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억달러 첫 송금…韓 대미투자 1호 텍사스 발전소 자재 발주 본격화
美 총괄투자관리기구 I-SPV에 송금…엔시날 프로젝트에 활용
공동 팩트시트에 '韓 기업 참여 확대' 명시…후속 협상 가늠자
- 이정현 기자,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임용우 기자 = 한미 양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공식화한 가운데 1호 사업인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실제 자금 집행에 들어갔다. 정부가 사업 착수에 필요한 첫 투자금 24억 달러(약 3조 2600억 원)를 미국 측 투자관리기구에 송금하면서다. 이에 따라 발전소 건설을 위한 발주와 자재 조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엔시날 사업은 향후 원전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등 후속 대미 투자사업의 추진 방식과 성과를 가늠할 첫 시험대다. 투자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는 상업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의 기자재·설계·시공·운영 참여를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일 재정경제부와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한미 전략적 투자계획의 1호 사업인 텍사스 엔시날 프로젝트와 관련해 24억 달러를 미국 측 투자관리기구인 상위 투자목적법인(I-SPV)에 송금했다.
I-SPV는 여러 대미 투자사업을 하나의 우산 아래 묶어 자금을 조달하고 관리하기 위해 마련된 기구다. 정부가 이날 송금한 24억 달러 역시 개별 발전소 법인에 곧바로 직접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선 I-SPV에 넣은 뒤 엔시날 프로젝트의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으로 집행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I-SPV는 투자하기 위한 펀딩을 관리하는 기구"라며 "24억 달러는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CCGT) 사업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주로 자재비"라면서 "인건비나 행정비용 등도 일부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즉 이번 송금은 단순히 향후 투자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이 아니라 실제 프로젝트 착수와 발주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집행하는 성격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엔시날 사업을 시작으로 프로젝트별 특수목적법인(P-SPV)을 통해 개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I-SPV가 전체 투자자금의 조달과 수익 배분을 관리하고, 프로젝트별 법인이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엔시날 사업은 향후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기자재 발주와 설계·시공, 장기 운영·유지보수 등으로 단계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는 발전 기자재와 설계·시공, 운영·유지보수 등 프로젝트 전 분야에서 역량 있는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측도 한국 기업이 터빈을 포함한 한국산 기자재를 미국 내 유사 프로젝트에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노력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관련 기자재와 서비스 분야의 국내 기업들이 실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히겠다는 의미다.
1호 사업으로 선정된 엔시날 프로젝트는 텍사스주 라살 카운티 엔시날에 총 223억 달러를 투자해 6472메가와트(M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사업이다.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2032년 전체 설비를 가동하는 일정이다.
글로벌 부동산 개발업체 릴레이티드 컴퍼니즈와 발전사업자인 넥스트에라 에너지 리소시스의 합작법인이 사업을 운영하며, 루이스 에너지 그룹이 프로젝트 파트너로 참여한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은 인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하는 구조다. 최근 AI 산업 확산으로 텍사스에서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신규 전력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사업성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됐다.
정부가 엔시날을 1호 사업으로 선정하면서 가장 중시한 기준도 '상업적 합리성'이었다. 공공 성격의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 기간 안에 투자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앞서 사업성 판단 기준에 대해 "존속기간 내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며 "기본 가정에 변화를 주더라도 원리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향후 사업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구매할 데이터센터와의 전력구매계약(PPA)이다. 현재 최종 수요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는 이를 오히려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로 보고 있다.
김 장관은 "텍사스 전력시장에서 현재 공급자 우위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여러 수요자 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수요자를 미국 정부와 협의해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처를 서둘러 확정하기보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전력수요와 가격 조건을 비교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천연가스 조달 여건도 사업성 판단에 고려됐다. 텍사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석유·가스 생산지역인 만큼 발전소 연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다만 가스가격과 전력가격 변동, 건설비와 공사 일정 등은 향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관리해야 할 변수다.
결국 엔시날 사업의 실제 성패는 이제부터 이뤄질 계약과 발주, 기자재 조달, 건설 및 PPA 체결 과정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번 1호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 기업 참여라는 두 가지 목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구현하느냐가 향후 원전과 알래스카 LNG 등 후속 대미 투자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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