낼 변수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조화를 잘 이룬 것 같다.
-'열혈사제'에서 코미디 연기를 제대로 보여줬는데.
▶사실 코미디 연기가 정말 제일 어렵다. '해적'을 하고 나서는 자괴감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코믹 연기가 단순히 놀고 오는 것이 아니고, 원인 결과가 안에서 웃음을 주는 것이다. 감성적인 공감을 이뤄내서 어필을 해야 하는 거다. 그래서 코미디가 어렵다. 스토리를 알고 관객을 웃길 줄 아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열혈사제'의)어떤 부분은 개연성보다는 웃음을 위주로 한 장면도 있었다. 예를 들면 패러디가 그랬다. '이게 가능하냐'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신부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있기 때문에 코미디를 다 집어 넣어서 관통시키기가 어려웠다. 작품으로 임하다 보니 개연성에 집착을 하면서 작가와 의견 차이, 다툼이 있었다. 조금 편하게 생각하면서 받아들였다.
-본인이 대본을 보면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나.
▶그렇다. 찍으면서 항상 고민한 것이 이영준 신부가 돌아가셨는데 밥이 넘어가? 였다. 방송하고 나서는 10부 11부 찍을 때는 시청자들이 이영준 신부 죽음을 잊은 것 아닌가 싶었다.(웃음) 패러디를 제대로 보여주려고 할 때도 있어서 배우들끼리 '그런데 그 사건(이영준 신부)은 어디 간 거야?' 했던 적도 있다.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보면서 , 우리가 신경을 과도하게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보고 '이건 김남길이야'라는 말을 듣는 캐릭터가 있다. 김해일이 그런 면이 있었고, 그래서 더 인생캐릭터라는 말도 들은 것 같다. 배우들끼리 농담 삼아 '보여줄 게 얼마나 많은데 이거 가지고 인생캐라고 그래'라면서 우스개소리를 하기도 했는데, 좋게 봐주신다고 생각한다. 왠지 '인생캐'라고 하면 조금 슬프지 않나. 이 이상 안 나올 것 같고 은퇴해야 할 것 같다. 아직 (선배) 형들이 자리를 안 비켜주고 있어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이미 사제 캐릭터들이 많아서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사제 역할 한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다 그 이야기만 했다. 예전에 사제로 나온 드라마, 영화랑 비교하면서 얼마나 까이겠냐고 했다. '내가 어때서?' 라고 답하기는 했다. (웃음) 그런 비교를 커버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패러디 장면도 잘 나왔다. '매트릭스' '배트맨' 등이 그렇다. 옷이 망토같고 계절감도 맞아서 장면이 잘 맞았다. 사제복은 한 벌이었다. 내 옷 같은 느낌이 든다.
-촬영하면서 여러 차례 부상을 당했는데.
▶지금 몸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액션을 잘 하는 사람이면 잘 안 다친다. 의욕만 앞서다 보니까 합이 잘 안 맞아서 다친 케이스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예전에는 내가 아프면 쉬어야지 생각했을 텐데, 이번에는 화가 많이 났다. 내가 조심했으면 덜 다쳤을 텐데 싶더라. 지금 순항하는 드라마에 피해를 주는 게 아닐까, 이제 주목을 받는 배우들에게 피해를 주는 걸까 싶었다. 방송국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더라. 배우들 몸이 우선이라고 배려를 많이 해주더라. 배우들끼리 9~10부가 시청률을 올릴 소재가 굉장히 많아서 신경이 쓰였다. 촬영에 나갔더니 이하늬가 하도 잔소리를 한다. 엄마인 줄 알았다. '앉아있어' '이런 거 하지마' '대역없어?' 엄청 챙기는 스타일이어서, 하늬 잔소리 때문에 귀가 따가웠다.(웃음)
-실제 김남길의 종교는.
▶종교는 없다. 영화 '기묘한 가족' 할 때는 속리산 법주사가 근처에 있었다. 예전에 108배가 좋다는 말을 들어서, 촬영하면서 108배를 하루도 안 빼먹고 했더니 주지스님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108배를 하냐'고 하더라. (웃음) 가톨릭 사제 역할을 하면서 성당을 몇 번을 갔다. 소록도 신부님, 자문해준 신부님하고 연락을 지금도 하고 있다. 우리가 뭔가 잘못되면 남탓을 하기 마련인데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 아닌가. 모든 일이 나로 인해 시작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종교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대사하면서 '하느님' '하나님'이 차이가 있다고 해서 놀랐다. 이걸 계속 신경쓰다보니 배우들이 엄청 고생했다. 두 종교의 차이를 잘 몰라서 그랬다.
-'열혈사제'에서는 사회, 정치적 이슈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버닝썬이 연상되는 '라이징문' 클럽 사건도 나왔다.
▶내 개인적으로 도 사회,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많다. 연예기사가 신문 톱에 올라오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버닝썬' 사건이) 해결이 안 된 사건이지 않나. 종결되지 않은 사건을 다루는 것에 대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대놓고 라이징문이었다.(웃음)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을 에피소드로 잘 녹여낸 건 같다. 시청자분들이 속 시원해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작가님은 정면돌파를 원했다. 원래 있던 에피소드였는데, 이름만 나중에'라이징문'이었다. 다들 뉴스를 보다 보니 배우들이 자기도 모르게 '버닝썬'으로 대사를 쳤다가 NG를 낸 적도 있다.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고, 올해 연말 SBS 연기대상도 후보에 오를 것 같다. 기대는 하고 있나.
▶상 욕심이 1도 없다. 한 해에 내 영화가 세 편이 개봉한 적이 있었다. 한 번도 노미네이트가 안 된 적이 있고 '해적'도 후보에 안 오른 적이 있었다. 중요하게 생각 안 하려고 하는데, 그 자리에 참석해서 동료들이 박수칠 기회도 없다는 게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았던 적이 있었다. 두 번 다시 시상식쪽으로 소변도 안 눈다고 한 적이 있다. (일동 웃음) 내가 스트레스를 받다가 내려놓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에 포상휴가 가서 밥을 먹는데 하늬가 '우리 백상 가야되는데 이렇게 먹다가 살찌면 어떡하냐'고 하더라. 하늬와 함께 가서 잘 즐기고 오자는 생각이다. 받으면 어떻고 안 받으면 어떤가. 상 받는다고 다 좋은 배우도 아니고, 아니라고 안 좋은 배우도 아니다. 내가 처음부터 스타로 길러진 사람은 아니고, 작은 역할부터 조금씩 내 역할을 늘려가고 있다. (상을 받으면) 어디에선가는 희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노력하고 있는 배우에게는 희망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한다.
-차기작 계획은.
▶아직 없다. 일단 양쪽 손목이 다 어긋나있어서 건강을 좀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20대에는 뼈가 부러져도 금방 붙고 그랬는데, 나이가 먹으니까 겁도 난다. 건강 좀 챙기고 아까도 한 것처럼 시즌2 논의 되면 준비도 하고 또 영화든 드라마든 어떤 매체에 국한되지 않고 좋은 작품 있으면 해야겠다 싶다. 쉬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다치고 나서는 텀을 좀 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드라마를 통해 인터뷰를 하는 게 드물다. '열혈사제' 배우들 다 잘 되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 기쁘다. 단순히 시청률이 잘 나온 것 뿐만 아니라, 이드라마로 다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제일 기쁘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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