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사회적 대화 복귀한 민주노총…'52시간 특례' 최대 고비
사회적 대화 복귀는 긍정적…노동특례는 완강한 '반대' 입장
과거 사회적 대화 참여 사례보니…'합의'까진 난관 불가피
- 이정현 기자,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6년 만에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면서 노사정 간 노동 현안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메가특구특별법에 담을 노동규제 완화를 논의하기 위해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민주노총이 노동특례 도입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실제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주 52시간제 예외를 둘러싼 노사 간 입장차가 워낙 커 사회적 대화가 또다시 갈등의 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17일 오전 10시부터 진행한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논의 끝에 메가특구 특별법 노동특례 관련 노사정 대화 참여를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그동안 메가특구법안에서 노동 특례 조항이 빠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노동 특례 논의를 전제하지 않는 제로베이스 논의를 요구해 왔다"며 "민주노총은 노동 특례 확대와 노동권 후퇴를 막기 위해서는 대화에 참여해 반대 입장을 직접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사회적 대화 참여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5일 양대노총과 경영계,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메가특구 노동특례 관련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공식 제안했다. 기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까지 별도 협의체에 참여시켜 메가특구특별법의 노동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노총의 이번 사회적 대화 복귀는 2020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 이후 6년 만이다.
이번 대화의 핵심 의제는 노동시간과 기간제 고용 문제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메가특구에서 일하는 고소득·R&D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완화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2+2' 등을 논의 대상으로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대화에 복귀하면서도 노동특례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례의 일부를 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특례 도입 필요성 자체를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적 대화의 첫 단추부터 '무엇을 논의할 것인가'를 놓고 노사정 간 신경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노총이 장기간 거리를 둬온 사회적 대화에 다시 참여했다는 점 자체는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노동계가 산업 경쟁력과 노동권이라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을 대화 테이블에서 논의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향후 노사정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과거 사회적 대화 참여 사례를 보면 실제 합의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노사정위원회다.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제와 파견제 도입 등이 포함된 노사정 협약에 참여했지만 내부 반발로 합의안이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됐고, 이후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결정했다. 지난 2005년에는 이수호 집행부가 사회적 교섭을 추진했지만, 대의원대회에서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논의 자체가 파행으로 끝났다.
가장 최근인 2020년에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민주노총이 직접 제안한 코로나19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서 40여 차례 논의 끝에 잠정합의안이 마련됐지만,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합의안이 부결됐다. 당시 김명환 위원장 집행부는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번에도 민주노총이 기존 입장만을 고수하면서 노동특례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 경우 대화가 실질적인 타협보다는 입장 확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것과 합의를 위해 일정 부분씩 양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민주노총 내부적으로 합의 가능한 범위를 설정하지 못할 경우 과거와 같은 진통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가장 첨예한 쟁점은 주 52시간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앞서 중국의 '996' 근무 관행까지 언급하며 첨단산업의 근로시간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중국 충칭의 한 IT기업 사례를 소개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996을 도입하려 하자 오히려 직원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 일해야 한다며 반발했다는 일화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연구개발은 물론 스타트업 등 첨단산업 전반에서 근로시간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메가특구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인 만큼, R&D 인력의 근로시간을 획일적으로 제한할 경우 경쟁국과의 기술개발 속도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현행 선택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 등으로도 업무 특성에 따른 대응이 가능하며, 예외를 확대할 경우 장시간 노동 규제가 무력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사회적 대화의 성패는 노동계가 노동시간 특례를 어디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노동특례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산업계에서는 첨단산업의 인력 운용 유연성이 떨어져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데 동의할 경우 향후 다른 산업으로 특례가 확대할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6년 만에 어렵게 다시 열린 사회적 대화가 과거처럼 내부 반발과 입장차를 넘지 못하고 파행으로 끝날지, 아니면 노동권과 산업 경쟁력 사이에서 새로운 절충점을 찾아낼지가 이번 메가특구 논의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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