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그아웃]'화정'이 여배우 이연희에게 남긴 것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화정' 이연희가 50부작이라는 사극 드라마의 긴 여정을 마쳤다. '화정'은 고귀한 신분인 공주로 태어났으나 권력 투쟁 속에서 죽은 사람으로 위장한 채 살아간 정명공주의 삶을 다룬 드라마로, 주인공인 정명공주 역할을 맡은 이연희가 주축 캐릭터인 만큼 그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했던 드라마이기도 했다. 긴 호흡의 규모가 큰 드라마였기에 또래 배우들은 물론, 선배 배우들과 균일하게 호흡을 맞춰가며 작품을 완성해야 했던 이연희의 부담은 만만치 않았을 터. 후반부 시청률은 다소 아쉬웠지만 이연희 개인적으로는 크나큰 성취를 거둘 수 있는 작품이 됐다.

지난 29일 밤 10시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정'(극본 김이영 / 연출 김상호 최정규) 50회에서는 자신을 끝까지 사랑해준 강인우(한주완 분)의 죽음을 지켜보게 되는 정명공주(이연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후 강주선(조성하 분)이 권력을 잃고 심판을 받게 되고, 정명공주의 남편인 홍주원(서강준 분)은 효종(이민호 분)으로부터 병권 관장 특별직을 받았으나 이를 마다했다. 정명은 "권력이란 분명 언젠가는 그 처음의 뜻을 잃고 변하기 마련"이라며 "전하의 곁이 아닌 그 맞은편에 자리하겠다"고 말하고 '화정'의 의미를 되새기며 궁을 떠났다.

지난 29일 밤 10시 MBC 월화드라마 '화정'이 종영했다. ⓒ News1star / MBC '화정' 캡처

이연희는 '화정' 방송 시작 전 개봉했던 영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로 흥행을 맛보며 드라마 출연에 대한 기대를 높인 바 있다. 당시 미스터리한 게이샤 히사코 역을 맡아 선배 배우 김명민, 오달수와 최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이에 앞서 드라마 '구가의 서' 윤서화 역과 '미스코리아' 오지영 역을 통해 연기만으로 비로소 연기 면에서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구가의 서'와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을 통해 연이어 호평을 받았던 만큼 사극 출연에 대해 본인 스스로 크나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화정'에서의 첫 등장은 매우 강렬했다. 8회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연희는 신분과 성별까지 숨긴 채 화이라는 이름으로 유황광산에서 살고 있는 모습으로 첫 등장을 알렸다. 사내의 옷을 입고 머리도 덥수룩하게 묶은 남장 여인으로 유황광산 곳곳을 누비며 활약했다. 이후 유황광산 탈출 과정과 홍주원(서강준 분), 강인우와의 재회 과정이 다이내믹하게 그려진 가운데 큰 무리 없이 극에 녹아들며 안정적으로 극에 정착했다. 미모를 과감하게 내려놓고 배우로 큰 도전에 결심,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이후 광해(차승원 분) 앞에 정체를 밝히고 제 모습을 드러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캐릭터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광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선택하며 강인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홍주원과 강인우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은 여인이었으나, 남성들에 의지하기 보다는 독립적인 여성으로 정치 신념을 펼쳐갔다. 이후 인조(김재원 분)에 팽팽하게 맞서며 여정(김민서 분)의 계략에도 흔들리지 않고 기품 넘치는 공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시대를 거스른 리더십 강한 여성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연희에게는 '화정'이 또 하나의 주요 작품이 될 전망이다. 한 작품을 중심에서 6개월 이상 이끌어온 이연희의 노력과 수고가 있었다. 비록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인상 깊은 한 방의 연출이 없어 시청자들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20대 여배우 중 50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사극을 이끄는 이들이 흔치 않은 만큼, '화정'을 통해 얻는 경험은 분명 상당했을 것.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 50부작 대장정을 마무리한 이연희가 다시 화려하게 비상할 순간을 기대해본다.

aluem_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