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 알아도 궁금하다…더 빠져드는 '허수아비', 상승세 동력은 [N초점]

ENA '허수아비' 스틸
ENA '허수아비' 스틸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가 시청률 상승세와 화제성을 다잡았다. 첫 방송 2.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방송 가구 기준)로 출발한 시청률은 6회 만에 7.4%까지 치솟았고, 8회가 또 한 번 더 동률을 기록했다. OTT 플랫폼 티빙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 온라인상에서는 매회 범인 추리와 반전 전개를 둘러싼 해석이 쏟아졌다. 실화 모티브라는 익숙함 속에서도 예상 밖 전개로 몰입도를 끌어올린 점이 '허수아비' 상승세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실제 최근 방송분은 화제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지난 11일 방송된 7회 엔딩에서는 정문성이 연기한 이기환이 30년 전 강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용우'였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최근 유력 용의자로 언급됐던 임석만(백승환 분)에게 시선이 쏠린 상황에서,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30년 뒤 교도소 속 이용우의 얼굴을 비춘 뒤 정문성의 얼굴이 드러나는 반전은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특히 별다른 극적인 연출 없이 미소 짓는 얼굴을 담담하게 비춘 연출은 시청자들을 더욱 소름끼치게 했다.

ENA '허수아비' 캡처

'허수아비'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실제로 벌어졌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극 중 강성 연쇄살인사건은 1980~1990년대 농촌 지역에서 벌어진 여성 연쇄살인, 오랜 미제 사건, 강압 수사와 누명 등 실제 사건과 맞닿은 전개를 선보였다. 봉준호 감독 영화 '살인의 추억'(2003)으로도 대중에게 익숙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2019년 9월, 이춘재가 진범으로 특정되면서 다시 한번 사회적 충격을 안긴 바 있다.

특히 '허수아비'는 실제 사건의 또 다른 비극까지 서사에 적극적으로 녹였다. 실제 화성연쇄살인사건 8차 사건과 관련해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약 20년간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 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극 중에서는 임석만이 그 서사를 일부 투영한 인물처럼 그려졌다. 절뚝거리는 걸음걸이, 혈액형,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 결과 등 범인 정황이 그에게 집중되며 시청자들 역시 임석만을 진범으로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실제 윤성여 씨처럼 잘못 짚인 용의자였다는 점에서 현실 사건의 비극을 또 한 번 더 떠올리게 했다.

ENA '허수아비' 스틸
ENA '허수아비' 스틸

아이러니한 것은 시청자들이 이미 실제 사건의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극 안에서는 끝없이 혼란을 겪는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이 이춘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만 '허수아비' 속에서는 이기범(송건희 분), 이기환(정문성 분), 임석만 등 매회 새롭게 등장하는 단서와 용의자 사이에서 진범을 헷갈리는 아이러니와 마주한다. 사건의 진범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과정은 모르는 구조가 강한 몰입감을 만들어낸 셈이다.

여기에 상상력도 적절히 가미된 점도 극의 재미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강태주(박해수 분)와 차시영(이희준 분)의 학창 시절 악연, 형사와 검사로 재회한 관계성, 불법 수사와 강압적 자백 강요를 둘러싼 갈등 등은 단순 실화 재현을 넘어 장르물로서 긴장감을 강화했다. 특히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이기범이 끝내 사망하고, 진범이 가장 가까운 가족 뒤에 숨어 있었다는 설정은 실제 사건에 비극과 서스펜스를 동시에 녹여냈다는 호평도 받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시청률 상승세를 견인하는 요소다. 박해수는 이기범이 세상을 떠난 데 대한 죄책감과 진범을 잡겠다는 집념 사이를 오가는 형사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희준은 선과 악을 오가는 모호한 검사 차시영을 입체적으로 구축했다. 여기에 정문성은 평범하고 온화한 책방 주인의 얼굴 뒤 서늘한 이중성을 숨긴 연쇄살인마의 얼굴을 소름 돋게 표현하며 후반부의 몰입도를 끌어가고 있다.

'허수아비'는 반환점을 돌며 가장 큰 비밀이었던 진범의 얼굴까지 공개했다. 통상 범인 공개는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는 분기점이 되기도 하지만, '허수아비'는 이제 남겨진 인물들이 어떤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인지 더욱 다음 전개를 궁금하게 했다. 범인 정체 공개 이후에도 꾸준히 몰입감을 이어가는 탄탄한 전개와 탁월한 연출력, 배우들의 호연까지 맞물린 가운데, '허수아비'가 후반부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ENA 대표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