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고추' 유지나 "내 인생 최고의 봄날, 소녀처럼 설레"(인터뷰①)
- 이한솔
(서울 = 뉴스1스포츠) 이한솔 = '고개고개 넘어가도 또 한 고개가 남았네. 넘어가도 넘어가도 끝이 없는 고갯길. 세상살이가 인생살이가 고추보다 맵다 매워. 사랑하는 정든 님과 둘이라면 백년이고 천년이고 두리 둥실 두리 둥실 살아가련만. 세상살이가 인생살이가 고추보다 맵다 매워'
가사만 들어도 고단함이 느껴지는 노래가 있다. 최근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서 정은지가 불러 더 유명해진 노래. 바로 '고추'다. 최근 만난 '고추'의 원조 유지나는 24시간이 모자라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고추만큼 뜨겁고 열정적인 유지나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트로트의 연인'에 '고추'가 나온 건 드라마를 보며 알았어요. 정은지 씨가 이전에 다른 방송에서 부른 적이 있더라고요. 어머니께서 좋아하는 곡이라고요. 제 노래를 그렇게 좋아해 주고 불러주니 은지 씨에게 너무 고마웠죠."
자신이 불렀지만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고 유지나는 말했다. 부르면서도 울었고 들을 때도 울었다. 고된 인생살이의 가사 위에 국악과 판소리로 다듬어진 구성진 음색이 더해져 한 편의 애절한 인생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고추'를 부를 때도 그랬지만 진심 없이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매번 무대를 오를 때 이게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고 서요. 녹음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주변에 있는 연필 한 자루, 지우개 하나, 사물 모든 것이 저를 보고 있는 대중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요."
모든 순간, 모든 노래에 최선을 다한다는 유지나는 말하는 순간마저 진실이 배어 나왔다. 힘들 법도 하지만 그는 23년간 해온 등산과 근력 운동을 통해 다져진 체력으로 끄떡없다는 듯 답했다. 언제나 성공하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준비해 온 결과 그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판소리와 국악을 전공한 유지나는 대학교 시절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가수 김연자의 디너쇼에서 게스트로 노래를 했다. 그 와중에 김연자 매니저에게 스카우트돼 노들가요제에서 '소문났네'로 데뷔했다. 이후 1998년 1집 '저 하늘 별을 찾아'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과 노래를 알렸다.
"과거에는 주현미 선생님이나 하춘화 선생님을 모창했어요. 제 색깔이 없었죠. 국악을 20년 배웠지만 국악과 트로트는 발성법이 아예 달라요. 이후 트로트도 10년 동안 배웠어요. 판소리와 트로트 기법을 섞어 부르기 시작했죠. 판소리에서의 발성법과 비음, 두성 등을 한 곡에 적절히 녹여 냈어요. 결국 그게 저만의 브랜드가 됐어요."
최근에는 모교에서 열린 '한류예술축제'에서 게스트로 섰다. 또 '유지나 장학재단'을 만들어 후배들에 장학금을 전달했다. 학교에서 직접 노래를 가르치기도 한다. 과거 힘들었던 시절을 보냈기에 똑같은 과정을 겪을 후배들을 위한 일이었다.
"누구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건 제 만족과 행복이 더 큰 일이에요. 장학금을 전달하는데 울컥하더라고요. 제 주변에는 도와줄 사람이 참 많아요. 가족들, 친구들, 후배들도요. 저로 인해 세상이 더 밝아졌으면 좋겠어요."
유지나는 오는 12월 워커힐에서 디너쇼를 개최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 무대의 주인공으로 서는 것. 그것은 그가 게스트로 섰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원대한 꿈이었다. 앞으로 매년 12월, 디너쇼를 이어가는 것이 그의 또 다른 목표다.
"서울 디너쇼를 시작으로 전국투어를 할 거예요. 제 이름으로 브랜드쇼를 만드는 게 꿈이었어요. 스스로 가야 할 곳을 정확히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너무 행복해요. 지금이 제 인생의 최고의 봄날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아직도 저는 고지에 오르지 않았어요. 열아홉 살 먹은 소녀처럼 설레요."
아직 못다 이룬 꿈을 말하는 그의 표정은 소녀의 그것처럼 환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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