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동성애 연기, 타인 이해하는 계기 됐죠"(인터뷰①)
- 명희숙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명희숙 기자 = 무용수에서 모델, 그리고 배우. 이제 막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있는 이재준의 이력은 독특했다. 손 끝에서 발 끝으로 몸의 언어를 표현했던 그는 어느새 런웨이를 걸었고, 이제 자기 안의 감정을 연기로 담아내고 있다. 풋풋하기만 할 줄 알았던 신인 배우의 연기가 제법 다채로웠던 건 그의 삶의 결 역시 여러 빛깔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력만큼 독특한 건 이제 막 시작된 그의 필모그라피다. 영화 '야간비행'과 드라마 '더 러버'를 통해 동성과의 사랑을 연기하는 과감한 수를 둔 그는 자칫하면 굳어질 수 있는 이미지의 늪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덕분에 대중들에게 좀 더 강렬하게 자신을 각인시킬 기회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그는 좀 더 높이 도약하려 한다.
"'더 러버'에서 저와 타쿠야 커플은 다른 인물들보다 드라마 적 요소가 짙었어요. 감독님도 처음부터 저희의 이야기는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이어갈 거라고 했죠. 극이 진행되면서 저희 이야기가 줄어서 그런 부분이 많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어요."
'더 러버' 속 이재준은 초반 타쿠야와 브로맨스 정도의 감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좋아하는 마음이 사랑으로 치환됐고, 감정의 진폭은 더 커졌다. '야간비행'에 이어 다시 동성과의 사랑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실제로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어릴 때는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고 상관도 안 하는 사람이었죠. 모델 일을 하다 보니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 중에 동성애자를 알게 된 적도 있어요. 그렇게 실제로 보고 겪으면서 '동성을 사랑할 수 있구나'하고 이해하게 됐죠. 또 '야간비행'과 '더 러버'를 찍으면서 직접 연기하다 보니 아무래도 더 이해하는 감정이 깊어졌어요."
'더 러버' 속에서 이재준은 타인에게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는 "저 역시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극 중에서 준재는 선을 지키지만 타쿠야가 들어오면서 그 경계가 허물어진다. 저 역시도 준재처럼 정해놓은 울타리 안에 선을 그어두기도 한다. 그런 부분이 비슷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인상 깊은 장면으로 '야동'을 보며 신음소리를 흉내내는 부분을 꼽는다며 "저도 하면서 좀 민망했다. 타쿠야와 스킨십을 하는 장면 같은 경우도 촬영할 때는 좀 더 드라이하게 찍는다. 그런데 나중에 음악이 추가되거나 편집이 되면 좀 더 끈적하게 보여지더라"고 설명했다.
이재준은 '더 러버'에서 사실 많이 망가졌다. 말끔하고 훤칠한 외모의 그가 코믹한 장면을 매끄럽게 소화하면서 한층 풍성한 웃음 코드가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너무 망가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코믹한 연기를 해본 것은 처음이라 좀 어색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한 게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고 욕심나더라고요. 더 웃기게 하고 싶어지고 하고요. 나중에라도 한 번 제대로 코믹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1990년생인 그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무용과 모델, 연기까지 여러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어리지만 선택과 도전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성숙하고 단단해졌다.
"다른 친구들보다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좀 빨리 왔던 거 같아요. 완전히 다른 분야로 이동하면서 한 번 사는 인생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일단 질렀죠. 하하. 감사하게도 질렀을 때마다 좋은 결과들이 있었어요. 여전히 관심 있는 분야가 많아요.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촬영 같은 것도 배워보고 싶어요."
이재준에게 배우 역시 스쳐 가는 직업일까. 하지만 그는 연기에 있어서만큼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배우로서 뿌리내리고 싶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보다 '재미'였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재밌어요. 몰랐던 걸 알아가고 다시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좋아요. 선배님들도 연기는 끝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계속 저를 찾아 나가고 역할을 맡다 보면 더 많은 걸 배우겠죠?"
이재준은 다양한 이력이 연기에 도움이 되냐고 묻자 "정확히 꼭 집어서 어느 부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긴 애매하다. 하지만 일단 신체적으로는 예민한 편이다. 어떤 경험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몸으로 표현되는 부분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운동으로서 무용을 한다. 발레도 꾸준히 하고 있다. 모델 일을 하면서 틀어진 몸을 최근에 운동을 통해 다시 맞춰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델 출신 배우들은 기존 신인들보다 좀 더 가혹한 평가에 잣대에 선다. '모델 출신'이 꼬리표가 되기도 하면서 대중의 시선의 무게를 견뎌야 하기도 한다.
"'야간비행'에 출연할 때까지만 해도 제가 모델 활동을 했다는 걸 모르는 분들이 많았어요. 지금도 그런 편인 거 같아요. 하하. 그래서 '모델 출신'이라는 게 부담이 되거나 하지는 않아요. 연기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친구들의 기회를 뺏는다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해요.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약간의 시기와 질투도 느꼈고, 제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과정을 의아해하는 친구들도 많았죠."
이재준은 이제 막 배우로서 성장의 계단을 밟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꿈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찼다. 그가 앞으로 보여줄 '내일의 이재준'에는 의문이란 없었다.
reddgreen3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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