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손현주 스릴러 전성시대(인터뷰)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왜 또 스릴러에 도전했느냐 하면" 배우 손현주가 영화 '더 폰'(감독 김봉주)을 세상에 내놓으며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말일 것이다. 그리고는 전작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와 '더 폰'은 분명 다른 영화라고 설명해야 했다. 세 영화의 공통점은 스릴러라는 장르일 뿐, 이야기는 전혀 다른 작품이었지만 많은 이들은 '3회 연속 스릴러'라는 키워드가 주는 궁금증, 아니 의문을 쉬이 떨쳐버리지 못했다.
그만큼 한 배우가 한 장르에 연이어 출연한다는 것은 국내 영화계에선 드문 현상이기도 했다. 배우로서는 연기 변신 폭이 크지 않다면 연속으로 같은 장르에 출연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자신의 한계치를 금방 노출할 수 있는 까닭에 연이어 동일 장르 출연을 결심할 시에는 그 어느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연기로 출연 이유 자체를 증명해야 하는 과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건 손현주의 자신감이었다. 장르는 같아도 캐릭터는 분명 달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펼쳐보일 수 있다는 믿음. 장르가 주는 기시감을 경계하고 기능적 연기를 애써 의식하기 보다, 극한 상황과 마주한 인간의 본질적인 두려움에 가까이 가려 했다. 그래서 관객들은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위기와 인간적인 고민에 공감하게 되고 그의 선택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앞으로 그가 다시 스릴러에 출연하게 된다면, "왜 또 스릴러에 도전했느냐"고 묻기 보다 "왜 이 작품에 끌렸느냐"고 묻는 것이 현명한 질문이 될 듯하다. 그에겐 장르 보다 작품의 이야기, 그리고 캐릭터가 지닌 번뇌와 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손현주 스릴러'라는 고유명사는 연극 무대에 섰던 시절부터 그가 고민해온 연기로 이뤄낸 것들이다. 그래서 더 납득할 수밖에 없는 손현주 스릴러 전성시대의 도래다.
Q.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또 스릴러에 도전했느냐"고 묻지만 배우로서도 연속으로 한 장르에 출연하면 부담이 되기도 한다. 결국 배우 본인이 작품을 선택하는 것인데 그 선택 이유가 궁금하다.
A. 선택하는 기준은 그냥 재미있는 거다. 보는 사람도 재미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선택하는 것 아니겠나. 그 이야기 안에서 내가 어떤 연기를 펼치고 그게 어떤 느낌을 주나, 혹은 어떤 모습으로 나오나, 그런 것들이 궁금하다. '숨바꼭질'과 '악의 연대기', '더 폰'까지 스릴러만 연속으로 하게 됐는데 전작들과는 분명 다른 재미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Q. 손현주가 매력을 느낀 것은 결국 이야기이겠다.
A. 이야기가 전부 다르다. '숨바꼭질'은 집에 다른 누군가가 살 수 있다는 모티브가 재미있었고, '악의 연대기'는 범죄를 저지른 경찰의 심리를 쫒아가보고 싶었다. '더 폰'은 변호사 고동호(손현주 분)가 1년 전 죽은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고 아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참신한 소재였고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흥미가 생기더라. 사실 스릴러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리암니슨, 해리슨포드,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무언가 사건을 해결해가는 영화들을 좋아했다.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 시리즈를 정말 좋아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주인공이 약자가 돼 장벽을 넘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Q. 손현주가 연기하는 스릴러 장르 속 캐릭터들은 도덕적 딜레마와도 연결돼 있고 인간의 본성과도 마주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런 캐릭터들에도 흥미를 느꼈을 것 같다.
A. 최근에 쫓기는 역할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평범한, 일반 소시민 배역을 많이 하긴 했다. 그런 배역을 사실 좋아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를 불쌍하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웃음) 그런 나를 보면 평범한 사람이 깰 수 없는 바위에 도전하는 느낌이 드는가 보다. 보는 사람들이 응원하고 몰입하게 되는. 그래도 주인공은 늘 산다는 걸 관객들은 알지 않나. 하지만 난 그 사실을 잊게 만드는 두려움을 전달해야 한다고 본다. 정말 내가 연기할 때 두려움을 느끼고 그게 관객들에게 전달되면 현실 같아 보이게 되는 것 같다.
