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탐하다, 탐방①]'도시어부' 7인의 PD "낚시 예능 만들자고? 말도 안돼"

"종편채널 '올드하다' 인식 바뀌어 기뻐"
"낚시가 지루하다? 세 남자 캐릭터로 공백 메워"

2018.4.24. 서울 상암 DDMC. 채널A '도시어부' 인터뷰 왼쪽부터 이원웅, 김영태, 신재호, 장시원, 구장현, 서동길, 임성용PD ⓒ News1 강고은 에디터

(서울=뉴스1) 윤효정 김민지 기자

※대기실부터 녹화장까지, 방송의 무궁무진한 카테고리 안에 있는 모든 공간과 사람을 탐구합니다. 뉴스1 연예부 방송팀 기자들의 [방송을 탐하다, 탐방] 시리즈는 텔레비전 화면 너머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낚시를 예능으로 만들자니, 말이 되나 싶었다." 그렇게 생각할 만 했다. 예능 프로그램 속 낚시는 늘 두 번째였다. 입질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낚시를 '메인'으로 예능을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 기다림 끝에 허탕이라도 치면, '그림이 안 나와' 방송불가. 더불어 촬영이 고되고 힘든 것 등 이런 저런 이유들로 '낚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발성 아이템 정도로 소비되곤 했다. 그런데 요즘, '대놓고' 낚시만 하는 예능이 방송가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해 9월 처음 방송을 시작한 채널A '도시어부'는 시청률 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5.2%(21회)를 기록, 동시간대 방송되는 종편, 케이블, 지상파 등 경쟁 프로그램을 제쳤다. 이경규 이덕화 마이크로닷 3MC의 '케미스트리'와 제작진의 미친 '드립' 자막이 더해져, 낚시를 하는 모든 과정에 촘촘한 그물처럼 웃음 포인트를 엮어놓은 것이 주효했다.

단순한 시청률 상승만이 아니라, 채널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성과까지 낚았다. 2049 시청률이 2%대를 넘기며, 그동안 다소 '올드'하던 종편 채널 이미지에 균열을 일으킨 것. 앞으로 채널A 및 다른 종편 채널이 보다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선례가 됐다.

뉴스1 '방송을 탐하다, 탐방' 시리즈 세 번째 주인공으로 '도시어부'를 만든 PD들을 만났다. 장시원 PD를 중심으로 무려 20명 가까운 PD들이 '도시어부' 메이커. 낚시꾼은 커녕 낚시 경험도 없던 이 PD들은 어떻게 '도시어부'를 만들었고, 또 어떤 목표를 향하고 있을까.

과연 '도시어부'의 미친 자막을 쓰는 이들 다웠다. 7명의 PD(장시원, 구장현, 김영태, 이원웅, 신재호, 서동길, 임성용)와의 '드립'과 '디스'가 가득한 대화를 통해 '도시어부'를 들여다봤다.

2018.4.24. 서울 상암 DDMC. 채널A '도시어부' 인터뷰 왼쪽부터 김영태, 장시원, 구장현PD ⓒ News1 강고은 에디터

탐방Q. 지난달 19일 방송된 33회가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놀라운 성적이다.

이원웅 PD(이하 이) "시청률은 33회보다 더 잘 나온 회차도 많았다. 사실 뉴질랜드에 다녀와서 오랜만에 한국에서 낚시를 했고, 또 민물낚시라서 걱정이 됐는데 의외로 성적이 좋게 나와서 감사하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전 회와 느낌이 많이 달랐을 수 있다. 그런데 지상렬 씨가 게스트로 나와 열심히 해줘서 뉴질랜드의 바통을 잘 이어받은 것 같아 다행이다."

장시원 PD(이하 장)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2049 시청률이 2%대를 넘은 게 기뻤다. '종편'하면 어르신들 채널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33회가 전국기준으로 2049 시청률 2%를 넘었더라. 내가 채널A 개국 전부터 입사해서 PD 생활을 하고 있는데, PD들이 다 젊은데도 어르신들이 보시는 채널이라 그 프레임을 따라가야 하는 게 있었다. 이젠 채널이나 구성원들이나 '젊은 채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6년 정도 시간이 지나 2049에서 2%를 넘었다는 게…(울컥) 특히 젊은 PD들이 이걸 이뤄낸 게 기분이 좋았다."

이 "장PD님이 워낙 눈물이 많으시다.(웃음)"

탐방Q. 지난해 9월 '도시어부'가 처음 방송된 후 8개월 여 정도가 지났다.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했을 때 '이 정도만 돼도 성공이다'라고 생각한 기준이 있나.

구장현 PD(이하 구) "'도시어부'를 기획을 할 때 장시원 선배가 아이디어를 내고 나와 김영태 PD가 발전시켰다. 처음에는 셋 다 낚시를 전혀 모르고 시작을 해서 '이게 될까?' 싶었다. 저는 3%만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일동 웃음)"

"장시원 선배는 '이덕화, 이경규 선배가 출연하니까 다큐만 찍어도 3%가 넘겠다'고 하셨는데 나는 3% 나오면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채널A의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 않나. 그랬는데 지금은 낚시가 취미 활동에서 등산을 넘어섰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굉장히 뿌듯한 일이다."

채널A 제공 ⓒ News1

탐방Q. 낚시가 어찌 보면 예능에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다. 왜 낚시를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김영태 PD(이하 김) "어느 날 시원 선배가 '낚시로 프로그램을 기획해보자'고 하는 거다. 속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일동 웃음) 사실 자신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시청률 생각은 아예 못했다. 선배들과 함께 낚시를 해보고 공부했는데, 예능적으로 장점이 많았다. 다만 걱정된 것은 '올드하다'는 선입견과 '지루하다'는 것. 처음에는 내부에서도 우려 섞인 비판을 정말 많이 받았다. 그때 우리들은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준비했다."

