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납품대금 지급기한 확 줄인다…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국회 통과

직매입 월 1회 정산 땐 월말부터 20일…경영상 우려 시 공정위 승인 예외
공포 1년 뒤 시행…공정위 "예외 남용 없도록 엄격히 심사"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대형마트·백화점·온라인몰 등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체에 상품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법정 기한이 현행 대비 절반 수준으로 단축된다. 특약매입·위수탁 등의 거래는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에서 20일로, 직매입은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에서 35일로 줄어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티몬·위메프 사태와 홈플러스 회생절차 등을 계기로 대규모유통업자의 대금 지급 실태와 현행 지급기한의 적정성을 재검토해 왔다. 지난해 2월부터 11개 업태 111개 유통 브랜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간담회와 설문조사 등을 거쳐 같은 해 12월 지급기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국회에서는 이를 포함해 의원들이 발의한 총 18건의 개정안을 토대로 논의를 거쳐 지급기한과 예외 사유 등을 확정했다.

우선 특약매입·위수탁·임대을 거래에서 납품업자와 입점업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기한은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현행 40일에서 20일로 단축된다.

특약매입은 미판매 상품을 반품하는 조건으로 상품을 외상 매입한 뒤 판매 수수료를 제외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주로 백화점·면세점 등이 활용한다. 위수탁은 상품 소유권을 넘겨받지 않고 판매를 대신한 뒤 수수료를 제외해 지급하는 방식이며, 임대을은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임대료로 받는 거래다.

공정위 실태조사에서 이들 거래의 실제 지급기간은 평균 20일 안팎으로 나타났다. 월 정산의 경우 다음 달 10일까지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뒤 비용 상계와 내부결재 등에 평균 5.9영업일이 걸리는 점도 반영됐다.

직매입 거래의 대금 지급기한은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에서 35일로 25일 짧아진다. 직매입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서 상품을 직접 매입한 뒤 자기 책임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대형마트·편의점·온라인몰·전문판매점 등에 주로 적용된다.

당초 공정위는 일부 업체가 법정 상한인 60일에 근접한 평균 53.2일 만에 대금을 지급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지급기한을 30일까지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전체 업계 평균 지급기간은 27.8일이고 대다수 업체가 30일 안에 지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다만 직매입의 경우 아직 팔리지 않은 상품에 대해서도 유통업체가 먼저 대금을 지급해야 해 재고·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최종 지급기한은 35일로 정해졌다.

직매입 거래에서 월 1회 일괄 정산하는 방식도 계속 허용된다. 유통업체가 한 달간 매입한 상품을 월말에 정산하는 경우 매입마감일인 월 말일로부터 20일 안에 대금을 지급하면 된다.

지급기한을 일률적으로 35일로 적용할 경우 기존 월 1회 정산 방식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예컨대 1월 1일부터 31일까지 상품을 매입해 1월 말 정산한 뒤 2월 20일 지급하면 기존 60일 기준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별도 예외 없이 35일 기준을 적용하면 1월 초 매입분은 지급기한을 넘기게 된다.

천재지변이나 납품업체 채권 압류 등 유통업체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기한 내 지급이 어려운 경우에는 특약매입 등과 직매입 모두 예외를 인정한다. 납품업체와 연락이 끊기거나 채권이 압류돼 현실적으로 지급이 곤란한 사례 등이 해당한다.

직매입 거래에서는 유통업체에 긴급한 경영상 우려가 발생한 경우에도 공정위 승인을 전제로 지급기한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했다. 파산이나 회생, 급격한 현금 흐름 악화 등이 대상이다.

지급기한 단축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운 유통업체의 유동성이 더 악화되고 그 피해가 납품업체로 전이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구체적인 경영상 예외 사유와 승인 절차는 시행 전 1년간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률·재무 전문가 자문을 거쳐 하위 법령에서 마련한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새 지급기한은 법 시행 이후 상품을 수령하거나 판매한 거래부터 적용된다. 개정 법률은 정부 이송과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