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 논란 끊으려면…"학계와 협업 더욱 강화해야" [K드라마와 역사왜곡]④

"제작사 넘어 방송사 등 플랫폼에서도 감수 신경 써야"
"제작 현장과 역사 학계, 서로 영역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편집자주 ...K-드라마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한국 톱 배우들이 등장해 특유의 이야기로 즐거움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할 때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까지 열광한다. 하지만 K-드라마도 실망을 줄 때가 있다. 특히 드라마 속 '역사 왜곡' 문제는 주기적으로 반복되기에,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뉴스1은 기획 시리즈 [K드라마와 역사왜곡]를 통해 논란 사례와 이유는 물론, 예방책까지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MBC '21세기 대군부인' 포스터

(서울=뉴스1) 김민지 윤효정 기자 = 최근 '21세기 대군부인'까지, 드라마들이 반복되는 역사 왜곡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작 단계부터 철저한 고증과 기획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아울러 콘텐츠를 송출하는 방송사와 플랫폼 역시 단순한 유통 창구를 넘어, 역사적 책임 의식을 공유하면서 검증 절차를 강화해 역사 왜곡 소지가 있는 내용을 걸러낼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학계의 뒷받침도 절실하기에 업계와 역사학계의 협업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방송사와 플랫폼, 감수 절차 강화해야"

제작사 관계자 A 씨는 "감수는 플랫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제작사가 작품을 만들고 이를 내보내는 채널에서 검토할 수 있는 단계가 있다, 이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뉴스1에 "과거 방송사에는 감수하는 팀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제작사에서) 역사학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요청하지 않나, 이걸 방송사를 비롯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외부에서 체크해야 한다, 제작사 입장에서 그걸 다 감당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 고증이 어째서 중요한가'에 대해 알아야 하고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사에서도 역사인식, 고증 강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을 선보인 MBC는 실질적인 내부 보완책을 고민하고 있다.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논란 이후) 내부에서도 고증 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많이 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어떻게 시스템을 갖춰야 할지'에 대해 자문했던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기존에 했던 노력과 예산의 2~3배 이상을 들이려고 한다"라고 했다.

또 사극과 역사 관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선보이는 KBS는 "역사물의 검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다양한 분들의 의견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라며 "프로그램별로 소재에 맞는 전문가를 섭외해 방송 제작 과정 전반에 걸쳐 자문을 받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KBS는 올해 정통 사극 '문무'를 선보인다. 최근 드라마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한 비판이 나온 이후 제작진도 이러한 논란이 없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KBS는 "'문무' 제작팀은 역사적 사실을 가능한 있는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그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시청자 각자에게 맡기는 것이 올바른 역할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원칙 아래 제작의 전 과정에서 이를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했다.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극본 유지원/연출 박준화) 제작발표회ⓒ 뉴스1

◇ "역사학계와 콘텐츠 업계 '협업' 중요성 더욱 강화해야"

사전 감수 시스템은 콘텐츠 제작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마련되기 어렵다. 시스템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각계각층의 현실적인 여건과 고충을 면밀히 파악하고 조율하는 논의가 우선이다. 제작사 관계자 B 씨 역시 사전 감수 절차에 앞서,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소통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장기적 검증 체계 구축을 위해 학계와 업계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은 뉴스1에 "역사학자 역시 단순히 비판에 머물 것이 아니라 퓨전 사극에서 전통문화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조언해야 한다"라면서 "현재 국내에는 콘텐츠 제작 과정에 디테일하게 참여할 수 있는 전문가 풀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 제작 현장과 학계가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고 인식을 개선해 협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등 문화 콘텐츠를 지원하는 정부부처의 향후 정책 변화 및 지원에도 관심이 모인다.

앞서 문체부는 '21세기 대군부인' 역사 왜곡 논란을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콘진원은 향후 제작 지원과 선정 단계에서 자문 및 고증 추진 계획을 의무화하고 이행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고증 계획 점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통합적인 자료 제공 등 문화 관련 부서의 효과적인 지원 방안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

K-콘텐츠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지금, 역사 소재 콘텐츠에 요구되는 책임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제작 현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논란이라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더 책임감 있는 제작 환경과 현실적인 개선 방향을 찾기 위한 업계의 의지와 실천이 필요한 때다.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