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섭 "'근자감'으로 여기까지…이제 '근거' 만드는 과정"(인터뷰)

[N인터뷰]③ "'김사부2' 이후 믿지 않던 낭만 믿게 돼"

배우 안효섭/스타하우스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작품을 보는 것만큼, 작품을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배우를 보는 재미도 짜릿하다. 최근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배우는 바로 지난달 말 종영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2'의 주인공 안효섭이다.

지난 2015년 드라마 '퐁당퐁당LOVE'으로 시작해 '반지의 여왕'에 이어 '아버지가 이상해'까지 훈훈한 외모와 매력으로 얼굴을 알렸다. 차곡차곡 경험을 쌓은 후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2017)에서는 말간 얼굴의 소년, '어비스'(2018)에서는 순진한 매력의 남자로 변신하더니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는 상처받은 청년 서우진의 뭉클한 성장극을 완성했다.

안효섭에겐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들을 다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첫 메디컬 드라마에, 자신보다 열 살은 많은 어른의 이야기, 성숙한 멜로, 감정의 진폭이 큰 인물의 서사까지 표현해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 한층 더 깊어진 눈빛과 감정으로 표현한 서우진은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데 성공했다.

안효섭은 서우진처럼 낭만을 믿지 않았던 청춘이었다면서 '낭만닥터 김사부'를 통해 진짜 낭만을 찾는 방법, 또 한석규를 만나 더욱 연기를 좋아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서우진처럼, 자신 역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안효섭의 낭만적인 이야기다.

<【N인터뷰】②에 이어>

배우 안효섭/스타하우스 제공ⓒ 뉴스1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조폭들한테 도망쳐와서 (김사부에게) '나는 돈이 필요하다. 얼마에 사시겠습니까'라고 말한다. 나는 그게 우진이 자기 자신을 다 잃은 마음이라고 봤다. 자기 인생을 포기한 상태다. 가족도 없고 그나마 공부해서 다니던 병원에서 자격도 박탈당했다. 돈도 없고 갈 곳도 없는 그때 우진의 심정이 담긴 대사다. 그 말이 나오기까지가... 마음이 많이 쓰인 대사다. 자기 자신을 놔버린, 자기 의지대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사람의 대사다. 그게 내게는 너무 마음이 아픈 대사였다.

-연기하기 힘들었던 장면은.

▶감정이 많이 소모되는 연기도 힘들었고, 메디컬 드라마여서 대사를 잘 외우는게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액션드라마를 찍은 느낌이다. (웃음) 맞고 엎고 뛰는 장면이 많았다. 또 수술장면도 실제로 다리도 많이 아프고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다. 의사 선생님들이 되게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육체적인 힘듦을 포함해서 우진이로서 극에 잘 녹아드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힘들었다.

-이번에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 만난 양세종씨와 재회했는데

▶전작에서는 열 한 살 차이의 삼촌과 조카였고 서로 애지중지하고 사랑하는 사이였잖나. 이번에는 적대적인 관계로 만나는 거니까 이 스파크가 어떻게 튈지 궁금했다. 세종이형과 연기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세종이형과의 작업은 늘 즐겁다. 진중하면서도 이야기도 잘 통한다. 이번 작품에 세종이형이 나오면서 환기도 한 번 되고 좋았다.

배우 안효섭/스타하우스 제공ⓒ 뉴스1

-안효섭의 가치관이나 신념이 있다면.

▶도의적이고 도덕적이려고 한다. (연예인으로서) 영향력이 크든 적든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이 있을 테니 더 그러려고 한다. 그리고 또 실제로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 도덕적으로 사는 것에 대해 교육을 많이 받았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왔다.

-5년의 연기자 생활을 했는데, 그간 느낀 소회가 있다면.

▶처음에 내가 생각한 연기는 연극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실망도 했다. (실제 현장에서의 연기는) 기계적이랄까 기술적인 부분이 많았고, 생각보다 방해되는 요소가 너무 많더라.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지? 이게 나와 맞는 길인가?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른데 계속 지켜봐야 하나?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지켜보고 경험을 하면서 느낀 게 (현장이) 몸에 익숙해지니까 연기가 편해지더라. 그제야 할만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연기가 재미있었다. 촬영현장에 가는 게 즐거워졌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연기에 대한 흥미가 커진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도 생기고 부족한 것도 알게 된다. 답이 없는 작업이지 않나.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더 재미있다.

-'낭만닥터 김사부2' 전후로 인간 안효섭이 달라진 게 있다면.

▶원래 성격이 좀 현실적이고 논리, 합리성을 많이 따지는 편이다. 계산적으로 살았다. 낭만이라는 단어가 내게는 크게 와닿는 단어는 아니었다. 우진이도 비슷한 생각으로 시작한 것 같다 낭만이나 행복을 믿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 우진이가 돌담에 가족같은 사람을 만나 변한 것처럼 나도 낭만이라는게 가만히 있으면 오는게 아니고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낭만이) 모두에게 주어진 특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찾냐 안 찾냐에 선택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의 안효섭은 이 특권을 무시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지금은 조금 더 로망을 꿈 꿀수 있게 됐고 어떤 상황을 바라볼 때 조금 더 긍정적인 부분을 보게 됐다. 인간관계에서도 더 좋은 쪽으로 보게 되더라. 이 사람의 좋은 점, 장점들 그런 식으로 조금씩 변화했던 것 같다. 실제 성격도 많이 밝아졌고, 확실히 나만의 여유를 찾은 것 같다.

배우 안효섭/스타하우스 제공ⓒ 뉴스1

-낭만이 없을 땐, 무엇을 믿었나.

▶나 자신을.(웃음) 현재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고 해야 할까. 내게도 딱 좋은 시기에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다.

-다음에 도전하고 싶은 배역은.

▶안 해본 건 다 해보고 싶은데 나이 들기 전에 학원물 해보고 싶다. 스릴러도, 호러도, 액션도 재미있을 것 같다. 사실 다 해보고 싶은 거다. (웃음) 머리가 비상한 사이코패스? 그런 특이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

-올해 스물여섯이 됐는데, 배우로서 좋은 필모그라피에 자리를 잘 잡은 것 같다. 원동력은.

▶나 자신을 믿는 자신감?(웃음) 뻔한 답변일수도 있지만 자신감이다.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라고 하지 않나. 지금은 이제 근거있는 자신감이 되도록 근거를 만드는 과정인 것 같다.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