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최현욱에 잠식된 최민식…'맨끝줄소년' 위험한 문학 수업 [OTT 화제작]
26일 공개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 리뷰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맨 끝줄 소년'은 문학 수업에서 출발해 심리 서스펜스로 확장되는 작품이다. 국문학과 교수가 학생의 재능을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사제 관계의 긴장과 인물들 사이 숨겨진 욕망을 따라 점차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교수의 열등감과 학생의 알 수 없는 속내가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심리전, 회차마다 예측 불가한 전개가 흡인력을 높인다. 여기에 최민식과 최현욱을 중심으로 배우들의 연기 합이 더해지며 빠져나올 수 없는 서스펜스를 완성한다.
지난 26일 6회 전편 공개된 넷플릭스 새 시리즈 '맨 끝줄 소년'(극본 장명우/연출 김규태)은 동명의 스페인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20년 전 단 한 권의 소설을 낸 이후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는 국문학과 교수 허문오(최민식 분)의 결핍에서 시작한다. 대학 동기이자 성공한 스타 작가 김수훈(허준호 분)을 향한 열등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과거 추천사를 부탁했다가 모욕을 당했던 기억, 자신의 작품을 두고 "문장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혹평까지 들었던 상처는 아직도 그를 잠식하고 있다.
그런 허문오 앞에 공대 학부생 이강(최현욱 분)이 등장한다. 무심한 표정으로 강의 오류를 지적하고, 작문 과제에서는 교수조차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만큼 놀라운 재능을 보여준다. 허문오는 결국 이강에게 둘만의 수업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강의 재능은 순수한 문학적 상상력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이강은 친구 김세윤(이진우 분)에게 접근한 후 친구가 되고 그의 집에 들어가 가족 구성원들과 이들의 관계를 관찰한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쓴다.
이강의 글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관찰과 관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허문오는 "관찰하랬지 관음하지 말라"고 꾸짖지만 정작 자신 역시 이강의 글에 중독돼 간다. 학생의 재능을 키우려던 교수는 어느 순간 그 이야기에 지배당하고 만다.
최민식은 허문오의 내면과 심리를 존재감만으로 설득한다. 허문오는 열등감과 자존심, 동경과 질투가 뒤엉킨 복합적인 인물로, 그 감정의 층위는 최민식의 표정 변화만으로 고스란히 공유된다. 또한 이강과의 관계에서도 제자를 향한 시선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호기심과 흥미에서 경계와 의심에 이르기까지, 교수로서 우위가 끊임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쌓아간다.
최현욱은 이번 작품으로 연기력이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강은 문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천재적인 학생이면서도 어딘가 설명되지 않는 불안함을 품고 있다. 순수한 호기심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친구 가족을 창작의 소재로 소비하고 이들의 삶을 글감으로 채집하는 불순한 양면성을 보여준다. 특히 친구 아버지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 사실을 허문오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씩 웃는 모습은 더욱 소름을 유발한다. 이강의 천진함과 위험성을 넘나들며 캐릭터의 미스터리를 극대화하는 연기는 '맨 끝줄 소년'의 서스펜스 그 자체다.
김규태 감독 특유의 심리 묘사도 강점이다. 작품은 거대한 사건보다 인물의 심리와 관계의 균열에 집중한다. 이강의 글 속 이야기와 현실이 교차하는 액자식 구조 역시 몰입도를 높인다. 시청자는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이강의 진실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다만 2회까지는 인물과 관계를 차곡차곡 쌓는 과정에 가까운 만큼, 호흡이 빠른 서스펜스를 기대했다면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신 작품은 인물들의 심리와 욕망을 집요하게 해부하며 서서히 긴장을 끌어올린다.
2회 말미 강렬한 반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개가 이어진다. 타인의 삶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에 직접 개입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강의 서사와 이에 빠져든 교수의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매회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여기에 허준호와 김윤진, 진경, 문정희 등은 그간 신뢰를 탄탄히 쌓아온 배우들다운 열연을 보여준다. 글로벌 흥행을 거둔 '참교육' 후속작으로 공개된 '맨 끝줄 소년'이 작품성과 흥행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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