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① '보건교사 안은영' 권영찬 "생애 첫 오디션…합격전화에 주저 앉아"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에 출연하는 배우 권영찬/뉴스1 ⓒ News1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에 출연하는 배우 권영찬/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감독 이경미)은 정유미 남주혁 주요 배역뿐만 아니라, 새로운 얼굴을 많이 발굴한 작품이기도 하다. 주요 배경인 학교의 다양한 학생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새롭고 또 새롭다. 능숙하지 않아도 날것의 에너지가 돋보이는 이들이다.

그중 권영찬은 극 중 안은영이 부임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이지형을 맡았다. 이지형은 과도한 경쟁 속에서 친구들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하지만 꿈을 향한 강한 의지로 버텨 내는 캐릭터다. 단정하고 말간 얼굴 속 지형이 담은 불같은 에너지가 터져나올 때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권영찬은 '보건교사 안은영'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오디션을 보고, 데뷔라는 꿈까지 이뤘다. 낯선 현장 속에서도 마음껏 연기를 펼쳤다. 지난 달 인터뷰를 위해 만난 권영찬은 '보건교사 안은영'은 자신의 20대 초반의 감정을 담은 작품이라며, 배우 생활 내내 두고 두고 펼쳐볼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에 출연하는 배우 권영찬/뉴스1 ⓒ News1

-'보건교사 안은영'을 통해 데뷔했다고. 직접 자기소개를 해준다면.

▶올해 스물 다섯이다. 뒤늦게 내 꿈을 찾아 18학번으로 입학(신한대학교 연기전공)해서 연기를 공부하면서 배우를 꿈꾸는 사람이다. 학교에서 이범수 교수님을 만났는데 부모님 이후 처음으로 내 가능성을 믿어준 분이다. 교수님 수업을 할 때 악착같이 달려 들어서 배우고는 했다.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운 학생이 아니어서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났다.

-원래 꿈은 무엇이었나.

▶막연했다. 꿈이나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해본 적이 없었다. 남들도 막연하게 꿈꾸듯이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도 하다가 22살까지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가 군대도 가야 하니까 내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주고 싶었고, 또 나 스스로 조금은 불안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는데 그걸 더 탐구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군대 가기 전에 시험을 본 곳이 지금의 학교였고 시험장에서 교수님을 뵙고 20분 정도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합격발표도 아니고, 시험장에 간 것만으로 울었다니.

▶그때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추억을 많이 만들면서 사는 것'이라고 답했는데 눈물이 나더라. 내가 잘 몰랐지만 나 스스로 알게 모르게 힘들었던 것 같다. 내 진심을 말로 꺼내니까 눈물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힘든 시절도 다 너무 소중한 경험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에 출연하는 배우 권영찬/뉴스1 ⓒ News1

-외모도 워낙 출중해서 주변에서 연예계 권유를 받았을 법한데.

▶의류매장, 빵집, 피자가게, 카페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해봤다. 일을 하면서 연예계 데뷔 권유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이미 한번 내가 포기했던 꿈이어서 마음이 아프달까. 당시 입시 연기를 준비하면서 춤, 노래도 필요하다고 해서 연습했는데 연기와는 거리가 있었고 나와도 잘 맞지 않아서 놓았다. 마음이 복잡했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을 때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걱정하지는 않던가.

▶부모님은 걱정보다 오히려 더 많이 사랑을 주셨다. 그런 따뜻한 마음들이 나를 움직인 것 같다. 현실에서 벗어나려고만 할 때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더 나를 다잡았다. 그러다 잡은 것이 연기였다.

-우여곡절 끝에 데뷔작이 세상에 나왔다. 무척 기뻤을 것 같다.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부담감과 불안감을 느꼈다. 이 행복이 없어질 것만 같아서 불안했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하는 일(연기)을 모두가 보는 것이지 않나. 그런 점에서는 부담도 느꼈다. 아버지는 나보다 더 내 이름을 검색해보시고, 어머니는 주무실 때도 넷플릭스를 틀어놓으신다. (웃음)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에 출연하는 배우 권영찬/뉴스1 ⓒ News1

-'보건교사 안은영'은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어떻게 지형이라는 인물을 만났다.

▶소속사도 없을 때여서 무작정 프로필 사진을 (제작사에) 냈다. 이미지가 좋았다고 연락을 받았고 오디션을 보고 합류하게 됐다. 나도 감독님이 나를 왜 지형이로 뽑으셨는지 여쭤보고 싶기는 한데 그러지는 못 했다. 대본리딩이 끝난 후 (남)주혁이 형이 '지형이 같다'라고 해주셨다. 저와 닮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첫 오디션이었나.

▶처음이었다. 이경미 감독님도 '첫 오디션이냐'고 물으시더라. 천천히 원하는 대로 연기할 수 있게끔 편하게 해주셔서 긴장을 풀고 임할 수 있었다. 오디션 때 지형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연기했다. 극에서는 러닝머신을 타는 건데, 대본에는 전봇대에 거꾸로 매달린다는 설정이 있었다. 연습을 하는데 말이 잘 안 나와서 몸을 거꾸로 해서 대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오디션 합격 연락을 받았을 때 어땠나.

▶모든 게 다 기억이 난다. 오디션을 마치고 집에 가던 날, 휴대전화 배터리도 없어서 오로지 오디션 생각만 하면서 길을 걸었다. 합격 전화는 MT 가는 날 지하철에서 받았다. 주저 앉아버렸다. 지하철 사람들이 다 쳐다봤다. (웃음) 처음에는 떨어졌는데 전화를 주신 건줄 알았는데 합격이어서 너무 기뻤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에 출연하는 배우 권영찬/뉴스1 ⓒ News1

-첫 촬영은 무엇이었나. 촬영, 분위기, 방식 등 현장의 모든 것이 처음이었을 것 같다.

▶화가 나서 자전거를 밀어버리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다. 처음에 풀샷을 찍을 때 감정을 다 해서 찍었다. 바스트샷을 찍는데 생각처럼 감정이 안 올라오더라. 샷에 따라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 것도 배웠다. 연기하면서 이경미 감독님이 나보다 나의 모습을 더 잘 알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다양한 모습, 표정, 감정을 다 알아봐주시고 끌어주셨다.

-권영찬이 보는 지형은 어떤가.

▶대본을 보고 지형의 아픔, 상처를 깊게 생각하다보니 너무 불행한 인물로 해석을 했다. 그런데 다시 보면 포기하지 않고 반항적인 면모도 있는 것 같다. 성격도 그렇고 마냥 당하고만 있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구원의 손을 내밀어준 존재를 만나 마음이 채워지는 인물이라고도 생각했다.

<【N인터뷰】②에서 계속>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