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1호 발표 내주 초 유력…원전 기종·투자 한도 등 '막판 진통'
조현 외교장관 "한미 간 이견 아닌 '절차적 조율' 문제"
국회 보고 거쳐 내주 초 발표…투자한도·수익구조 등 막판 협상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미 양국의 대미 투자 세부 합의가 막판 조율을 거치면서 내주 초 발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18일 발표가 추진됐지만 국회 보고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 차례 순연됐다.
미국 내 원전 건설 사업의 기종 배분과 웨스팅하우스 지분·의결권 확보,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 사업 포함 여부 등이 막판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최종 합의에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 같은 합의 지연 배경에 대해 한미 간 '이견'보다는 '절차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당초 합의한 연간 200억 달러·총 2000억 달러의 직접투자 한도가 실제 합의안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관심사다.
조 장관은 전날(17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면서 대미 투자 1호 사업의 최종 합의가 늦어지는 배경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있다기보다는 '절차적인 문제'를 확실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에서 이 문제(대미 투자)도 전체적으로 양국 관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나올 것"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게 미국 측에 설명하겠지만 어떤 이슈든 국익에 반하거나 우리 입장과 다른 것은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분명한 입장을 견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17일 국회에 대미 투자 세부 협상 내용을 보고한 뒤 18일 한미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1호 사업을 발표하는 일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회 보고 일정이 연기되면서 18일 발표도 순연됐다.
정부가 구체적인 연기 사유를 '협상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한미 간 투자 사업과 세부 조건을 둘러싼 막판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조 장관이 양국 간 '이견'이 아닌 '절차적인 문제'를 강조하면서 최종 합의가 임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정치권과 관계 부처 안팎에서는 20일이나 21일쯤 국회 보고가 이뤄지는 대로 한미 양국이 대미 투자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조 장관은 18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대미 투자 문제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대미 투자 발표 연기 배경으로는 원전 분야 이견이 컸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대미 투자 1호 사업(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 유력 거론)을 제외한 후속 사업으로는 미국 내 최대 8기의 대형 원전 건설이 거론된다. 한국형 원전인 APR1400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 1000을 혼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1기당 사업비를 150억 달러로 단순 계산하면 8기 건설에만 약 1200억 달러가 필요하다.
원전 사업에서는 기종 배분을 둘러싼 협의가 막판 변수로 떠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8기 가운데 6기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2기는 한국형 APR1400을 건설하는 방안을 놓고 조율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APR14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을 받은 모델인 만큼 기술·규제 측면의 진입 장벽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 측은 미국 내 원전 시장에서 AP1000의 경쟁력과 사업 입지를 고려해 한국형 원전의 현지 건설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초 논의된 원전 기종과 물량을 둘러싼 협의가 최종 합의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한국 측의 지분 참여 조건도 별도의 쟁점이다. 한국은 향후 해외 원전 수주 경쟁력 확보와 과거 체코 원전 사업 과정에서 제기된 계약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정 수준의 지분과 이사회 참여 등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15%' 지분 인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의결권이 제한된 소수 지분 수준의 참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양측의 입장차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관련 투자도 새로운 변수로 거론된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를 고온의 용융염에서 전기화학적으로 처리해 우라늄과 초우라늄 원소를 회수하는 건식 재처리 기술이다. 미국 내 사용후핵연료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관련 기술 협력과 투자를 대미 투자 사업에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파이로프로세싱 사업이 추가될 경우 전체 대미 투자 규모가 기존에 합의한 2000억 달러 한도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가 문제다. 특히 미국 측이 해당 기술과 핵농축 문제를 연계해 논의하면서 한국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입장에서는 향후 AI 데이터센터 등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SMR 상업화와 핵연료 기술 확보 측면에서 관련 협력이 중요하지만, 추가 사업을 기존 투자 한도 안에 담을지 여부를 함께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첫 투자금 송금 규모를 둘러싼 이견도 제기됐다. 미국 측이 연간 대미 투자 한도(200억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현금(100억달러 안팎)을 연말까지 송금하라고 요구해 최종 합의에 제동이 걸렸다는 내용이다. 산업부는 해당 내용에 "확정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당초 정부는 이달 첫 대미 투자금으로 22억달러 이상을 미국에 송금한 뒤 내년부터 연간 최대 200억달러 한도에서 투자 집행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알래스카 LNG 사업도 한국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는 사업이다. 약 1300㎞의 가스관과 LNG 액화·수출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미국 측의 참여 요구가 이어져 왔지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참여 조건, 사업성 등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텍사스에 총 6.3기가와트(GW) 규모의 발전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는 당초 한국 측이 검토했던 200억 달러 안팎에서 미국 측이 250억 달러 수준을 요구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커졌고, 현재는 223억 달러 수준에서 절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투자 규모뿐 아니라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어떻게 판매할지,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누가 부담할지도 핵심 쟁점이다.
사업 내용과 함께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당초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합의한 총 2000억달러의 직접투자 한도가 최종 합의안에 어떻게 반영될지 여부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3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뒤 "총 2000억 달러, 연간 200억 달러 투자 한도는 당초 미국과 합의한 대로 지켜질 것"이라며 한도를 초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에서 연간 200억 달러·총 2000억 달러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한미 양국이 MOU를 통해 명확히 합의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한도와 함께 사업별 '수익구조'와 '위험 분담' 방식도 주요 협상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엔시날 발전소 등 대형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투자금 회수를 위한 빅테크 기업과의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체결 여부, 사업별 손익을 분산하는 '리스크 풀링' 등 세부 조건도 막판 조율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주 초로 예상되는 대미 투자 발표에서는 엔시날 발전소를 비롯해 원전과 알래스카 LNG 등 어떤 사업이 최종 포함되는지, 사업별 투자 규모와 위험 분담은 어떻게 정해졌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통상당국은 "미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접점 모색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지만, 국익 관점에서 협상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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