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소득 하위 70%' 기준 바꾼다…중위소득 연계 재추진
내년 소득 하위 30% 월 38만원…빈곤율 개선 효과는 0.3%p 그쳐
전문가들, 장기 개편 방향 부재 지적…"소득인정액 산정도 손봐야"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기초연금 수급대상을 노인 소득 하위 70%로 정하는 현행 방식을 기준중위소득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개편을 다시 추진한다.
당초 내년부터 수급기준을 기준중위소득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노인층 반발 우려 등을 고려해 정부안에서 제외했다. 대신 내년에는 현행 하위 70% 수급체계를 유지하면서 저소득 노인의 기초연금을 월 3만 원 올리는 등 지급액을 차등화한다.
하지만 이 같은 급여 인상만으로는 노인빈곤율 개선 효과가 0.3%포인트(p)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수급구조 개편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원 범위를 조정해 재원을 빈곤 노인의 급여 인상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는 기준별 재정추계 등을 토대로 장기 개편 정부안을 마련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회 연금특위와 논의할 방침이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연금 선정기준을 노인 소득 하위 70%에서 기준중위소득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개편을 다시 추진한다.
기준별 재정추계 등을 토대로 장기 개편 정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현행 하위 70% 수급대상을 유지하면서 지급액을 차등화한다. 하위 30%의 기준연금액은 월 35만 원 수준에서 38만 원으로, 30~45%는 35만 9000원으로 높이고 45~70%는 현 수준을 유지한다.
정부는 당초 내년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의 90%로 바꾼 뒤 2028년 86.6%, 2029년 83.3%, 2030년 80%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했다.
노인 가운데 일정 비율을 지급대상으로 삼는 대신 일정 소득기준을 적용하려는 구상이었다.
당시 노인 소득분포에 중위소득 80% 기준을 단순 적용하면 수급 범위는 하위 63% 안팎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노인층 반발 우려 등을 고려해 중위소득 연계안을 보류하고 지급액 인상과 동결을 우선 반영했다.
수급범위를 줄이는 '상박'보다 저소득 노인에게 더 지급하는 '하후'에 무게를 둔 셈이다.
복지부는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부족해 내년 정부안에 선정기준 개편까지 담지는 못했지만, 목표수급률을 소득 기준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도헌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번 개혁안은 장기적인 방향성이 없고 단편적으로 보인다"며 "상위층 급여가 줄어드는 정도도 재정 측면에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기초연금 개혁의 첫 단추는 대상을 노인 70%로 선정하는 방식을 소득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정부안에서는 이 부분이 빠져 개혁안이 엉성했는데, 이제라도 기준중위소득으로 전환하는 논의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기초연금 수급기준을 기준중위소득과 연계하려는 배경에는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줄이고 지원이 필요한 노인에게 재원을 집중하려는 목적이 있다.
현행 방식은 노인의 소득·재산 수준이 높아져도 하위 70%를 지급대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선정기준액이 함께 올라가는 구조 노인 인구가 늘면 수급자도 증가한다.
올해 단독가구 선정기준액은 월 247만 원으로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의 96.3% 수준이다.
기준중위소득은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을 바탕으로 정부가 정하는 복지사업의 기준선이다.
이를 적용하면 노인 내부의 소득순위 대신 전체 가구의 소득수준을 반영해 수급대상을 정하게 된다.
지원 범위를 조정해 지출 증가 속도를 늦추고 저소득층 급여를 높일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더욱이 내년 정부안의 노인빈곤 완화 효과도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초연금 개편안에 대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시뮬레이션에서는 2024년 기준 노인빈곤율 35.87%에 정부안을 적용하면 35.57%로 낮아졌다. 감소 폭은 0.3%p에 그쳤다.
반면 기준중위소득을 활용해 저소득층 급여를 강화한 별도 대안에서는 노인빈곤율이 34.46%로 낮아져 감소 폭이 1.41%p에 달했다. 수급기준 변경과 저소득층 급여 확대를 결합한 결과다.
김 연구위원은 "기준중위소득 100%로 전환하면 2028~2030년께부터 수급자가 줄어들 수 있다"며 "절감한 재원을 활용해 급여액을 높이면 노인빈곤율을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제언했다.
오 대표 "베이비붐 세대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좋지만 여전히 국민연금이 성숙하지 않았고 노후소득 준비도 충분하지 않다"며 "기준중위소득으로 전환하되 대상 규모는 5년간 유지하면서 노인 중간층의 소득 개선 정도를 보고 점진적으로 대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기초연금 수급기준 개편과 함께 소득인정액 산정 방식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초연금은 소득과 재산을 반영한 소득인정액으로 수급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은 상당히 부유한 노인들도 받는다는 게 문제"라며 "소득인정액을 느슨하게 산정하면 기준중위소득 기준을 강화해도 부유한 노인들이 계속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재산을 엄격하게 평가하도록 소득인정액 산정 방식을 정비한 뒤 기준중위소득과 비교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을 평가할 때는 소득뿐 아니라 자산도 함께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최빈곤층은 기초연금을 올려도 생계급여가 줄어 인상 효과를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개편을 다룬 글에서 "극빈층 노인들은 기초연금도 받고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도 받을 수 있지만, 기초연금 액수만큼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는 감액된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기준중위소득은 정책적 결정에 의한 것인데, 그 기초가 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과 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고, 기준중위소득의 인위적 결정도 고려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기준중위소득을 적용한 여러 시나리오와 재정추계를 마련한 상태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장기 개편 정부안을 구체화하고 국회 연금특위와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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