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모바일·SNS를 뚫어라…TV 벗어난 드라마

유통 경로 다양화해 새로운 시장 형성
하반기 공개 예정작들 포진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웹 드라마, 모바일 드라마, SNS 드라마. 주로 지상파나 케이블 채널에서만 볼 수 있던 드라마가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가고 있다. 인터넷 발달과 모바일 기기 보급에 따라 영상 콘텐츠들도 브라운관에 매여 있지 않고 새로운 유통 경로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에는 누적 조회수 4억건을 자랑하는 인기 웹툰 '미생'이 모바일 단편 옴니버스로 영화화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반기에 예정돼 있는 작품만 해도 다음 스토리볼 모바일 드라마 '러브포텐-순정의 시대'(이하 '러브포텐'), SNS 드라마 '무한동력', 웹 드라마 '낯선 하루', CJ E&M의 UHD 모바일 드라마 '20's 스무살'(이하 '스무살'), 네이버 웹 드라마 '후유증' 등이 있다.

SNS·모바일·웹 드라마는 TV가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대중과 만난다는 점을 공유한다. 다만 모바일 기기로 접할 수 있는 경우 모바일 드라마, 웹페이지를 통할 경우엔 웹 드라마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SNS 드라마의 경우엔 웹이나 모바일이라는 매체에 국한되지 않고 네트워크를 거쳐 폭넓게 전달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또한 전달되는 매체 특성상 회당 분량이 짧다. 이 드라마들은 아직 발전 중인 형태이기에 파일럿 형식을 띠고 비교적 편수가 적은 것도 특징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스토리볼 모바일 드라마 '러브포텐-순정의 시대' 갈무리. © News1

포털사이트 다음의 모바일 전용 프리미엄 콘텐츠 마켓 스토리볼에서 독점 방송되는 '러브포텐'은 오는 11월4일부터 매주 2편씩 월·수요일 자정마다 공개된다. 회당 약 10분 분량으로 총 12부로 구성돼 있다.

그룹 인피니트의 성열과 포미닛의 남지현, 배우 클라라가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기 소설 '공대생의 사랑 이야기'가 원작으로 모태솔로인 기억(성열 분)이 대학 내 최고 퀸카 민아(남지현 분)를 만나 순정을 바치는 모습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11월12일부터는 SNS 드라마 '무한동력'이 매주 화·목요일 기획을 맡은 삼성의 유튜브 채널에서 대중을 찾아간다. '무한동력'은 주호민 작가가 쓴 동명의 네이버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그룹 2AM의 임슬옹, 달샤벳의 우희, 서프라이즈의 공명, 배우 안내상, 김슬기, 개그맨 최효종 등이 출연한다. 회당 10~15분씩 총 6부작이 될 전망이다.

11월 공개를 목표로 후반 작업 중인 5부작 로맨틱 웹 드라마 '낯선 하루'도 있다. 군산시가 제작한 이 드라마는 군산을 배경으로 일제 강점기 소설가 채만식(최우식 분)과 2013년 취업 준비생 이지은(아영 분)이 함께 보내는 하루를 그리는 작품이다. '뉴하트'(2008)를 연출한 이민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CJ E&M의 UHD 모바일 드라마 '20's 스무살'에 출연하는 그룹 비스트의 이기광(왼쪽)과 배우 이다인(CJ E&M 제공). © News1

종합 콘텐츠 그룹 CJ E&M도 이러한 흐름에 가세했다. CJ E&M은 오는 12월 회당 15분짜리로 총 4편으로 구성된 UHD 모바일 드라마 '스무살'을 제작 중이다.

그룹 비스트의 이기광은 실제 본인의 이름으로 극 중 아이돌 스타로, 배우 견미리의 둘째 딸 이다인이 순애보를 간직한 혜림으로 분할 예정이다. 4K(초고선명) 촬영 장비로 100% 제작된 국내 최초 UHD 드라마에 도전한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후유증'을 선보인다. '후유증'은 내년 1월6일 첫 공개되며 시즌 1, 2로 제작될 계획이다.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 김동준이 존재감 없는 고등학생이지만 사고를 당하며 영웅이 되는 안대용 역을 맡았다. 김동준은 김근형, 선주아 등 신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아이돌 그룹 출신 연기자들을 전면에 내세워 대중성을 확보한 이 드라마들은 작품성 면에서도 기존 TV 드라마에 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한동력'의 경우 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2007)의 박찬율 감독, '탐나는 도다'(2009)의 이재윤 작가가 참여했으며 가수 윤민수가 음악을 맡았다. '스무살'은 '나인'(2013)의 김윤주 작가가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렇듯 드라마가 다양한 경로에서 유통되는 것이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고 제작 과정과 소재 면에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됐다.

'무한동력' 제작사이자 국내 최초 SNS 드라마 '러브 인 메모리'를 만든 아폴로픽쳐스의 박선재 팀장은 "성장 중인 SNS 플랫폼을 겨냥해 뭔가를 개발하고 공급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이해 관계, 예산 등이 결합돼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장은 점점 넓어질 것"이라며 "기업으로부터 후원과 제작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드라마 자체가 CF는 아니고 가능한한 작품으로서 순수하게 드라마를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스무살'의 CJ E&M 안미현 방송사업 부문 팀장은 "이야기가 있는 드라마 콘텐츠는 모바일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 다른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기획하기 위한 일종의 도전"이라고 언급했다. 안 팀장은 "플랫폼 특성을 살리는 것과 작품 자체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 중 대중이 어느 면을 선호할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후유증' 제작진은 "미국의 온라인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에미상 최우수 드라마 감독상을 수상한 것처럼 장르가 명확하고 타깃층이 확실한 온라인 드라마가 인기인 추세에 있다"며 "지상파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소재와 공감할 수 있는 사건을 함께 그릴 수 있는 것이 웹 드라마"라고 했다.

TV를 벗어난 드라마들은 신인 배우들이 나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8월 SK 전 채널에서 방영된 웹·모바일 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이 그 예다.

제작사 판타지오의 김민옥 실장은 "'방과 후 복불복'은 서프라이즈라는 신인 배우 그룹을 결성하고 데뷔시킨 작품"이라며 "첫 시도였는데 배우들 활동도 활발해지고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 조회수 1000만건을 앞두고 있는 등 반응이 좋다. 1회성 프로젝트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gir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