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의 배우학개론 "연기는 각(覺)이다"(인터뷰①)
- 김나희 기자
(서울=뉴스1스타) 김나희 기자 = 영화를 보던 관객은 이 배우가 나오면 항상 웃음을 터뜨린다. 짧게 스쳐가는 신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기에 때론 주연보다 더 기억에 남는 배우 오달수. 어느덧 13편의 국내 천만 영화 중 무려 7편에 출연하며 아른바 '천만 요정', '1억 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그가 생애 첫 주연을 맡아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오달수 주연의 영화 '대배우'(감독 석민우)는 20년째 대학로에서 연극만 하던 무명 배우가 새로운 꿈을 좇아 영화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중 장성필 역을 맡은 오달수는 이 작품에서 90% 가까이 되는 장면에 등장했고, 매 순간 코믹과 감동을 넘나드는 연기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생애 첫 주연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높아지기 때문. 20년 넘게 연기 경력을 쌓아온 오달수 역시 이 중압감을 피해 갈 순 없었다. 그는 최근 진행된 뉴스1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저도 언론배급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어요. 그전까진 노심초사 걱정이 됐죠.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없던 두통이 생기더라고요. 앞으로도 가능하면 주연은 신중하게 하려고 해요. 제가 이 영화에서 90% 정도 나오지만 몸으로 하는 고생은 별로 안 힘들었어요. 그것보다 작품을 이끌어 가야한다는 압박, 평가에 대한 기다림, 그런 것들이 힘들었죠. 아마 감독님 다음으로 제일 중압감을 느낀 것 같아요. 가능하면 주연은 한 번 더 생각해 보고나서 결정하려고요."
오달수가 연기한 장성필은 사실 연기에 재능이 없는 인물이다. "20년 동안 정통 연기를 했다"고 자부하지만 경력이 무색하게 자신의 아들보다도 연기를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달수와 닮은 부분이 많다. 긴 무명 생활을 견뎠다는 게 그렇고 연극에서 영화로 진로를 바꿨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에 오달수에게 '자신을 닮은 배우를 연기하는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그래도 장성필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다행이었어요. 그랬으면 끔찍했을 텐데.(웃음) 그런 것보단 캐릭터가 어느 정도 저랑 닮아서 그런지 순간순간 제가 막 튀어나올 때가 힘들었어요. 제가 겪었던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캐릭터를 입기가 까다롭더라고요. 연기를 할 때는 그 역할에 맞는 가면을 써야 하는데 자꾸 제가 개입을 하려고 하니까 방해가 됐어요. 그래서 제가 연기를 못하는 배우인 거예요.(웃음)"
'대배우'는 유쾌한 장면도 많았지만 무명 배우의 묵직한 현실을 다루기도 했다. 과거 이와 비슷한 인생을 살아온 오달수는 과연 그 시기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힘들었을 것만 같던 무명 시절에 대해 묻자 오달수는 뜻밖의 대답을 내놨다.
"전 극단 생활을 정말 재밌게 했어요. 어려운 시절을 이야기하니까 '와락' 껴안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극단 생활이 상상하시는 것처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그렇진 않아요. 다들 돈은 없어도 같이 한솥밥 먹고 소주 먹으러 가고 그랬죠. 사실 제가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라 술자리에서 어깨너머로 선배들한테 연기를 배웠어요. 천 원짜리 강의를 배운 셈이죠.(웃음)"
당시를 회상하며 미소를 짓는 그를 보며 아직도 식지 않은 연극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그는 현재 '신기루만화경'이라는 극단의 대표이기도 하다. 자신을 "종신제 대표"라고 소개한 오달수는 극단의 수장을 맡게된 경위를 설명하며 후배들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과거 합동 공연을 위해 일본에 갔는데 '문학좌'라는 극단을 알게 됐어요. 당시 그 극단이 80년 됐으니 이제 곧 100주년 가까이 됐을 거예요. 그 극단을 보며 우리도 저렇게 갈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게 제가 '신기루만화경'을 맡은 이유에요. 후배들이 처음 대표를 부탁했을 때 '좋다. 대신 내가 죽고 난 다음에 너희들이 이어서 가라'고 조건을 걸었거든요. 전 이번 영화를 우리 극단 친구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어요. 그 친구들한데 '봐라. 보고서 우리 이야기한 거니까 웃으며 즐겨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특히 오달수는 닮고 싶은 롤모델로 배우 주진모를 언급하며 자신의 연기관을 함께 드러냈다. 주진모의 연기는 물론이고 연기를 대하는 그의 삶의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고 밝힌 오달수는 과거 주진모가 자신에게 해줬던 이야기들을 후배들에게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요즘 후배들이 저한테 '선배님, 어떻게 연기하면 좋습니까?'라고 물어보면 전 '그냥 해봐'라고 답해요. 주진모 선배님이 제가 어릴 때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제야 좀 이해가 돼요. 연기는 무조건 해봐야 해요. 주진모 선배님이 나중에 그러셨거든요. '달수야. 연기는 깨닫는 거야. 각(覺)하는 과정이야'라고요. 맞는 말이에요. 저도 아직 깨닫는 부분이 많아요. '대배우'도 보면서 어색한 부분이 나오면 '왜 어색할까'라고 스스로 분석해요. 연기는 깨닫는 즐거움, 부족한 점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어요."
이제 대한민국 사람들 중에 '오달수'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혹자는 앞으로 가기 보다 뒤도 돌아볼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오달수가 충무로에 기여한 성과는 크고 그를 보고 따라오는 후배들도 많다. 하지만 오달수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으로 천천히 자신의 길을 가려하고 있었다.
"뒤를 돌아본다는 게 의미는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앞을 보고 싶어요. 앞을 보고 뭔가를 하면서 자꾸 깨달아야 깨지면서 나가갈 수 있으니까요. 뒤를 돌아보면 자꾸 그리로 가게 될까 봐 (못하겠어요). 하지만 결국 자기가 깨닫는 거니까요. 제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것들을 누구에게 이해시키겠어요. 힘든 일이에요. 나중에라도 제가 무슨 말을 하게 된다면 죽기 10분 전쯤 '살면서 이런 것들을 깨달았다' 정도의 말만 남기고 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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