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배우로 20년" 최병모, '부암동' 밉상남편 되기까지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이번엔 '밉상 남편'이었다. 배우 최병모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김정혜(이요원 분)의 남편이자 건설회사 후계자 이병수 역으로 활약했다. 이병수는 기업의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녀를 낳지 못하는 아내 김정혜에게 한마디 상의 없이 혼외 자식 이수겸(이준영 분)을 집에 들여 복자클럽 결성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인물. 그리고는 백영표(정석용 분)의 교육감 선거 비리에 연루되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교도소로 가게 되는, 권선징악의 결말을 맞이하게 됐다. 통쾌한 결말에 힘입어 '부암동 복수자들' 마지막회는 6.3%의 자체최고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두며 막을 내렸다.
연극으로 지난 2006년 데뷔해 올해로 연기 20주년에 접어든 최병모는 그간 드라마 '용팔이' 비서실장과 '비밀의 숲' 김우균 경찰서장 역 등 악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자신의 잘못을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뻔뻔하고 얄미운 이병수는 그간 도전해온 역할과는 사뭇 다른 코믹한 톤의 캐릭터이기도 했다. 최병모는 "배우들은 새로운 걸 도전하는 데 있어 어려워 하기도 하지만 분명 연기 묘미를 느끼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면서 "시즌2가 나오게 된다면 정혜의 이혼 후 삶을 응원하고 복자클럽을 도와주는 모습으로 나오고 싶다"고 웃었다.
Q. '부암동 복수자들'의 원작과 다르게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들었다.
A. 원작 캐릭터는 워낙 말수도 없고 등장을 거의 안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거의 여자 주인공들의 이야기만 나오고 원작에서 이병수는 사건만 던져주는 역할로 나온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여자 주인공들이 복수를 하게끔 만드는 타당성을 보여주기 위해 이병수의 역할이 확대된 것이기도 하다. 원작대로 가면 이병수는 사실 너무 무서운 남편이 돼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코믹하게 보여주려고 했다.
Q. 이병수가 뻔뻔한 밉상 남편으로 상당히 많은 욕을 먹기도 했다. 배우로서도 연기하면서도 캐릭터가 나빴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나.
A. 하나부터 열까지 다 그렇다. (웃음) 사실 막말하는 게 제일 싫었다. 실제 저도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기분대로 얘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병수가 정혜에게 '당신 만나기 전에 낳은 아이'라면서 그만의 논리로 말을 하는데 정말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캐릭터였다. (웃음)
Q. 그런 이병수는 최병모의 실제 모습과도 큰 차이가 있던 인물일텐데 연기나 몰입에 있어서 어렵진 않았나.
A. 저는 실제로 소심한 편이다. (웃음) 그간 해왔던 작품의 캐릭터도 그렇고 연기를 하면서 소심한 것을 풀어볼 수 있게 되더라. 센 코드의 캐릭터일수록 평소 분출해볼 수 없었던 감정 같은 것들을 내보이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Q. 이병수는 한편으로는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아들로 나온다. 인정 욕구에 목말라 있는 캐릭터로 나름의 노력을 보이는 이병수에게 연민이 느껴지곤 한다.
A. 그 부분이 제가 이병수에게 공감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한 번의 인정이 필요했던 병수였는데 그 한 번의 인정을 못 받은 아들이었다. 저 역시도 배우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이 생각이 나기도 하고 그런 병수가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Q. 그간 드라마에서 보여준 악역과는 다른, 코믹한 연기도 돋보였다.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보니 어떤가.
A. 배우들은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싶은데 그 도전이 어렵기도 하고 극복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 두렵기도 하다. 그런데 새로운 걸 도전하는 데 있어서 분명 연기 묘미도 있고 재미도 있더라. 그간 내 연기와 어떻게 다르게 보여줄까, 이 캐릭터의 어떤 모습을 부각시켜서 살릴까 등 고민이 많은데 그 고민이 점차 뻗어나가서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재미있더라.
Q.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영화 '허스토리' 등 작품도 병행하며 촬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올해 '비밀의 숲'부터 '부암동 복수자들'까지 연이은 드라마 출연으로 바쁜 한해를 보내기도 했다. 다작을 하기 쉽지 않을 텐데.
