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석유 최고가 동결·유류세 인하 연장…매점매석 금지도 무기한

석유 최고가 휘발유 1784원·경유 1773원 유지…추석 물가 부담 억제
유류세 인하 두 달 연장…향후 최고가격 인상 땐 인하율 확대 가능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 뉴스1 이종수 기자

(세종·서울=뉴스1) 임용우 한재준 기자 = 정부가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27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지자 국내 기름값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응 수위를 높인다.

석유제품 매점매석 금지 조치를 사실상 무기한 연장하고, 10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현행 수준으로 동결한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도 두 달 연장할 방침이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기름값에 한꺼번에 반영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공급·유통 단계의 시장 교란을 차단하고 세금 부담까지 낮춰 추석을 앞둔 민생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특히 두바이유가 한 달도 안 돼 배럴당 95달러대에서 127달러대로 급등하면서 최고가격 인상 압력이 커졌지만, 정부는 당분간 현행 가격 상한을 유지하기로 했다.

매점매석 금지 무기한 연장…10차 최고가격도 동결

16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석유제품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매점매석 금지 조치를 사실상 무기한 연장했다.

정부는 그동안 고시 적용 기간을 두 달씩 연장했으나 이번 개정에서는 종료 날짜를 없앴다.

석유제품 가격과 수급 안정 등을 고려해 고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 폐지하도록 바꿨다.

이 같은 조치는 중동 전쟁 여파로 최근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과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지난 15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7.70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126.70달러에서 1달러 더 오르며 130달러에 근접했다.

같은 날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8.75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05.8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각각 3.07달러, 4.44달러 상승했다.

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10차 석유제품 최고가격도 현행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공급가격에 한꺼번에 반영되는 것을 억제해 주유소 판매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완화한다. 매점매석 금지 조치는 이 과정에서 물량을 쌓아두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를 막아 원활한 공급을 뒷받침한다.

현재 적용 중인 9차 최고가격은 리터(L)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정부는 지난 6월 7차 최고가격을 정하면서 세 유종의 가격을 각각 150원 낮췄고 8차와 9차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 동결로 10차에도 같은 공급가격 상한을 적용한다.

다만 국제유가는 지난달 9차 최고가격 결정 당시보다 크게 올랐다.

결정 직전인 지난달 20일 배럴당 95.6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지난 15일 127.70달러로 32.1달러 상승했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는 93.8달러에서 108.75달러로, WTI는 87.8달러에서 105.83달러로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최고가격 인상 압력이 커졌지만 정부는 추석을 앞둔 민생 부담을 고려해 동결을 결정했다.

최고가격 인상이 국내 기름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명절 물가 안정을 위해 현행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최고가격제는 아직 여유가 있다"며 "전쟁이 정리됐다면 지금쯤 최고가격제도 끝났겠지만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어 당장 종료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고가격제를 이어가기 위한 재원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예비비에 반영한 정유사 손실보전 재원에 더해 올해 나머지 공급분의 정산에 필요한 약 1조 4400억 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담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예비비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한 재원을 통해 올해 연말까지 최고가격제를 운영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유가가 어느 정도 안정돼 최고가격제를 해제하면 매점매석 금지 조치도 함께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차량에 기름을 넣는 모습. ⓒ 뉴스1 김진환 기자
유류세 인하도 연장…향후 최고가격 올리면 인하율 확대 가능성

정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도 연장하기로 했다. 연장 기간은 기존처럼 두 달이 유력하며, 이 경우 적용시한은 오는 11월 말까지 늘어난다.

재경부는 유류세 인하의 경우 매점매석 금지 고시처럼 종료시점을 없애기보다 일정 기간마다 연장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을 유지할 방침이다.

현재 유류세 인하율은 휘발유 15%,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 각각 25%다. 정부는 지난 7월 인하 조치의 종료시점을 이달 30일까지 두 달 연장했다.

이에 따라 L당 유류세는 휘발유 698원, 경유 436원, 부탄 152원이다. 인하 전과 비교하면 각각 122원, 145원, 51원 낮은 수준이다.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더라도 유류세 인하가 끝나면 세금 부담이 늘어 기름값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대 상승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두 조치를 병행해 석유류로 인한 추가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재경부의 판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지 않으면 가격 인상 요인이 된다"며 "연장 기간은 기존처럼 두 달 단위로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돼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율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등 불안정해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겪는 국민도 많아 지금은 유류세 인하 종료를 고민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