Q. 고동호의 사투와 두려움을 더 극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액션신들도 인상적이었다. 체력적인 부담을 상당히 느꼈을 것도 같다.
A. 난 액션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 하다 보니 끝도 없이 나오는데 진짜 너무 힘들더라. 이제 나이가 더 들면 절대 못할 것 같다. 언론시사회에서 한 해, 한 해 가면서 힘들다고 했는데 진짜다. 쫓는 것도 해보고 싶다.
Q. 특히 청계천 추격신이 인상 깊더라.
A. 청계천에서 찍을 때 엑스트라 동원 없이 사람이 정말 많은 곳에서 찍었는데 그렇게 뛰었는데도 내가 누군지 못 알아보시더라. (웃음) 실제로 부처님 오신날 전등 축제를 할 때 촬영을 했는데 잘못 찍으면 내년을 기약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뭐든 주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시간을 맞추느라 스태프 100여 명이 초긴장 상태였거든. 나도 그래서 전등에 메달리는 장면에서는 무작정 몇 번이나 뛰어내렸다. 청계천 물도 꽤 먹었는데 그건 드시지 마시라. (웃음)
Q. 영화의 95%가 밤 촬영이었는데 현장의 제약이 많았던 점도 힘들었을 것 같다.
A. 정말 95%가 밤 촬영이니까 보통 저녁 8시부터 촬영이 시작된다. 해가 일찍 뜨니까 아무리 길어도 새벽 5시반까지밖에 못 찍는다. 늘 그렇게 찍다 보니까 우울해지더라. 매일 밤에 사람들을 봐야 하니까. 그렇다고 촬영이 끝난 뒤 아침 잠이 잘 오는 것도 아니다. 뜬 눈으로 있다가 겨우 잠이 들고 다시 밤에 나가는 패턴의 연속이었다.
Q. 영화의 또 다른 특성이라면 판타지일 것이다. 휴대전화라는 장치가 판타지와 현실을 이어주는 장치이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초인적으로 느껴진다는 평도 많았다. 배우로서는 연기하는 입장에서 어땠나.
A. 한국형 SF라고 해도 관객들에게 진정성이 느껴져야 한다고 봤다. 사실 얼굴을 안 보고 연기하기엔 배우로서도 쉽진 않았다. 엄지원과 얼굴을 보고 연기한 건 1회차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머지는 전부 전화 통화 연기였다. 감정 전달이나 이입은 보는 것만 못할 수밖에 없다. 그런 감정의 교감을 위해 이에 대해 정말 토의를 많이 했다. 힘든 건 사실이었다. 엄지원도 많이 힘들었을 거다.
Q. '손현주 스릴러'라고 모두 믿고 본다고 하지만 주위에서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A. 그렇다. 주위에서 정말 염려를 많이 했다. 동료들도 그렇고 나와 전혀 상관이 없는 분들도 그랬다. 그래서 앞으로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그런 지점들을 고려해 보려고 한다. 그런데 예전에 돌이켜 보면 소프트하고 라이트한 캐릭터들도 정말 많이 했다. 요즘 친구들은 그때 당시의 나를 잘 모를 거다. 난 코미디를 사랑한다. 코미디를 그저 웃기려고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지한 상황에서 재미있고 고급스러운 웃음을 전달하고 싶다. 이제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기도 하다. 그간 정신적, 육체적으로 버겁기도 했다.
Q. 언론시사회 이후 호평이 많더라.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작들도 만만치 않다.
A. 왜 부담이 없겠나. 매 영화마다 손익분기점을 넘길 바라고 그게 또 목표이기도 하다. 비록 '더 폰'이 큰 규모의 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지만 좋은 퀄리티의 작품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스태프들이 정말 매일 밤을 새며 고생한 덕분이다. 김봉주 감독도 신인인데 능력이 있는 감독이라 더 잘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떻게든 내 작품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호평을 해줘서 안심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누구든 예측할 수 없는 것이지 않나. 그저 영화를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aluem_cha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