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 "난 원래 밝은 사람인데, 하하"(인터뷰)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배우 신하균(42)이 실제로 유머러스하다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반전이었다.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생각지 못한 농담을 툭툭 던져 기어코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언제나 타의 복제를 불허하는 예상 밖의 캐릭터로 관객들을 찾아왔듯 유머 역시 예측 불가능한 지점에서 터지곤 했다.
신하균이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를 선택했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다시 한 번 그가 보여줄 새로운 연기를 기대했다. 데뷔 17년 만에 첫 사극 연기에 도전하는 만큼 사극 장르와 신하균의 만남에 기대를 표했다. 대중이 그를 하균신(神)으로 추앙하는 이유는 '비정형성'에서 비롯된 의외의 모습에 있었던 셈이다.
"그간 일부러 사극을 피한 건 아니었어요. 기회가 닿지 않았을 뿐이죠. 이번에 '순수의 시대'에 출연하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는 처음 도전하게 되는 장르이기도 했고 이전에 해왔던 캐릭터와는 달라서 보여줄 거리가 굉장히 많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19금 영화로서 영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재미들이 전체적으로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신하균이 연기한 김민재는 군 총사령관이자 정도전의 개로 불린 비극의 남자다. 김민재는 이후 가희(강한나 분)라는 아름다운 기녀와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버리게 된다. 약점이 없는 완벽한 캐릭터보다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에 흥미를 느낀 것이 김민재를 연기하게 된 이유였다. 모든 걸 버리고 사랑 만을 선택한 한 남자의 모습에 마음을 움직이도 했다고.
"일단 실존을 했느냐, 안 했느냐를 떠나서 캐릭터가 안타깝고 불쌍하게 느껴졌어요. 김민재는 결핍돼 있는 인물이거든요. 높은 위치에 있지만 가진 게 없고 삶의 출구가 없는 사람이었죠. 사랑이라는 출구를 보고 사랑만을 향해 달려가는 그런 느낌이 좋았어요. 누구나 꿈꾸는 사랑이기도 했고 이런 해방감을 통해 관객들도 대리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김민재는 여진족 태생으로 어릴 적 눈 앞에서 어머니를 잃은 트라우마를 품고 있는 인물이었다. 이후 정도전의 눈에 띄어 그의 데릴사위로 들어가게 되고 정도전의 하수인 노릇을 하게 된다. 조선 개국 과정에서 큰 공을 세운 후 군 총사령관 자리에까지 오르지만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이방원의 조롱에도 분노를 삼켜야 했다.
"김민재는 워낙 표현을 안 하는 인물이니까 인물 내면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관객들에게 전달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과정들이 어려웠죠. 겉으로 표현을 많이 안 하더라도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느낌, 대사가 많이 없더라도 짧은 말 한 마디에서 나오는 뉘앙스를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외적인 부분으로는 몸을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쏟았죠."
신하균은 '순수의 시대'를 위해 체지방률을 2.6~7%까지 감소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일명 신하균만의 신경질적인 근육. 승마와 검술 등을 병행하면서 식단을 조절하고 금주를 선언하는 등 작품을 위해 독한 마음을 먹었다. 또 다시 몸을 키워야 하는 작품에 도전할 계획이냐고 물으니 "일부러 몸을 만드는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객들이 식상해 할 것"이라고 했다.
"감독님도 김민재가 겉으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니까 몸이 표현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몸의 대화를 중요하게 보신 거죠. 우스갯소리로 '신경질적인 근육'이라고 부르기도 했었어요.(웃음) 워낙 싸우는 것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인물이니까 웨이트를 해서 몸을 만들었어요. 멜로 라인도 있는데 배가 나온 상태에서 베드신을 할 수는 없잖아요."
'순수의 시대'에는 김민재와 가희의 농밀한 베드신이 종종 등장한다. 주인공들의 욕망에 집중하는 시간인 만큼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장면이지만 그 살색만을 보려는 대중의 선입견은 분명 존재한다. 이에 대해 그는 "영화에 다른 볼거리와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많음에도 자극적인 부분에만 시선이 가는 건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베드신 촬영은 정확한 콘티와 연출로 이뤄졌어요. 감정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연기하려 했죠. 상대역이었던 강한나씨는 신인이지만 제가 리드한 건 아니었어요. 본인의 인지대로 연기하길 바랐죠.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준비를 했고, 신인이 감당하기 힘든 촬영이 많았는데 더 해줄 말도 없이 연기를 너무 잘해줬죠."
신하균은 진중한 모습으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다가도 유머 넘치는 모습으로 회귀하곤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계획이 전혀 없는지에 대해 묻자 "멍석을 깔아주면 못하는 스타일"이라며 "일단 두려워 하는 점도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는 예능 출연 없이도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를 드라마로 꼽았다.
"내 실제 성격은 밝고 유쾌한 편이에요. 낯가림이 있는 편이지만 편안한 자리에 있거나 친한 사람들과 있으면 원래 밝은 모습이 나와요. 예능에 왜 출연 안 하느냐고 많이 궁금해 하는데 특별히 보여드릴만 한 장기도 없고 말을 잘 못해서 출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예능 출연 없이 그래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드라마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많은 이들은 신하균에게 흥행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 묻는다. 애써 열심히 연기한 작품이 대중에게 외면 받는 일에 대해 아쉽지 않느냐고 하지만 신하균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답한다. 흥행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연기 뿐이라면서도 자신의 필모그래피의 절반은 청소년 관람불가였지 않느냐고 농을 쳐 다시 웃음을 자아냈다.
"항상 부담감과 책임감이 들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지금 내가 맞게 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 때가 많고요.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긴장감은 똑같아요. 다만 아쉬움이 남을 수 있겠지만 작품에 대한 후회는 하지 말자, 그 순간 만큼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죠."
신하균은 연기가 좋아서 선택했지만 연기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관객을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영화관을 찾았던 관객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영화를 봤던 행복한 순간을 곱씹어 봤다. 그 자신이 영화를 보며 느꼈던 행복을 관객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저는 연기를 단순한 직업으로 접근한 게 아니었어요. 진로를 선택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인가 생각했다가 연기를 선택하게 됐죠. 영화관을 찾아가는 과정부터 보는 시간까지 너무 좋아했거든요. 2시간동안 관객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보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죠. 제가 출연하는 영화는 관객을 그런 기쁨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작품인 셈이에요."
신하균은 인터뷰 말미 의외의 취미를 공개했다. 프라 모델을 조립하거나 레고를 맞추는 취미가 있다고. 혹은 고양이 7마리와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며 애묘인다운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치밀하게 무언가를 계획하는 성격이 아니라 그때 그때 즐기는 일상의 소중함이 좋다고 털어놨다.
"제 생활로 돌아오고 며칠 스스로를 완전히 방치한 상태에서 쉬고나면 충전이 금방 돼요. 작품이 끝나면 아무 것도 안 하고 바보처럼 멍하니 있을 때가 많거든요. 정리정돈을 하거나 고양이들과 함께 놀아요. 결혼이요? 이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소개팅도 제 성향과 잘 안 맞아서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요즘의 이상형은 밝은 사람이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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