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제이민, 누구도 아닌 그만의 이츠학(인터뷰)
- 권수빈 기자
(서울=뉴스1스타) 권수빈 기자 = 뮤지컬 '헤드윅'에서 이츠학을 맡은 제이민은 이전까지 이츠학과 다소 다른 미소년 같은 이츠학을 그려가고 있다. 가녀린 몸에 가족 재킷을 걸치고 수염을 붙인 그는 억지로 겉모습을 남자처럼 보이게 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예쁜 남자 이츠학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제이민은 마니아층이 탄탄한 '헤드윅'을 공연하는 게 상당히 겁이 났다고 했다. 그는 "워낙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이다. 나는 뉴페이스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경력을 쌓은 뮤지컬 배우도 아니다 보니 '헤드윅'을 지켜온 팬들에게 안 좋은 기억을 안겨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강했다"고 털어놨다.
"감정이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더니 조금씩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가끔 앞줄에서 제이민을 외쳐주는 분들이 있는데 처음에는 지인인 줄 알았다니까요. 정말 감동을 받았고 감사했어요. 열심히 한 보람이 있구나 싶었죠."
남자 연기를 위해 제이민은 앵그리인치 밴드 멤버 등 주변에 있는 남자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는 "어떻게 앉아 있는지 보고 따라하기도 했다. 사실 아주 초반에는 힘이 많이 들어갔다. 어떻게든 남자처럼 보여야겠다 싶어서 첫공 때는 긴장과 함께 힘이 들어갔는데 두 번째 공연 때는 약간 힘이 빠졌다. 긴장이 전혀 안 돼서 혹시라도 여린 모습이 보일까봐 일부러 힘을 주고 들어갔다. 차츰 공연이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힘을 뺐더니 그 편이 더 자연스러웠다"고 설명했다.
후반부 이츠학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그의 감정에 동화가 되면서 관객들의 눈물마저 자아냈다. 엉엉 우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기에 이에 대해 묻자 "(조)승우 오빠도 '너 거기서 왜 그렇게 우냐'라고 하시더라. 이츠학으로서 간절히 원했던 것을 받았을 때 마음과 헤드윅에 대한 감정이 합쳐져서 너무 큰 소용돌이가 생겼다"며 칭찬을 멋쩍어했다.
헤드윅이 옷을 갈아입는 사이 펼쳐지는 이츠학의 솔로 공연도 포인트 중 하나다. 제이민은 이번에 이글스 'Desperado', 라디오헤드 'Creep', 폴, 피터&메리 '500miles', 에밀루 해리스 'Wayfaring Strange', 칼라 보노프 'The water is wide', 린다 론스태드 'Long Long Time'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했다. 특히 기타를 치면서 부르는 제이민의 노래는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디션 때는 기타를 치지 않아서 제가 기타를 칠 수 있다는 걸 연출께서 몰랐을 거다. 여러가지 후보곡을 가져갔는데 음악감독님께서 다 좋으니 다 하자고 하셨다"고 했다.
모든 작품이 처음 할 때는 그렇겠지만 제이민은 특히 '헤드윅'을 하면서 더욱 긴장돼 보였다. 한 차례 말했듯 '헤드윅'이라는 대단한 작품에 자신이 흠이 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츠학이 돌발 상황에 직접 대처를 해야하는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헤드윅'이라는 공연이 라이브 성향이 크잖아요. 헤드윅을 서포트 해야 하는 입장에서 바로바로 도와줘야 하니까 첫공 때 그 걱정을 많이 했어요. 헤드윅을 도와줘야 할 때 어떤 타이밍에 가야하는지도 고민이었어요. 공연의 흐름에 방해가 되면 안 되니까요. 처음에는 '지금 내가 가도 될까?' 싶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하는 것 같아요."
연기와 노래 외에도 이츠학은 공연 내내 소품을 옮기고 헤드윅을 챙기고 할 일이 참 많다. 제이민은 "처음에는 너무 헷갈렸다. 사실 알고 보면 몇 가지 없는데 배우들마다 다르니까 복잡한 거다"며 "가끔은 까먹지만 까먹어도 되는 공연이다. 내가 잊어버리면 헤드윅이 자연스럽게 말을 해준다. 이제는 조금 적응한 것 같다"고 했다.
