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톡스②] 김혜성 "평생 배우 활동? 32세 이후 그만둘 수도"

나무엑터스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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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배우 김혜성은 지난달 30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매드독'(극본 김수진, 연출 황의경)에서 천재 해커 온누리로 분했다. 그는 모든 기계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에이스부터 죄 많은 아버지 대신 짐을 짊어지는 아들까지, 온누리의 복잡한 감정 진폭을 잘 표현해냈다. 김혜성이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덕에 캐릭터도, 드라마도 살 수 있었다. 김혜성은 '매드독' 속 연기로 제대 후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칭찬에 인색하던 가족들 역시 '매드독'을 보곤 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김혜성은 "형들이 두 명 있는데 칭찬을 거의 안 하고 못하면 못 한다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칭찬을 해줬다. '많이 차분해졌다. 봐줄 만하다'고. 10년 만에 칭찬을 들으니까 너무 좋았다. 형들이 칭찬해주니 드라마 중후반부에 (연기로) 욕은 안 먹겠다 싶었다. 물론 부모님은 항상 칭찬을 해주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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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성도 어느덧 데뷔 13년 차가 됐다. 그는 지난 2005년 데뷔작 '제니, 주노'를 시작으로 '폭력써클', '소년, 소년을 만다', '포화속으로', '글러브', '퇴마: 무녀굴'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MBC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 KBS 2TV '바람의 나라', tvN '콩트앤더시티' 등에도 등장해 존재감을 발산했다. 특히 최근에는 '매드독'에서 한층 성장한 면모를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모든 순간이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일이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아 고단할 때도 있었다. 특히 서른이라는 나이가 무겁게 다가올 때, 김혜성은 배우가 아닌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는 "서른이 다가오면서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졌다. 1년에 두 작품씩 할 수 없다면 새로운 진로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준은 32세다. 물론 도전을 계속하면 좋지만, 현실이 힘들면 아무래도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가족들에게 손 벌리는 건 아니라고 본다. 현실이 있는데 꿈만 가지고 살고 싶진 않다. 막연하게 하려고 생각한 건 '자전거 카페'다. 직접 자전거를 고쳐주면서 카페를 하면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을 것 같았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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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하이킥'이다. 당시 신인이던 그가 단숨에 주목을 받은 작품이자 아직까지 그의 대표작으로 회자되는 시트콤이기도 하다. 김혜성 역시 "사람들에게 나라는 배우를 알리고 인기를 얻었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하이킥'을 꼽았다. 하지만 '하이킥'을 통해 유명해진 게 꼭 좋은 방향으로만 작용한 건 아니었다. 시트콤 속 이민호 캐릭터가 너무 강렬했던 탓에 김혜성이 어떤 연기를 해도 '이민호의 벽'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혜성은 "'매드독'에서 내가 화내는 장면을 보고도 '하이킥' 민호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있더라. 10년이 지나도 그 모습을 아직 기억해주신다. 이걸 벗어나는 게 내 숙제다. 더 강렬한 캐릭터로 잊히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킥'의 벽을 깨기 위해 김혜성 역시 많은 시도를 했다. 퀴어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에 출연한 것 역시 틀을 깨려는 노력 중에 하나였다. '하이킥'에서와는 전혀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한 가지 이미지에 고정이 되기보단 더욱 노력해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는 그다. 실제 김혜성은 '하이킥' 이민호와 정반대의 성격이라고. 오히려 다소 어두운 면을 지닌 '매드독' 온누리가 훨씬 그와 닮았다고 한다. 김혜성은 "내 성격이 그렇게 밝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내가 척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오히려 어두운 역할을 하면 더 성향에 잘 맞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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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과 관련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동안'이다. 30대인 그는 20대 못지않은 '꽃미모'를 자랑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무기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때때로 배역이 제한되는 위험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혜성은 "어릴 때부터 속상했다. 그런데 어찌 됐든 캐스팅을 할 때는 외적인 걸 많이 보니까. 물론 내가 그전에 출연한 작품에서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면 캐스팅하시는 분들도 알기 쉬웠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동안 맡은 배역이 하나같이 밝고 유쾌한 거여서. 그래서 작은 배역이라도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출연하려고 한다"며 색다른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배우 김혜성의 목표는 뭘까. 그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1년에 두 작품을 하는 게 가까운 목표다. 내가 '슬로 스타터'라 기회가 되면 긴 작품을 해보고 싶다. 긴 호흡의 드라마를 하면 연기가 늘지 않을까 한다. 욕심은 끝이 없지만 최대한 붕 뜨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breeze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