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힘찬 PD 사망…"고강도 업무 압박감에 시달려, 재발 없길"(종합) [N현장]
제작사 스튜디오S 공식 사과
- 윤효정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프로듀서로 일한 고(故) 이힘찬 PD의 사망의 원인이 고강도 업무와 스트레스 로 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사 스튜디오S는 이에 대해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으며, 언론노조와 유족 측 등이 구성한 대책위원회는 현실적인 방안을 통해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스튜디오S 고(故) 이힘찬 프로듀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사 공동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대책위원회는 "평소 업무에 대한 애정과 책임이 컸던 고인이 부족한 예산 범위 내에서 작품을 무사히 완수해야 한다는 압박, 촉박한 편성 일정으로 인한 불안, 화재 및 사고 장면 촬영이 야기한 돌발변수 대응 등으로 업무상 스트레스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폭됐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고인 사망의 원인이 업무상 스트레스임을 명확히했다.
이어 "본격적인 촬영 돌입 이후 거의 매일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더해져 더 이상 프로듀서 개인이 감내하기 어려운 극단적 상황에 내몰렸으나 회사(스튜디오S) 차원의 고충처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되짚었다. 또한 "방송사들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 설립 확산, 노동시간제도 변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드라마 소비 증가와 관련 산업의 폭발적 성장, OTT 플랫폼 영향력 증가 등 최근 급변한 드라마산업에 내재한 구조적 문제들이 '소방소 옆 경찰서'에 응축됐다"고 덧붙였다.
스튜디오S의 한정환 대표이사, 김동호 경영국장 등은 지난 7일 유족과 간담회를 갖고 공식 사과했다. 한정환 스튜디오S 대표이사는 이 자리에서 "공동조사를 통해 회사 제작시스템을 성찰하고 고 이힘찬 프로듀서가 겪었을 고통을 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였다"면서 "유가족분들께 깊이 사과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아울러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속드린 개선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고민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족은 "아직도 고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며 고인 사망 전후 회사의 모습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일을 하며 겪는 압박과 부담을 개인에 지우지 말고 조직과 회사가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사측에 거듭 강조했다.
유족과 노조 및 사측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적정 제작 기간 확보(연출자와 프로듀서의 의견을 반영해 첫 방영일로부터 최소 6개월 이상 12개월 범위 안에서 사전 제작기간을 설정)를 통한 편성(납비) 압박 완화 △경영진이 연출자와 프로듀서 등 제작진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분쟁 적극 해결 및 현장 고충 정기 점검 △안정적인 인력확보를 위한 채용 및 교육훈련 체계 구축, 회사 차원의 직무스트레스 관리시스템 도입 △직무스트레스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 체계, 월1회 심리 상담의 날, 긴급휴가제 도입 등이 포함됐다.
위 내용들은 노사가 '스튜디오S 드라마제작준칙'으로 제정할 예정이다. 정형택 언론노조 SBS 본부장은 "고인의 바람과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유가족의 의지가 있었다"라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남은 우리의 책임이다, 노조는 그 책임을 다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고인의 동생인 유족 대표 이희씨는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이렇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결국 저와 연대해준 모든 분들이 마음을 모아 반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라며 "공식적인 사과를 받고 형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덜어내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대책위원회는 공동조사 보고서 발표 후에도 당분간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스튜디오S 사측이 대책위원회와 합의한 고인에 대한 추모 및 현장 개선 방안을 성실히 이행하는지 점검하고 평가한다. 또 이번 개선방안이 스튜디오S에 그치지 않고 드라마제작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현장에 널리 알리는 노력도 해나갈 예정이다.
한편 이힘찬 PD는 지난 2020년 SBS 드라마본부가 분사해 설립된 자회사 스튜디오S 소속으로 일해왔다.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제작진으로 합류해 격무를 호소하다 지난 1월30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지난 3월 스튜디오S, 유가족 대표, 언론노조 등이 참여한 공동조사위원회가 사망 원인 규명,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에 나섰다.
이힘찬 PD 사망 사건 이후 촬영을 중단했던 '소방서 옆 경찰서'는 5월 촬영을 재개했다. 오는 12일 첫방송을 앞두고 있다. '소방서 옆 경찰서' 첫회에는 고인에 대한 추모 메시지가 게시된다. 최종회 마지막 장면에는 고인의 사진과 추모의 뜻이 실린다. 회사 차원에서 매년 고인에 대한 추모 의식도 진행하기로 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고인의 기일을 '조합원 안전의 날'로 지정해 일터 안전과 조합원 건강을 위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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