돌발 상황을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헤드윅으로는 조승우를 꼽았다. 제이민은 "공연 초반에 붙어서 그런지 배려를 해주신 것 같다. 내가 처음이 아니었으면 이것 저것 하셨을텐데 내가 최대한 놀라지 않게 하려고 도와주신 것 같다"고 했다.
조승우, 윤도현, 조정석, 변요한, 정문성 등 5명의 배우들은 각기 다른 헤드윅을 그려내고 있다. 변요한을 제외한 4명의 배우와 호흡을 맞춰본 제이민은 "헤드윅이 100명이 있다면 다 100가지 색깔일 거다. 그만큼 헤드윅 각자의 색깔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승우오빠는 정말 재밌어요.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이끌어 가세요. 공연을 준비할 때부터 준비하는 모습에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연습하는 것까지 다 체크하시더라고요. (조)정석오빠는 메이크업을 하고 있으면 정말 여자처럼 예뻐요. 되게 못된 예쁜 여자 같지만 사실은 여린 헤드윅이에요. 헤드윅과 이츠학이 충돌하는 부분에서 정석오빠만 제 눈을 쳐다보지 못해요. 그 말인 즉 똑바로 얘기할 수 있을 만큼 모진 마음이 없다는 거예요."
"(윤)도현오빠는 일단 노래가 너무 잘 맞아요. 같이 노래를 하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 엣지가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또 희한하게도 도현오빠와 할 때는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할 수 있도록 받아주시는 것 같아요. 숏컷트에 핑크가운을 있었을 때 옆모습이 정말 예쁘기도 해요. (정)문성오빠는 멀리서 보면 정말 여자 같아요. 허리도 가늘고 다리도 예뻐요. 그리고 드라마적인 부분에서 감정이 정말 증폭돼요. 충돌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헤드윅들에게 들은 칭찬이 있는지 묻자 제이민은 "사실 승우 오빠가 말씀해주신게 기억에 남는다"며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뭉클한 모습을 보였다.
"승우오빠는 다 조각을 내서 다시 짜맞추는 헤드윅이에요. 많은 애드리브를 내가 다 따라갈 수 있을까 싶어 긴장을 많이 하고 준비도 나름 했어요. 첫공을 끝내고 나서 오빠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잘 해내었다' 하더라고요. 첫공 2시간 전까지만 해도 캐릭터를 잘 모르겠고 길을 잃은 것 같아서 펑펑 울었어요.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승우오빠가 해주신 말씀에 갑자기 독기가 생긴 거예요. 처음에는 '못하겠어'였는데 '내가 해내고 만다'로 바뀌었어요. 끝나고 나니까 오빠가 '제이민 이 내숭덩어리야'라고 하면서 많이 칭찬해줬어요. 그때 엄청 울었어요."
왜 그렇게 겁이 났는지 묻자 "무대 위에서 쭉 연기를 해야하고 헤드윅의 어떤 것도 다 받아서 해야하지 않나. 또 '헤드윅'이라는 작품이 갖고 있는 어마어마한 마니악한 성격 때문에 그랬다"고 답했다. 그는 "검증 받으러 나가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다들 나를 '얼마나 잘 하나 보자'라고 하겠지 싶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제이민에게는 '헤드윅'이 4번째 뮤지컬 작품이다. 계속해 작품을 하면서 탄탄한 노래 실력을 바탕으로 뮤지컬 쪽에서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제이민은 "연기에 대한 게 아직 편하지는 않아서 더 노력해야 하는 것 같지만 확실히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다"며 "'인 더 하이츠'를 할 때 이지나 연출님께 '제가 과연 이 작품을 계속 하는 게 맞을까요? 폐만 끼치는 게 아닐까요?'라고 했더니 일단 열 작품은 해봐야 한다고 하셨다. 그 정도 해보지 않고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하셔서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헤드윅'이라는 작품을 끝난 뒤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여태까지 없던 이츠학 캐릭터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답했다.
"정해진 캐릭터를 여러 다른 사람이 연기해야 하는데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것 같아요. 제이민만의 독특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느낌? 비교할 수 없는 이츠학의 색깔이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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