A. 힘들지 않다. 저보다 더 많이 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다. (웃음) 극을 전면에서 책임지는 주연 배우 분들의 경우엔 어려울 거다. 이번 '부암동 복수자들'을 하면서 첫 회부터 마지막까지 긴 호흡을 갖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고 배우로서도 공부가 많이 됐다. 그간 연기하면서 몰랐던 부분에서 많은 것을 얻어갈 수가 있었다.
Q. 다작을 하게 되면 배우로서 에너지가 소진되는 부분도 클 것 같은데 최병모의 경우에는 에너지가 더 채워지는 배우인 것 같다.
A. 배우는 연기가 재미있으면 된다. 하지만 '이걸 해야 돼'라고 의무처럼 여기는 순간 힘들어진다. 배우는 연기하고 캐릭터를 연구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작업인데 힘들어지면 그런 과정이 생략된 채 기술적인 연기만 하게 된다. 저의 모토는 재미있게, 감사하게 배우 생활을 하자는 거다.
Q. 올해 배우 생활을 한지 20주년이 됐다. 그간 배우로서의 삶을 돌이켰을 때 어떤가.
A. 돌아보면 정말 즐거웠다. 배우라는 직업을 만약 선택하지 않았다면 아마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을 거다. 배우라는 직업이 돈을 잘 못 번다는 걸 알고 시작했고 쉽지 않은 삶을 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 처음에 10년은 정말 너무 힘들게 살다가 어느 순간부터 내 삶이 재미있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편해지려고 하다 보니 이전과 똑같은 일을 해도 시간도 잘 가더라. 혼자 프로필을 돌리고 오디션을 보면서 일이 안 풀릴 때도 거울 보면서 혼자 웃는 연습도 하고 그랬다. 그러다 영화 오디션을 보게 되면서 '감기'로 영화 데뷔를 하고 일이 조금씩 풀리게 됐다. 그간 배우 삶에서 긍정적인 기운과 생각이 스스로를 많이 변화시키지 않았을까 싶다.
Q. 배우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A. 저는 제 감정을 표출할 줄을 몰랐다. 누가 무슨 말을 한다던가 표정이 안 좋으면 내가 뭘 실수했나 싶을 정도로 눈치를 보는 소심한 아이였다. 어른이 돼서 돌이켜 보니 어릴 적에 더 그랬던 것 같더라. 초등학교 시절 연극을 할 때 처음으로 연기라는 걸 해봤는데 너무 행복하더라. 연기를 할 때만큼은 감정적으로 눌린 부분들을 풀게 되면서 스스로도 해소가 됐고 감정적으로 치유가 되는 부분도 컸다.
Q.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작품은.
A. 아무래도 '감기'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연극을 하다가 영화, 드라마를 하려 하는데 아무리 노크를 해도 문이 잘 안 열리더라. '감기'는 노크를 하게 된 후 길을 뻥 뚫어준 작품이었다. 당시 한 두 장면도 아니고 조연 역할이었는데 감독님께서 정말 제게 엄청난 칭찬을 해주셨다. 그때 너무 행복했다. 아무 것도 아닌 무명배우를 최고라고 칭찬을 해주셨고 그 계기로 영화를 하게 됐다.
Q. 그 당시와 지금, 배우로서 목표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
A. 사실 목표에 대해 잘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슬픈 역할이건, 나쁜 역할이건 연기하면서 제 스스로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자존감이 없던 제가 배우를 하면서 칭찬을 받기 시작하고 자존감을 점차 찾게 됐다. 어떤 배우가 된다기 보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A. 이제까지 캐릭터가 강한 역할을 해왔는데 정서적이고 잔잔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휴머니즘 혹은 멜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 멜로는 안 되려나. (웃음)
Q. '부암동 복수자들'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A. '비밀의 숲'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부암동 복수자들'도 정말 운 좋게 하게 된 작품이었다. 정말 드라마 안에 녹아든 소소한 재미 때문에 선택하게 된 작품이었는데 그게 정말 잘 됐다.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었고 시청자 분들에게 웃음을 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처음으로 비중도 많이 나와서 많은 대사와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지만 이요원, 라미란, 명세빈 등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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