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 착오" 감독 눈물 사과에도…'대군부인' 논란 불씨 왜 꺼지지 않나 [N이슈]

배우 변우석과 아이유(오른쪽) ⓒ 뉴스1 DB
배우 변우석과 아이유(오른쪽) ⓒ 뉴스1 DB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종영 이후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한 연속 사과에도 거센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이 직접 나서 고개를 숙였고 주연 배우 아이유와 변우석은 물론, 집필한 유지원 작가까지 잇달아 사과했지만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단순 고증 실수를 넘어 제작 과정 전반의 판단과 사후 대응을 둘러싼 의문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박준화 감독은 '21세기 대군부인' 관련 인터뷰 시작 전 취재진 앞에서 먼저 사과했다. 그는 "드라마를 만드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주기 위해서"라면서도 "여러 논란이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생긴 상황이 됐다"며 "어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박 감독은 모두를 대표해 인터뷰에 나서게 된 배경도 밝혔다. 그는 자신이 "드라마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한 사람이었다"며 책임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저와 함께한 스태프, 연기자들의 부족함보다 마지막까지 저의 판단 착오와 실수가 이런 상황을 만든 계기가 아닌가 한다"고 자책했다.

박 감독은 즉위식 장면에서 제후국 표현인 '천세'가 등장하고 황제의 십이면류관이 아닌 구류면관이 사용된 데 대해 "고증을 받으면서 진행했는데 순간 선택을 하고 보니 그렇게 됐다" "우리나라가 주도적이고 자주적인 어떤 그런 역사를 가진 부분을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 순간 왠지 모르게 그냥 그랬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한 "결과적으로 최종적으로 선택은 제가 한 것"이라면서 "그 부분에 대한 무지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순간의 어떤 부분이 돌이켜 생각을 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도 토로했다. '대군 섭정' 설정에 대해서도 "솔직히 그 부분을 잘 몰랐다"고 말했다.

배우 변우석과 아이유(오른쪽) ⓒ 뉴스1 DB

그러나 감독의 사과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 확산되는 모양새다. 문제는 단순히 "몰랐다" "실수였다"는 설명만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박 감독이 반복해서 "최종 선택은 제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지만, 감독 개인의 '판단 착오'로 매듭짓기엔 논란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특히 이번 사태는 특정 장면 하나가 아닌, 작품 전반의 설정과 세계관을 둘러싼 문제로도 번져 심각성이 커졌다. 입헌군주제 설정부터 대군 섭정, 즉위식, 왕실 예법, 신분제, 중국식 다도, 일본 왕실을 연상케 하는 세계관, 궁궐 화재 반복 연출까지 크고 작은 논란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대본 단계부터 시작된 설정 문제와 자문 체계, 제작 환경 등 시스템 전반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진은 지속되고 있다.

박 감독 역시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 짧았다" "자문도 짧은 시간 안에 이뤄졌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이 대목이 또 다른 의문을 낳고 있다. 본인은 지난해 3월 배우 캐스팅이 마무리된 이후 합류해 약 두 달간의 짧은 프리 프로덕션을 거쳐 5월 촬영에 돌입했다고 설명했음에도, 이번 사태를 납득할 만한 해명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수백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에 작가, 감독, 자문 인력, 미술·소품팀 등 제작진은 물론 배우들까지 수많은 이들이 참여했음에도, 제작 마무리 단계까지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은 집단 검증 실패를 자인한 셈이 됐다.

배우 변우석과 아이유(오른쪽) ⓒ 뉴스1 DB

팬덤과 대중 간 충돌도 불씨를 키우는 요인이다. 역사 강사 최태성이 이번 논란을 비판하며 "격에 맞는 고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일부 팬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결국 최태성은 아이유와 변우석이 상처받았을 수 있겠다며 사과문까지 올렸다. 이후 최태성은 "배우들이 희생양이 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작가의 사과 시점 역시 논란을 키웠다. 유지원 작가는 감독과 배우들의 사과가 이어진 뒤인 19일에서야 "자료조사와 고증이 부족했다"며 공식 입장을 냈다. 문제가 된 장면들에 대해서는 "역사적 맥락을 세심히 살피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여기에 방송사와 플랫폼 차원의 후속 대처 역시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 감독은 재편집 및 서비스 방향과 관련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폐기 여론도 일고 있는 가운데, 결론을 내지 않는 조치로 인해 반발 역시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박준화 감독의 눈물 섞인 사과에도 논란이 좀처럼 끝나지 않는 이유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