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① '알함브라' 이시원 "극과 극 감정 연기, 배우로서 성장"
- 윤효정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배우 이시원(32)은 지난 20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유진우(현진 분)의 전처 이수진 역할로 시청자와 만났다. 이시원이 맡은 이수진은 유진우의 과거사를 설명하는 중요 인물. 사랑했던 사람의 그림자가 된 상실감, 그로 인해 이혼 후 전남편의 절친과 잘못된 관계를 맺는 혼란스러움, 또 후회와 불안정한 감정 등을 이시원은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지난 2012년 KBS 드라마 '대왕의 꿈'을 통해 연기의 길에 들어선 그는 그동안 드라마 '미생'의 하선생, '후아유'의 정민영, '퍽!' '뷰티풀 마인드' '슈츠' 등을 통해 조금씩 입지를 넓혀왔다.
때로 적은 비중의 작은 캐릭터였지만 이시원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비로소 강렬한 임팩트를 가진 '알함브라'의 이수진 역할을 만나 대중에 확실히 자신을 각인시켰던 것 역시 지난 시간 쌓아올린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지치지 않고 작품을 거듭할수록 과거의 캐릭터도 기억해주고 어디선가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웃었다.
'배우' 이시원에 앞서 '서울대학교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알려졌지만, 이 역시 극복하고 떼야 할 꼬리표는 아니었다면서 "적어도 안 좋은 타이틀로 먼저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좋지 않냐"며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이수진을 통해 한층 성장한 이시원을 만났다.
다음은 이시원과 일문일답.
-작품을 잘 마무리한 소감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사계절동안 열심히 찍었는데 지치지 않고 이수진 역할을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스태프 덕분이었다. 배우로서 아무리 마인드 콘트롤을 하려고 해도 긴 기간 그 역할에 동화되기 마련이어서 침체되고 우울해지기 마련인데 하나 하나 나를 잘 챙겨주고 애정을 느끼게 해줬다. 촬영 감독님은 내 감정이 잘 안 올라왔을 때는 괜히 실수하신 척하면서 다시 한 번 더 찍자고 하시더라. 민망하지 않도록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특히 감사한 마음이다. 함께 하면서 내게 너무 큰 추억이 됐다.
-그간 긴 머리 스타일을 하다가 '알함브라'에서는 처음 단발을 해서 그런지 상당히 낯선 느낌이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머리를 잘랐다. 안 어울리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너무 좋다. 여자들이 스타일을 바꾸면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 같다. 왜 진작 이 도전을 못 하고 두려워했나 싶다. (웃음) 단발한 것만으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 안 해봤다고 무서워하면 안 되겠다 싶다. 다양한 것에 많이 도전하고 싶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솔직히 왔다갔다한다. 흔들리면서 성장을 하는 것 같다. 식물이 자라는 것을 찍은 영상을 봤는데 싹이 헤드뱅잉하면서 자라더라. 나도 그렇다. 때로 심하게 흔들리기도 하면서 자라는 것 같다. 또 자존감이 늘 높을 필요도 없다.
-감정적으로 진폭이 큰 역할이다. 배우로서 연기하기 힘든 역할이었을 텐데.
▶처음부터 어렵다는 건 알았다. 작가님, 감독님도 이수진 너무 어렵다고 했다. 특수한 상황이고 남들은 웬만해서는 겪어보지 못할 불행이라고 할 사건들이 연속적이지 않나. 나약한 인물이어서 더욱 충격도 셌을 거고. 수진이가 이 드라마를 통해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수진이가 너무나 힘겹기는 했지만 버텨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우유부단하고 나약하고 불안한 여자가 시련을 겪고 더욱 내면이 단단한 여자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수진에게 깊게 몰입한 것 같다.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데.
▶이렇게 연기하면서 한 인물을 창조한다는게 배우로서 너무 큰 기쁨이다. 이것 때문에 이일을 택한 거 같다. 미움도 많이 받았다. 차형석(박훈 분)과의 사랑도 100% 순수한 것은 아니었고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 시댁 친정과의 관계 등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휘몰아쳤다. 그러면서 시청자분들의 미움도 받았겠지만, 이수진을 맡은 배우로서 수진이를 가장 사랑하는 최측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미워해도 나는 보호하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감정적으로 극에 치닫는 인물이다보니 연기하면서 스스로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본인도 영향을 받은 것이 있나 .
▶실제 내 성격은 차가움보다 따뜻함에 가깝다. 나와는 다른 인물이었다. 그런데 수진이를 내가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니까 내 (감정의) 폭도 커진 것 같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나. 배우로서도 인간 이시원으로서도 그렇고 수진이를 만나서 이해하려고 공감을 하면서 인간으로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연기하면서 '컷' 소리 후 바로 현실로 돌아오는 편인가.
▶그런 편인데 주위에 있는 내 사람들의 힘인 것 같다. 너무 감사한게 현장 분위기가 모든 스태프들이 정말 그랬다. 안길호PD가 덕장이어서 가능했다. PD님이 강조한 부분이 인성이다. 일은 배울 수 있어도 인성은 바뀌지 않는 것이라면서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 덕분에 전반적으로 현장 분위기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나도 힘든 감정 연기를 하고 나서도 위로와 애정을 받으면서 나를 지킬 수 있었다.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솔직히 다 어려웠다. 모든 신이 어려웠다고 했다. 수진이에 대한 공개되지 않은 정보나 전사를 채워나가면서 연기해야 해서 더 어려웠다. 많은 분들이 유진우처럼 돈도 많고 잘 생긴 사람을 두고 왜 불륜을 하는지 이해를 못 하시는데, 나도 그 점부터 이해해야 했다. 저돌적이고 성공지향적인 유진우는 앞을 보고 달려가다보니 수진의 손을 놓친 줄도 몰랐던 거다. 거기서 수진은 소외감, 고립감을 느꼈을 거고, 우울증이 올 수 밖에 없었다. 감정적으로 불안정할 때 차형석이라는 인물이 파고들면서 불륜이 된 거다. 이런 식으로 인물의 이야기를 스스로 이해하면서 연기했다.
-현빈 박훈 등 멋진 배우들과 함께 했다. '최고의 근무환경'이라는 부러움을 살 만 했다. 현장에서 호흡은 어땠나.
▶현빈 선배는 워낙 멋진데 이번 작품에서 더 멋지게 나온 것 같다. 사실 내 캐릭터는 누군가와 대면하고 연기하는 것보다 혼자 찍는 장면이 많았다. 가장 많이 본 배우는 박훈, 김의성 선배다. 박훈 선배는 정말 친화력이 좋다. 배우들끼리 모여서 밥도 먹는 자리를 만들고 대화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다. 바르셀로나에 가서 박훈 선배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가 정말 기억에 남는다. 비가 그치고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허심탄회하게 연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수진과 형석의 관계 등 연기적으로 많은 걸 만들 수 있던 날이었다. 그날이 수진이 캐릭터의 기초를 다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인터뷰]②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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