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이젠 덤덤하네" X세대 소비 위축 완화…MZ는 달랐다

한은 1998~2024년 분석…반복 충격에 대응방식 학습 가능성
X세대서 환율 급등 적응 뚜렷…"계층 간 소비 격차 살펴야"

지난달 서울 명동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2026.9.22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환율 급등을 많이 경험한 가계일수록 환율 상승기에 소비를 비교적 덜 줄이는 경향이 있다는 한국은행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환율을 반복해 겪을수록 가계의 소비 행태가 원화 가치 하락에 적응해 가는 양상으로 풀이된다. 이런 현상은 외환위기를 직접 겪었던 X세대뿐 아니라 자산이 적거나 빚 상환 부담이 큰 계층에서도 뚜렷했다.

최영준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1일 '환율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간의 관계 분석' BOK경제연구에서 이같이 밝혔다.

통상 환율 상승은 수입가격을 높이고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려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환율 급등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소비는 상대적으로 덜 줄어드는 모습이 확인됐다.

환란 후 데이터 살피니…"환율, 관리 가능 위험으로 인식"

최 연구위원은 1998~2024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소비 위축 완화가 과거 환율 급등 경험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가구주 연령과 환율을 결합하되, 최근 경험과 환율 급등기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했다.

분석 결과, 환율 급등 경험이 많을수록 현재 환율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정도는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최 연구위원은 "반복된 환율 급등 경험을 통해 가계가 구매력 충격 대응 방식을 학습하면서, 해당 충격을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인식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확충과 통화스와프 등 정책 당국의 안정화 노력도 함께 작용했을 수 있다고 최 연구위원은 평가했다.

소비 항목별로는 기초소비재보다 선택재에서 적응 경향이 뚜렷했다. 선택재는 필수 지출보다 구매 시기·품목을 조정할 여지가 커, 과거 체득한 소비 조절 방식이 더욱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X세대 고환율 속 지갑 덜 닫지만…MZ는 '부담'

세대별 차이도 나타났다. 고환율기에 과거 경험이 소비에 미치는 효과는 X세대에서 유의미한 양(+)의 값을 보였지만, MZ세대에서는 음(-)의 값을 나타냈다.

X세대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 활동과 자산 형성 과정에서 고환율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소비 구조를 조정하는 방식을 익혔을 수 있다고 최 연구위원은 밝혔다. 반면 MZ세대는 고환율을 직접 경험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학습·적응 기회가 제한적이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별로는 하위 계층인 2분위에서 적응이 뚜렷했지만, 상위 4~5분위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뜻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가계도 적응 양상을 보였다.

자산이 적은 가계는 환율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작은 만큼, 반복된 충격 속에서 지출 조정 방식을 적극적으로 습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자산이 많은 가계는 보유 자산으로 충격에 대응할 수 있어 과거 경험에 따른 소비 차이가 작게 나타났을 수 있다.

다만 환율 급등 경험과 당시 동반된 실업·소득 감소 등 다른 충격의 효과를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다고 최 연구위원은 덧붙였다.

최 연구위원은 "단기적인 충격 완화뿐 아니라 예측 가능성을 높여 가계의 적응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적응 과정에서 계층 간 소비 격차가 확대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