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혁 "불쑥 찾아오는 감정, 그게 바로 사랑"(인터뷰)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영화 '세상끝의 사랑' 동하(조동혁 분)는 3년 전 남편을 잃은 자영(한은정 분)을 외롭지 않게 해줄 남자였다. 자영은 자신에게 호감을 표하는 동료 교수의 관심을 외면하고 딸 유진(공예지 분)에게 "(동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게 동하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자영과 유진 모녀를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이였다. 그래서 그는 두 모녀가 사랑할 수 밖에 없던 남자이기도 했다.
배우 조동혁에게는 의미있는 선택이었다.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노팅힐'과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라고 답하고 평소 발라드를 듣거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즐겨 보는 그에게, 드라마 '감격시대 : 투신의 탄생'과 '나쁜 녀석들' 등 액션 장르에서 활약했던 그에게 다가온 멜로 장르의 영화였다. '세상끝의 사랑' 출연은 스크린 데뷔작 '얼굴없는 미녀'로 인연을 맺게 된 김인식 감독의 제의로 이뤄졌다.
"감독님과의 인연으로만 이 영화에 출연을 결정한 것은 아니에요. 처음엔 시놉시스만 듣고 너무 특이해서 출연을 망설였었는데 책을 보다 보니까 스토리 과정 자체가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유진이를 만나서 연민과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까지 억지스럽지가 않았고, 나름의 아픔과 상처가 느껴졌어요. 모녀 사이라기 보다 친구 사이 같았던 엄마와 딸의 관계가 틀어지게 되는 과정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았죠."
조동혁은 시나리오를 읽고 그 즉시 김인식 감독과 만났다. 그는 김인식 감독이 제안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출연이 고민이 됐지만 감독님께서 '사랑 이야기이지만 인간의 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는 말에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베드신에 집중한 단순 19금 영화가 아니라는 것 역시 마음을 움직였다고 고백했다. 결론적으로 동하라는 캐릭터와 위험한 사랑에 대한 메시지가 끌려 출연하게 된 셈이다.
"저는 캐릭터를 많이 봐요. 그건 모든 배우가 다 같은 기준일 거예요. 시나리오도 읽으면서 금방 넘길 수 있고 친절하고 재미있다면 출연하고 싶어져요. 동하 역시 두 여자 사이에 뛰어들었다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멋있었어요. 하지만 두 모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남자였다면 출연을 안 했을 거예요. 자연스럽게 만나고 자연스럽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그 모든 과정이 매력적이었어요."
사랑은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 불시에 찾아온다. 동하는 유진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그를 챙겨주면서 감정적으로 교류를 하게 된다. 일로 언제나 바쁜 자영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유진에게 연민의 감정을 품기도 하고 자신에게 저돌적으로 고백하는 모습에 흔들리는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동하와 유진의 교감은 잘 묘사됐지만 자영에 대한 동하의 진심을 헤아리기가 선뜻 어려웠다.
"자영은 누가 봐도 멋있는 커리어 우먼이잖아요. 그런데 매를 맞고 산다는 게 동하 마음에 걸렸던 것 같아요. 동하의 과거가 분명하게 나오진 않았는데 감독님이 동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주유소 내에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집에서 살면서 자영과 만나게 되는데 사랑이 정말 불쑥 찾아오는 것 같아요. 유진과의 사랑도 과정은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그게 또 사랑이지 않을까요."
'세상끝의 사랑'에는 김인식 감독의 확고한 영화 문법이 있다. 마치 이야기의 연속성이 파괴된 듯, 점프컷으로 처리된 장면들이 등장한다. 맥이 끊긴 듯한 편집은 장면의 시작과 끝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한다. 장면 사이 사이에서 극대화됐을 인물들의 감정과 극적인 감정 변화에 대해 상상해 보게 만든다. 조동혁은 연기할 당시에는 감정선이 끊겼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감독의 연출을 전적으로 신뢰했다고 했다.
"점프 컷들을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해요. 책으로 볼 때는 무리가 없었는데 영상은 컷과 컷의 인과관계가 도드라져 보이니까 감정에 대해 긴밀하게 공감할 수 있을지 궁금하더라고요. 베드신도 감정이 앞 상황하고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 보니까 신경이 쓰였는데 관객으로서 보면 그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친절하게 다뤄졌으면 했나봐요. 유진과의 베드신 전에 대사나 장면이 있었다면 친절해질 수 있었지만 그건 감독님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선택이었겠죠."
조동혁은 지난 2004년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로 데뷔해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배우로서 한 길을 걸어왔다.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초반 당시에는 만인의 실장님 역으로 깊이 각인됐고, 조금씩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며 스펙트럼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오디션 낙방 경험과 바쁘고 치열하게 돌아가던 촬영장에서의 첫 기억을 털어놓으며 감회에 젖어들었다.
"전 목표랄 게 없었어요. 그냥 열심히 하고 욕만 먹지 말자는 주의였죠. 사실 전 어릴 적 숫기가 없어서 손을 들고 발표해본 적도 없어요.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도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할 거라 전혀 상상도 못했어요. 이후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캐스팅 되려고 어떻게든 노력을 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 적이 있었나 싶더라고요. 스스로가 열심히 도전하게 만드는 건 유일하게 연기였던 셈이죠."
조동혁이 연기의 묘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 '브레인'부터였다. 선배 배우 신하균과 호흡을 맞추면서 비로소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고,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프로 배우들과의 시너지를 느꼈다고 했다. 두 작품을 통해 캐릭터가 조형되고 그 캐릭터의 윤곽이 드러나는 지점부터 흥미롭다고 이야기하며 웃었다. 지금은 작품 흥행에 대해 간절히 바라기 보다 연기에 대해 더 진지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했다.
"'나쁜 녀석들' 당시에는 직업 자체가 살인청부업자였고 외모적으로도 머리를 밀고 다이어트도 하고 캐릭터 구축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어요. 바로 그게 연기의 묘미인 것 같아요. 캐릭터가 현장에서 생동감을 찾고, 구축되는 게 너무 짜릿하고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이제는 강한 캐릭터도 들어오고 조금 풀어진듯한 캐릭터도 들어오는데 조금은 고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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