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사기동대' 허재호 "서인국 연설신, 미친 것 같았다"(인터뷰②)

(서울=뉴스1스타) 강희정 기자 = 허재호는 '38 사기동대'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소문이 자자한 촬영 현장 분위기에 대해선 역시 "모난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눈을 빛냈다.

최근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 스카이 워크몰에서 만난 허재호에게 고규필(정자왕 역)이 의외로 귀엽지 않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친분이 있으니 가능한 반응 같았다.

"에이. 귀여운 걸로 치면 선빈이죠. 선빈이는 저랑 띠동갑도 더 넘게 차이가 나고 어린데 되게 밝아요. 애교가 넘치고. 규필이는… 성격보다도 외모가 귀여운 거 아닐까요. 갑자기 웃을 때라든가."

'38사기동대'에 출연하는 배우 허재호가 14일 오후 서울 고척동 레드 라인에서 뉴스1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News1star / 권현진 기자

송옥순(노방실 역)은 젊은 연기자들을 조카처럼 대해주며 분위기를 끌어간다고 전했다. 특히 허재호는 이 좋은 촬영 현장 분위기의 중심에 한동화 감독이 있다고 표현했다.

"디렉션이 굉장히 좋으세요. 전 감독님이랑 네 작품째인데요. '응급남녀' 때 처음 뵙고 '나쁜 녀석들', '신분을 숨겨라', '38사기동대'까지요.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시고 디테일하세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대본을 보고도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겠냐'하면서 현장에서 작가(한정훈)님이랑 전화하고 상의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38사기동대'는 더운 날씨에도 촬영에 한창이다. 날씨 때문에 좀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허재호는 손사래를 쳤다. 자기보다는 주인공 서인국(양정도 역), 마동석(백성일 역)이 힘들 거라고 말이다.

"인국이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친구인데 굉장히 남자답고 의리가 있어요. 말을 거침없이 잘 하는 면은 양정도랑 좀 비슷해요. 근데 마음은 정말 따뜻한 친구예요. 개인적으로 밖에서 둘이 술 먹는 자리도 많아요. 그 친구도 술을 좋아하고 저도 좋아해서.(웃음) 참 의리가 있어요. 양정도랑은 좀 다르죠. 양정도는 의리가 없고 자기 목적을 위해 살아가잖아요. 서인국은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고, 자기가 뱉은 말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마동석 형님한테 감동 받은 게 있어요. 보통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극 중 이름으로 부르기 마련이거든요. '미주야', '학주야' 하고요. 그런데 형님은 꼭 이름으로, '재호야' 하고 불러주세요. 그런 작은 거에 감동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형님이 안 나오는 장면임에도 우리끼리 상의를 하고 있으면 옆에서 조언을 해주시고 그래요. 그런 배려를 보면 '아, 이래서 사람들이 마동석 마동석 그러는구나, 정말 사람이 다르구나' 느껴요. 실제로도 좋은 분이세요. 매력 있죠."

허재호가 이제껏 해온 작품 중 '38사기동대' 장학주가 가장 큰 배역이다. 애정도 넘친다. OCN 역대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 경신이라는 쾌거와 더불어 댓글 및 주위 사람들의 호평 덕에 기분 좋은 나날들이다. 그래서인지 허재호는 한동화 감독과 한정훈 작가에 대해 믿음이 대단했다. "두 분 조합이 막강인 것 같아요. 이분들이 하면 뭔가 다 일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니까요."

'38사기동대'에 출연하는 배우 허재호가 14일 오후 서울 고척동 레드 라인에서 뉴스1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News1star / 권현진 기자

'38사기동대' 명장면을 꼽아보자고 했다. 우선 허재호가 출연하는 신 가운데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그는 극 중 장학주와 백성일의 첫 만남이라고 답했다.

"제 신 중에 제일 고민을 많이 했던 신이에요. 거기에 애드리브도 있었고 대본에 없던 부분도 생겼었어요. 원래는 '형사 아니지? 저울 달아' 하고 거기서 끝이었는데 촬영할 때는 막 싸우고 돌아다니고 하면서 애드리브로 진행이 됐어요. 원랜 백성일이 당하고 겁 먹은 채 끝나는 신인데 제가 겁 먹는 걸로 바뀌었죠. 저는 그 신에서 첫 등장이니까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허요. 감독님도 각 인물들의 첫 신마다 캐릭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하셨죠."

그럼 자신이 생각하는 전체적인 '38사기동대' 명장면은 뭘까. 허재호는 세 가지 신을 꼽았다. 모두 인상적인 장면들이었다.

"양정도가 사기를 치면서 연회장에서 사투리로 연설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냥 저는 인국이가 미친 놈인 줄 알았어요. 숨 넘어가게 '한 달에 얼마? 떽! 다섯 달에 얼마? 떽떽떽떽떽!' 하고 연기를 하잖아요. 그때 사람들이 인국이 보면서 '이젠 작두를 탔나. 신 들렸나' 했다니까요. 그렇게 연설한 부분에서 '미쳤다' 싶었어요."

허재호가 '38사기동대' 방송분 중 명장면을 꼽았다. ⓒ News1star / OCN '38사기동대' 캡처

"또 하나는 마진석(오대환 분)한테 땅을 팔자고 하는 프레젠테이션 신이에요. '아들이 아들을 낳고…또 그 아들이 아들을 낳고, 한 5~600백년? 뭐 그래도 절대 재개발 될 일 없는 땅. 죽은 땅'이라 말하는 신이요. 프레젠테이션이라고 하면 드라마에서는 보통 다르게, 형식을 갖춰서 하잖아요. 그런데 인국이는 우리끼리 대화하는 것처럼 하더라고요. 마동석 형한테 '어떤 것 같냐'고 물으니까 형이 쌍엄지를 척 들었어요. 한 마디 하더라고요. '어떤 드라마에서도 하지 않는 프레젠테이션이다. 너무 좋다.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세 번째는 제가 차에 치여서 보험 사기를 칠 때 동석이 형과 같이 한 장면이요. 백성일이 막상 차 앞에 나왔는데 그 차는 멀찍이 서 있거든요. 그때 형이 막 차로 달려가서 드러눕는 부분이 있어요. 거기로 형이 뛰어가면서 연기하는데, 진짜 순간 순간의 애드리브 같은 건 진짜 동석이 형을 따라갈 자가 없는 것 같아요."

허재호는 오대환에 대해서도 엄지를 치켜들었다. "오대환 형은 나쁜 역에 최적화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잘해요. '신분을 속여라'에 중간에 인신매매 하는 역으로 나온 신이 있었어요. 오대환 형이 종이컵에 담배 꽁초를 눌러 끄고 침을 딱 뱉는 신이 있는데, 그걸 보면서 '와, 진짜 나쁜 놈이다. 대박이다' 했어요. 언젠가 대환이 형의 시대가 올 것 같아요."

hjk070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