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연기에 대한 책임감, 더 커져가는 시기죠"(인터뷰)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배우 이연희(28)는 어느새 연기 경력 10년을 꽉 채웠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굵직한 작품에 주연급 배우로 출연하며 대중과 만나왔지만 오로지 연기 만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다. 드라마 '구가의 서'의 윤서화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미스코리아'에서 오지영 역으로 이선균과 호흡을 맞추며 자신 만의 연기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듯, 이연희의 연기가 피는 시기는 바로 지금이었다.

그런 그가 영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감독 김석윤 / 이하 조선명탐정2)에서 팜므 파탈이자 미스터리한 게이샤인 히사코 역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이연희를 생각하면 이전의 청순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히사코는 김민(김명민 분)을 도발하기도 하고 필요할 때는 권총을 휘두르며 날렵한 액션을 선보이기도 하는 여인이다. 기존에 지녔던 이미지를 벗기 보다는 다양한 이미지 중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이전 시리즈의 성공이 부담될 법도 했다.

"사실 맨 처음에는 제의를 받고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후속으로 선택한 점에 있어서는 부담감을 잘 몰랐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그간 이미지로 보여졌던 모습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막상 촬영이 가까워져 오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혼자 거울을 보면서 대사 연습도 해보곤 했죠. 많이 쑥스러웠지만요. (웃음) 히사코 만의 눈빛이나 카리스마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죠."

배우 이연희가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로 관객들과 만나는 소감을 밝혔다. ⓒ News1 스포츠 / 김진환 기자

'조선명탐정2'에 이연희가 있다면,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에는 한객주 역의 한지민이 있었다. 영화가 개봉하기 이전부터 한지민의 바통을 이어 받은 소감을 묻는 질문이 곧잘 이연희를 따라다녔다. 이연희는 "한지민 선배님이 워낙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셨기 때문에 거기에 버금가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히사코 만의 다른 눈빛으로 승부하려 했다"고 털어놨다. 히사코가 게이샤인 만큼 의상으로도 캐릭터의 차별점을 두려고 했다.

"기모노를 입는 게 큰 작업이다 보니까 입었을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게이샤 다운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 고민이 컸어요.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서 게이샤들의 수련 방법들이 잘 나와 있어서 간접적으로 경험을 해보기도 했어요. 한복을 입었을 때는 '조신하다, 곱다'라는 표현이 잘 나오는데 기모노가 목선이 드러나다보니 섹시해보이는 듯한 느낌이 있었어요."

김석윤 감독은 이연희를 대체 불가 배우라고 했다. 제작보고회 당시에도 이연희의 외모가 갖고 있는 이점을 칭찬하면서도 냉소적인 표정, 절망이 어린 표정을 아우르는 연기 스펙트럼을 치켜세웠다. 이연희가 히사코라는 의문의 인물을 조형하기까지는 김석윤 감독의 믿음도 한 몫했다. 기시감이 깃든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그만의 새로운 게이샤 히사코를 만들어내길 바랐다.

"감독님께서는 히사코 만이 뿜어낼 수 있는 여성미와 아름다움을 원하셨어요.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는 틀을 잡아주시기 보다 자유롭게 연기하라고 조언해주셨죠. 사실 처음엔 사람들을 접대하는 장면에서 콧소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때 감독님께서 '네게 어울리는 대로 연기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배우 이연희가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 게이샤 히사코 역을 맡아 노력했던 점을 공개했다. ⓒ News1 스포츠 / 김진환 기자

이연희는 '조선명탐정2'를 위해 촬영 전부터 특훈에 돌입했다. 한 달 간 주어진 시간 동안 짧게라도 게이샤의 춤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무용의 선이 하나하나가 잘 살아나야 했기에 처음에는 대역을 쓸 계획이었지만 김석윤 감독은 이연희의 노력을 믿었다. 그 결과 제작진과 출연진은 물론 관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히사코의 춤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다.

"가장 공을 들였던 건 춤 장면이었어요. 오랜 시간 동안 촬영을 하기도 했고 많이 준비를 했던 장면이었죠. 예전에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한국 무용을 춘 적이 있어요. 한국 무용은 한국 무용 만의 선과 각이 있어서 어려웠는데 게이샤의 춤은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 안무가 선생님이 대역을 써야 한다고 하셨지만 직접 소화했고, 감독님이 그래도 마음에 들어하셨죠."

'조선명탐정2'은 김민과 서필(오달수 분)의 코믹한 콤비 활약이 메인 플롯이다. 김민과 서필 사이에서 캐릭터에 욕심을 낼 법도 했지만, 이연희는 적정 수준의 캐릭터 분석으로 그 메인 플롯을 관통하는 서브 플롯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에 대해 "김명민, 오달수 선배가 늘 현장에서 반갑게 맞아주셨다"면서 "모든 스태프들이 날 가장 공들여 촬영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코믹한 부분이 있었어도 좋았을 것 같지만 그래도 히사코가 워낙 인물 자체가 미스터리하다 보니까 그렇게 코믹한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생기진 않았어요. 관객들에게 히사코 캐릭터를 납득시키고 반전을 안기기 위해서는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코믹한 요소가 무리하게 들어가게 된다면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죠."

배우 이연희가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개봉 이후 MBC 새 월화드라마 '화정'에 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News1 스포츠 / 김진환 기자

이연희는 히사코 캐릭터를 만들어간 과정에 대한 설명을 차분하게 이어갔다. 캐릭터를 만들기 이전에 인물이 사는 배경을 봤고 배경이 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봤다는 것. 이후 해당 캐릭터에 대한 레퍼런스를 찾는 과정을 거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연희는 '조선명탐정2' 이후 MBC 새 월화드라마 '화정'으로 시대 배경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캐릭터에 도전한다.

"사극은 장르 자체가 어떻게 보면 무겁기도 하지만 점점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지는 것 같아요. '화정'이라는 드라마를 하게 됐는데 영화와 달리 여유 없이 촬영이 빠르게 진행돼서 바쁠 것 같지만 적응을 빨리 해야될 것 같아요. 그래도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회차마다 피드백이 빨리 오는 것 같아서 긴장하면서 할 수 있게 돼요. 확실히 영화와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한 작품이 끝나고 이연희가 하는 일은 여행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일이 그 자신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와인을 마시고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기도 하다고 했다. 실제 주량은 와인 반병 정도라며 와인의 매력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고는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실 배우로서 미래의 구체적인 그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전까지는 작품 전에 항상 두려움이 있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작품을 만났을 때 자신있게 해보려는 부분도 생긴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좋은 평도 많이 해주셔서 책임감도 생겼서 정말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어요. 데뷔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전 이제 막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이에요."

aluem_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