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태화, 대작의 무게를 견뎌라 (인터뷰 ①)

(서울=뉴스1스타) 백초현 기자 = 뮤지컬 ‘드라큘라’가 오는 23일부터 2주간의 한정 공연을 시작한다. 지난 2014년 초연된 공연은 아이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주인공 드라큘라의 시간을 초월한 운명적인 사랑을 담는다.

짧은 공연 기간만큼 ‘드라큘라’ 캐스팅은 초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드라큘라’를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초연 배우들이 모두 돌아와 당시의 감동을 재현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드라큘라 역의 김준수와 박은석을 제외하고 캐스팅은 모두 새로운 배우들로 꾸려졌다. 그야말로 새단장이다.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김준수와 노련미 넘치는 박은석, 여기에 생동감 넘치는 신예 배우들의 합류까지, ‘드라큘라’는 새로운 무대를 예고하며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로운 이름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다. 바로 조나단 역을 맡은 배우 진태화다. 진태화는 과거 방송된 Mnet ‘배틀신화’로 가요계에 데뷔한 그룹 배틀의 멤버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첫 뮤지컬 데뷔를 치른다.

배우 진태화가 뮤지컬 '드라큘라'에 출연한다. ⓒ News1star/오디컴퍼니

“가수 활동을 하면서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지난해 6월에 제대를 했는데 마침 ‘드라큘라’ 오디션 공고가 나왔더라고요. 너무나도 좋은 타이밍이었죠. 그래서 참여하게 됐어요. 18세 때 처음으로 가수의 꿈을 품고 부모님을 설득했어요. 그때 부모님이 뮤지컬 배우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셨어요. 뮤지컬을 하게 되면 제가 좋아하는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까지 다 할 수 있으니까요. 그때 처음 뮤지컬의 매력에 대해 알게 됐죠.”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사람 또한 적다. 어렵게 가수 데뷔를 했지만, 뮤지컬 배우라는 최종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온 꿈은 두려움보단 도전 의식을 고취시켰고, 새로움 앞에 망설일 틈 없이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을 돋웠다. 진태화는 그렇게 자신을 찾아온 기회를 단번에 쟁취하며 인생 2막의 시작을 알렸다.

“기본적으로 ‘드라큘라’ 넘버들이 좋았어요. 처음부터 주인공인 드라큘라 역을 노릴 수는 없었잖아요. 제게 어울리는 캐릭터가 있으니까요. 반헬싱은 제가 하기엔 무거운 역이었고, 조나단이 캐릭터적으로 저에게 맞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오디션 당시 지원 캐릭터도 조나단 하나만 체크했어요. 조나단 넘버 중에 ‘Before the summner ends’라는 곡이 있는데 그 곡이 마음에 들어서 꼭 조나단 역을 하고 싶었어요.”

좋은 기회에 ‘드라큘라’ 오디션을 볼 수 있었지만 오디션 합격은 장담할 수는 없었다. 당시 진태화는 발목 골절로 수술을 받고 목발을 짚은 채 오디션을 봤다. 그는 “신춘수 대표님이 언제 낫느냐고 묻지 않았다.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만 묻고 끝났다”라며 “그래서 안 되겠구나 싶어서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다”라고 오디션 당시를 회상했다. 예상과 달리 진태화는 당당히 조나단 역에 합격했고,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첫 뮤지컬 무대를 준비할 수 있었다.

“제가 맡은 조나단은 미나 머레이의 약혼자이자 변호사예요. 미나는 드라큘라 백작이 300년 전 사랑한 여자의 환생이기도 해요. 조나단의 나이는 30세 정도로 추정되고 있어요. 캐릭터 구축을 위해 연출에게 나이를 물었더니 제 나이 정도 될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다행이었죠. 처음에는 ‘약혼자’라고 하니까 나이가 많을 거라 짐작하고, 점잖고 무겁게 연기를 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어요.”

배우 진태화가 뮤지컬 '드라큘라'의 조나단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 News1star/오디컴퍼니

연습 과정을 거쳐 진태화는 자신 만의 조나단을 섬세하게 다듬질했다. 그는 “드라큘라를 향한 두려움이 있지만 감정에 휩싸이기 보다는 이성적인 인물”이라며 “약혼녀 미나를 사랑한다”고 조나단을 설명했다. 실제 성격과 극중 인물은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진태화는 무한 긍정 에너지로 가득 찬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조나단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출과 관객, 모두의 시선에서 극중 인물을 바라보는 방법을 택했다.

“많은 분들이 ‘연출의 의도만 파악해라’라고 조언해주더라고요.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해요. 결국 공연을 보는 것은 관객이잖아요. 관객의 시선에서 극중 인물이 어떻게 보이는 지도 중요하다고 믿어요. 연출의 의도대로 조나단을 그렸는데 관객이 받아들이는 조나단과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한 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 수렴해서 최적화된 캐릭터를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어요.”

말은 이렇게 해도 연습벌레 진태화는 연출 옆에 꼭 붙어 질문을 쏟아내기로 유명하다. 그는 연출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감정으로 해당 장면을 표현하려 했는지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확인했다. 2막 런쓰루 연습을 마치고 돌아온 진태화는 이날 “연출님이 점점 더 연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해줬다”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진태화의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은 드라큘라 역을 제외한 나머지 캐스팅이 모두 원캐스트로 진행된다. 2주간 진행되는 공연 동안 배우들은 매일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나야 한다. 체력적인 부담감도 상당하다. 그보다 오롯이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이 더 큰 문제다. 이는 진태화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드라큘라’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의 또래 친구들처럼 서로의 짐을 덜어주며 힘을 보탰다.

“배우들끼리 사이가 정말 좋아요. 많이 친해졌어요. 뮤지컬이 처음이라 모든 게 불안하고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이에요. 연습할 때도 즐겁게 잘 하고 있어요. 가수할 때도 느낀 거지만 현장에서 제일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처음 하는 작품인데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아서 좋아요. 다만 그 시간이 많으면 좋겠는데 적어서 아쉬워요.”

진태화가 뮤지컬 '드라큘라'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 News1star/오디컴퍼니

2주간 진행되는 공연은 관객뿐만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힘들게 연습해 무대에 올라 모든 것을 보여주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진태화는 아쉬움을 내비치면서도 좋은 작품을 만나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많은 분들이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어요. 작품에 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걱정만 하지 말고 이번에는 어떤 조나단이 나올까 기대해줬으면 해요. 분명한 것은 초연과 다른 조나단을 보여줄 것 같아요. 그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 큰 무대에 오른 것은 예사 일이 아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진태화는 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 오디션을 준비하고, 당당히 합격해 부끄럽지 않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제 첫 걸음을 뗀 진태화의 내일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poolchoy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