장 "낚시의 장점은 예측할 수 없다는 거다. 예능이 대본대로 가면 재미가 없지 않나. 그런데 낚시는 뭐가 어떻게 될지 정말로 모르겠다."

김 "낚시가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을 건드리는 게 있다. 그래서 편집을 할 때도 휘어지는 초릿대나 찌가 나오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많이 넣는다. 뭘 잡는지 궁금하니까. 또 '큰 것 하나 잡으면 이길 수 있다'는 것과 역전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부분이 게임 요소로도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

탐방Q. 그럼 언제쯤 소위 말해 '터질' 것이라고 생각했나.

김 "촬영을 나가서도 망했다고 생각했다.(웃음) 아직도 기억나는 게 3회 촬영을 하러 대천에 갔는데 그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촬영을 접었다. 그래서 돌아가고 있는데 '멘붕'에 빠진 시원 선배의 모습을 처음 봤다. 아무 말 없이 선실에 들어가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 '야, 망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편이 재미있게 나왔다."

탐방Q. 낚시는 고기가 잡혀야 그림이 나오는데 사실 그것도 운이지 않나. 안 잡히는 걸 억지로 할 수도 없는 거고, 고기가 잡히지 않는 사이 공백을 무엇으로 채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겠다.

장 "그 공백은 캐릭터로 채우고 있다. 오히려 제일 힘든 부분이 시간을 줄이는 거다. 다 웃기다. 1년 가까이 촬영하면서 출연진의 캐릭터가 쌓이다 보니, 고기 잡는 장면뿐만 아니라 그들끼리 대화하는 것 자체가 웃긴 거다."

2018.4.24. 서울 상암 DDMC. 채널A '도시어부' 인터뷰 ⓒ News1 강고은 에디터

탐방Q. 출연진 중 이덕화가 60대, 이경규가 50대, 마이크로닷이 20대다. 어찌 보면 잘 안 어울릴 수 있는 조합인데 어떻게 이런 캐릭터 구성을 생각했나.

신재호(이하 신) "연예계 대표 낚시 마니아가 이덕화, 이경규 선배님이고, 두 분이 실제로 친분이 있어서 섭외를 했다. 마이크로닷의 경우 이경규 선배가 '정글의 법칙'에서 만난 후 강력 추천했다. 마이크로닷이 사전 인터뷰에서 '음악이냐, 낚시냐' 질문을 받고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낚시'라고 하더라. (웃음) '음악으로 돈을 벌어서 낚시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답한 것이 인상 깊었다. 또 친화력이 좋은 친구다."

장 "사실 캐스팅보다 캐릭터들을 편집으로 어떻게 만드느냐가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

신 "편집을 할 때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잘 따라갔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저녁식사 장면을 편집한 기억이 난다. 이경규 선배가 요리하는 걸 찍으니 '그런 걸 뭐하러 찍냐'고 화를 내시더라. 충격적이었다. (웃음)"

"그때 '규든 램지'라는 자막을 처음 썼다. 화를 내고, 요리에 자부심도 있는 모습이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지더라. 출연자들이 카메라를 신경 안 쓰고 질러주는 덕분에 편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마음껏 '드립'을 칠 수 있다. 본인들이 잘 놀기 때문에 우리도 편집적으로 놀 수 있는 거다. 그런 식으로 캐릭터가 만들어져서 좋았다."

장 "신재호 PD가 '규든 램지'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난 다음에 이경규 선배님이 모니터를 하셨다. 우리들이 원하는 게 이거다 싶으니 선배님이 그다음부터 레시피도 준비해오시더라.(웃음)"

탐방Q. 게스트가 자주 나오는데 선정 기준이 있나.

장 "낚시를 잘하냐 못하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멤버들과 '케미'가 잘 이뤄지는 거다. 또 낚시에 적극적인 사람, 행복하게 낚시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다."

ⓒ News1 채널A 캡처

탐방Q. 가장 인상적인 게스트는 누구였나.

서동길 PD(이하 서) "우주소녀 다영이다. 처음엔 큰 기대가 없었다. 자칫 걸그룹 홍보처럼 보일까 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다영이 '도시어부'에 나와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방송에 임했다. 또 다영이 고기를 잡으면서 예측 불가능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장 "'도시어부'의 사건은 고기를 낚는 건데 3일 내내 아무것도 못 잡은 거다. 이덕화 선생님이 '어복이 다했다'고 했다. 그때 누가 '왔다!'고 외쳐서 보니 다영이 낚싯대를 잡고 뒤로 쓰러지고 있었다. 그때 용왕이 도와주는구나 싶었다. 낚시꾼들 사이에서 다영이라니, 소름이 돋았다."

탐방Q. 추가 고정멤버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많다. 멤버 변화 가능성이 있을까.

장 "'도시어부' 출연진 세 명의 '케미'는 좋지만 완전하진 않다. 그 사이 부족한 걸 게스트가 채워주는 거다. 그래서 게스트가 오면 고정 멤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듯하다. 그런데 내 생각엔 완전하지 않은 조합이 '도시어부'의 매력인 것 같다. 고기도 잘 못 잡고 부족한 것에서 오는 페이소스가 중요하다. 그래서 앞으로도 고정 멤버 추가가 아닌 게스트를 섭외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방송을 탐하다, 탐방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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