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까기]첫방 '신네기', 오글거리는데 왜 설레죠?
- 강희정 기자
(서울=뉴스1스타) 강희정 기자 = '신네기'에게서 진한 '꽃보다 남자'의 향기가 난다. 솔직히 '오글거린다'는 평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매 순간 다음 신이 궁금하다. 묘하게 끌린다. 오글거림만 감수한다면 설렘 역시 내 몫일 거란 예감이다.
12일 밤 11시15분 첫 방송된 tvN 새 금토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1회(극본 민지은 원영실/연출 권혁찬 이민우, 이하 신네기)에서는 21세기형 신데렐라 은하원(박소담 분)과 재벌가 형제 강지운(정일우 분), 강현민(안재현 분)의 만남이 그려졌다.
은하원은 새 엄마, 새 언니로부터 핍박당하고 대학 진학을 위해 배달, 편의점 등 쉴새없이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는 캐릭터다. 그는 결국 돈 때문에 강현민이 제안한 '3시간 계약 약혼'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러면서 강지운, 강서우(이정신 분) 등이 있는 집안과 얽히게 됐다.
은하원이 얽힌 재벌가 삼 형제 강지운, 강현민, 강서우는 하나같이 훈훈한 외모를 지녔지만 각자 매력이 다르다. 강지운은 정비소에 시비를 거는 블로거의 차를 들이받는 다혈질과 정의로움을, 강서우는 공연을 앞두고 사라지는 자유로운 영혼을, 그리고 강현민은 매일 같이 여자를 갈아치우는 바람기를 지녔다. 이렇듯 캐릭터가 분명하니 시청자가 상상하고 응원할 수 있는 로맨스의 여지가 넓어진다. 여기에 아직은 은하원과 조우 전인 네 번째 기사, 비서 이윤성(최민 분)까지 가세한다면 설렘 지수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신네기'는 방송 전부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은 작품이다. 훈남들에 둘러싸인 여주인공 설정은 보기 좋은 떡인 반면 대놓고 '신데렐라'를 내세운 설정은 자칫 너무 뻔하거나 유치하게 그려질 수 있다는 것.
베일을 벗은 '신네기' 첫 방송은 일단 이 기대와 우려 사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참고 봐줄 수 있을 만큼만 오글거렸고, 은하원을 구심점으로 순식간에 훈남들이 집결하며 시청자들의 설렘 지수를 높였다.
연출이나 극본에서는 다소 투박한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자면 도매시장에서 박혜지가 원단 소매를 계속 거절당하던 찰나 갑자기 배달원이 가게에 부딪히면서 원단 샘플이 어지럽혀지는 장면. 도매상 주인이 "샘플 정리하는 데 한 달은 걸리겠네"라고 굳이 기간을 콕 집어 알려주며 속상해할 때 박혜지는 "30분이면 된다. 대신 원단을 팔아달라"고 했다. 너무 절묘한 우연 속 캐릭터의 능력을 주입하듯 알리는 대사는 세련미가 없었다.
그런가 하면 재벌가 회장의 결혼식이 열리는 호텔 앞에는 팬들이 진을 치고 환호했다. 가수 강서우만이 아니라 강현민이 차에서 내릴 때도 환호성을 질렀고 언론은 이 형제의 결혼식 참석을 앞다퉈 보도했다. 얼핏 시상식 레드카펫이 따로 없었다.
이런 저런 아쉬움 속에서도 '신네기'는 무사히 첫방을 마쳤고 대체로 호평을 끌어냈다. 첫 방송부터 강서우, 강현민, 은하원, 박혜지가 얽힌 로맨스 구도를 시원하고 명확하게 그렸다. 오글거림도 시청자가 극에 몰입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진 않았다. 그마저 뛰어넘는, '신네기'만의 분명한 매력이 있었단 뜻이다.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애매한 배경도 시청자가 몰입한 후라면 그만인 터, 오글거림을 뛰어넘는 설렘이 '신네기'의 순항을 점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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