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남' 유민규 "안면마비 극복했는데 연기 성장도 해야죠"(인터뷰)

(서울=뉴스1스포츠) 김지예 인턴기자 = 지난 해부터 쉴 틈 없이 작품을 해온 유민규는 똘망똘망한 눈과 188cm의 훤칠한 키, 조막만한 얼굴 등 누가 봐도 연예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그러나 연예계에 발을 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제가 스무살 때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할까요. 국악에 관심이 있었지만 잘 되지 않았고 대학을 가는 것도 싫었어요. '내가 가서 뭐하나'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그냥 막연하게 '뭐라도 하게 되겠지'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죠."

유민규는 2006년 서울컬렉션으로 모델 데뷔한 뒤 연기자로 전향했다. © News1스포츠 / 김진환 기자

그런 그에게 구체적인 방향성을 잡아준 건 큰 누나였다. 큰 누나는 유민규의 큰 키를 살릴 수 있는 모델 활동을 제의했다.

"큰 누나가 모델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을 때 그저 멍 했어요. 내가 감히 모델을 할 수 있겠나 했던거죠. 저를 잘 아는 큰 누나는 미리 오디션도 신청해놨으니 몸만 가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가게 된 오디션에서 운 좋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2006년 서울 컬렉션에 서게 됐어요."

분명히 모델은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란 꿈이었을 터다. 하지만 유민규는 그 꿈을 비교적 쉽게 이뤘고 빠르게 업계의 호응에 탄력받자 그만 '연예인병'에 걸리고 말았다.

"여러 무대에 서게 되니 어느 순간 굉장히 우쭐해졌어요. 모델은 그만하고 연기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 땐 자신감이 엄청났어요. 모델을 도움 없이 했으니 연기도 혼자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거든요. 방송, 극단 등 온갖 무대를 찾아다니면서 만만치 않은 바닥이라는 걸 깨달았고요. 결국 기존 모델 일부터 정점을 찍고 나서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돌아왔죠. 하지만 전 모델 경력이 1년 밖에 되지 않아 잊혀졌더군요. 이 때 초심으로 돌아왔어요. 그 때 정신 차리지 않았으면 지금 전 죽도 밥도 되지 않았을걸요."

결국 유민규는 스물다섯살 때까지 꾸준히 모델 일에만 집중한 뒤 '오 보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됐다. 초심을 유지한 덕분일까. 그는 프로젝트 우승을 거뒀고, 2012년 케이블 채널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를 통해 연기 데뷔를 했다.

'처음'은 모두에게 인상 깊은 순간이다. 유민규 역시 첫 작품인 '닥치고 꽃미남 밴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했다.

"아직 연기 경력이 많지는 않지만 '닥치고 꽃미남 밴드'는 잊지 못할 거예요. TV 화면에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점도 의미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에 찍었거든요. 그때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데 얼굴이 마비되는 구안와사에 걸렸어요. 처음에는 혀가 감각이 없어서 데었나 했거든요? 그런데 아랫입술, 윗입술, 코, 눈, 눈썹, 이마, 귀까지 일주일에 걸쳐 전부 마비되더라고요. 물 먹어도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였어요. 그래서 제작진도 난리가 났죠. '닥치고 꽃미남 밴드' 티저 영상을 마스크를 쓰고 촬영했는데도 절 믿어준 감독님께 감사해요."

유민규가 과거 구안와사로 고생한 경험을 밝혔다. © News1스포츠 / 김진환 기자

유민규는 한의사로부터 구안와사는 100% 완치되기 어렵고 전과 다른 얼굴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다행히 얼굴 변형 없이 회복됐다. 이후 그는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주군의 태양' 조연으로 지상파 신고식을 치렀고 지난 달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빛나는 로맨스'에서 제대로 얼굴을 알렸다.

"일일극은 처음이라 어려웠어요. 다들 어떻게 긴 호흡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신기했고요. 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극중 어머니였던 견미리 선배님이 정말 잘 챙겨주셨어요. 6개월 동안 여러 선배님들께 참 많이 배웠죠."

유민규는 이렇게 고생 끝에 만들어낸 강기준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였다.

"강기준은 철없는 재벌집 둘째 아들이에요. 남들은 부러워 할 조건을 갖췄지만 사랑받고 자라지 못해 애정결핍이 심하죠. 그런데 버팀목이 되주었던 어머니가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고 부인하니 얼마나 상처받았겠어요. 강기준 대사 중에 '유일하게 사랑한 두 여자가 나를 배신했다'는 말이 정말 와닿았어요. 사랑을 갈구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여러 충격을 받은 후반부에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유민규의 말처럼 강기준은 종영에 가까워지고부터 가슴앓이를 했다. 여자친구가 복수를 위해 그를 이용했고 설상가상으로 어머니의 범죄 사실까지 알게 됐다. 이때 선보인 신인답지 않은 눈물 연기는 사실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언제가 될 지는 몰랐지만 흐름을 봤을 때 격한 감정이 한 번 쯤은 터질 것 같았어요. 80부 정도부터 준비를 했지만 예상보다 늦게 터져서 오히려 수월하게 찍었던 것 같아요. 이 장면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시청자들에게 감정 전달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유민규는 퀴어영화 '원나잇 온리'에서 스무살 근호 역할을 연기했다. © News1스포츠 / 김진환 기자

이렇게 '빛나는 로맨스'의 강기준을 떠나보낸 그는 현재 영화 '원나잇 온리'의 7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원나잇 온리'는 화제가 끊이지 않는 김조광수 감독의 퀴어물로 꽤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사실 김조광수 감독님의 팬들이 저를 추천해서 시나리오가 제 손에 오게 됐어요. 막상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수위 높은 퀴어물이라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내가 앞으로 배우로서 성장하려면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하니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출연하게 됐죠."

유민규는 '원나잇 온리'에서 진주에 사는 스무살 동성애자 근호로 분해 그가 서울에서 온 남자와 하룻밤 동안 벌인 일들을 그려냈다.

"베드신, 키스신 등 스킨십은 다 나오지만 같은 남자끼리 수줍고 야릇하게 손을 잡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어요. 그런데 전 사투리 연기가 더 어렵더라고요. 사투리를 녹음해서 듣고 계속 연습했는데도 영 어색했어요. 힘들었지만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지치지 않고 촬영을 마쳤어요."

다양한 시도를 하며 연기 경력을 쌓아나가고 있는 유민규는 스스로를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칭했다. 당장의 성과에 조급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 아직 천천히 준비하고 있는 단계예요. 당분간 제가 찍은 작품들을 다시 한 번 보면서 대사 전달력과 표정 등을 검토하려고요. 올해 작품 하나를 더 할 생각이지만 시상식 등에 연연하지는 않을 거예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유민규? 연기 잘하는 애?'라는 소리를 듣도록 노력하겠습니다."

hyillil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