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韓 관객, 보이지 않는 곳서 보내준 애정 감사해"(인터뷰③)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한동안 김기덕 감독이 영화 '피에타' 이후로 변했다는 말이 있었다. 당시 김기덕 감독은 약 4년 간의 칩거 이후 '피에타'를 국내에 선보이면서 다수 토크쇼에도 출연했고 언론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 무렵, 세상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안고 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피에타'로 기형적인 수직 구조의 사회와 그 내부의 인물들을 통해 근원적인 문제를 파헤치기 시작했다는 김기덕 감독의 변화에도 모두 주목하기 시작했다. 스물 두 번 째 영화 '그물'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일 것이다.

김기덕 감독은 3대 국제 영화제를 휩쓸 만큼 세계가 사랑한 거장이지만, 국내에서는 자신을 향한 영화계와 관객들의 편견과도 힘겹게 맞서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한국 관객들의 보이지 않는 애정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라며 "분명히 어디 곳곳에 산골에서 제 영화를 봐주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묵묵히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내주시는 소수 관객들의 애정들, 어쩌면 그게 더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라 생각해요"라며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김기덕 감독이 한국 관객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News1star / NEW

영화는 창작자와 관객들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매체다. 유럽에서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비주류가 아닌 주류에 속하고 미적 가치를 상당히 높이 사는 등 국내에서 그를 비주류로 여기는 실정과는 사뭇 다르다. 김기덕 감독은 국내 관객들이 편견 없이 자신의 작품을 봐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인간은 신비한 존재이기 때문에 편견 없이 봐주는 게 가능하다,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무리 어려도 뭔가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감성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가 많아도 캐치할 수 없는 사람도 있어요. 다만 제 영화를 다시 보면서 재접근 했을 때 다르게 보인다는 말이 희망적이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은 중국 400억 대작 '무신' 이외에도 차기작 계획을 전했다. '선악과', '인간의 시간', '요한계시록' 등의 제목을 붙인 작품의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며 모두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항상 실험적으로 접근하고 싶고 논쟁이 되면서 고민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메시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감독으로서의 바람도 드러냈다. 그런 작품들의 투자는 여전히 쉽지 않을 테지만 "민감한 시기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해요"라면서 "지금은 저만 혼나면 되지만 기업과 함께 작품을 만들면 기업 자체가 흔들리니까"라고 짐짓 웃으며 말했다.

끝으로 이전과 달리 유해졌다는 반응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기도 했다. "JTBC '뉴스룸'에 출연하면서 예전엔 증오심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말이 나왔었는데 사실 증오심이라기 보다 그건 열등감이었어요. 그동안 내 자신이 살아왔던 공간에서의 불편함이 쌓여서 열등감으로 드러난 거죠. 그게 영화를 만드는 힘이었지만 어느 순간 '누구 한 명에 대한 적대감을 버리자, 버리는 게 인생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게 '누구 하나 때문에'라는 것이 아니란 걸 알았거든요. 그게 현재와 앞으로 내 작품에서 일대일로 인간이 악하다기 보다는 처지, 환경, 시스템으로 그렇게 된다는, 개인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원형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이유예요."

aluem_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