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4% 시대…매파 연준에 한은 '10월 쉬어가기' 셈법 복잡

한미 금리차 다시 1%p…고유가·강달러 겹치면 기준금리 조기 인상 압력↑
美 10년물 5% 돌파에 국내 조달금리 상승…물가 잡기·취약고리 사이 고심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4%로 올리고 연내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한미 금리차가 다시 1%포인트(p)로 벌어진 가운데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원화 약세와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7·8월 연속 인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10월에는 쉬어가려던 한은으로서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환율·물가 여건은 추가 인상을 재촉하는 반면, 이미 높아진 시장금리와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은 속도 조절을 요구한다. 10월 동결 후 11월 추가 인상이라는 경로가 유지될지,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지가 관건이다.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3.75~4.00%로 0.25%p 인상했다. 이는 3년여 만의 긴축 재개로, 미국 금리 상단과 한국 기준금리(3.00%) 격차는 다시 1%p로 벌어졌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됨에 따라 한은이 다음 달 22일 기준금리 결정에서 환율·금융 여건을 살필 필요성은 이전보다 강해졌다.

특히 그간 유가 충격을 완화해 주던 원화 강세에 제동이 걸리는 경우, 기준금리 3.25% 도달 시점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금리차 1%p로 재차 확대…백투백 뒤 한숨 돌리기 부담

연준의 매파 성향은 이번 회의에서 뚜렷해졌다. 점도표상 올해 말과 내년 말 정책금리 중간값은 모두 4.1%였는데, 이는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 뒤 내년에도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해당한다.

지난 6월 점도표에서 연준은 올해 한 차례 인상 후 내년 한 차례 인하를 예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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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7·8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0.5%p 올리면서 향후 완만한 인상 경로를 시사했다. 지난달 금통위의 6개월 후 조건부 전망은 중간값 3.25%로, 현 수준보다 0.25%p 높았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당시 "완만한 인상을 예상하는 이유는 연거푸 두 번 인상한 효과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추가 인상을 열어두면서도 10월에는 동결로 한 차례 쉬어갈 여지도 남긴 셈이었다.

그러나 연준의 긴축 신호가 강해지면서 향후 원화 약세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난다면 한은이 한 템포 쉬어갈 여유는 줄어든다. 이번 인상 후 시장에서 나타날 금리 예상 경로의 변동과 환율 반응, 금융 여건의 긴축 정도가 다음 금리 결정의 변수로 떠올랐다.

고유가 상쇄한 환율 다시 꿈틀…수입 또 뛰면 물가 부채질

지난달에는 환율 안정이 유가 상승을 상쇄하면서 수입물가가 석 달 연속 내려갔다. 8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76.75달러에서 88.75달러로 15.6% 올랐지만, 달러·원 환율이 1497.43원에서 1406.30원으로 6.1% 떨어져 원화 기준 수입물가는 2.4% 하락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중동 지역 충돌 재개로 유가는 빠르게 뛰었다. 지난 14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126.70달러로, 8월 평균(88.75달러)보다 42.8%나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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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매파 연준발 달러 강세까지 겹치는 경우 수입물가 자극이 우려된다. FOMC를 앞둔 지난 16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2원 오른 1368.6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으며, 이는 지난 9일(1336.1원) 대비 1주 만에 32.5원 급등한 수준이었다.

수입물가가 뛰면 국내 소비자물가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 이흥후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지난 15일 수출입 물가 브리핑에서 "유가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9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의 높은 수입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상이 한은의 인상으로 곧장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반도체 호황과 대규모 경상흑자에 따른 달러 공급이 원화 약세를 제한할 수 있다. 고유가 와중에도 환율 안정세가 나타난다면 한은은 직전 금리 인상의 효과를 살필 시간적 여유가 생기게 된다.

美 10년물 5% 돌파, 韓 뇌관 부각…동결해도 긴축 효과 '역설'

최근 시장금리 상승도 한은에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양상이다. 글로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FOMC 직전인 15일 오전 5.041%까지 올라 2007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고채·은행채·회사채 등 국내 조달 금리 전반에 상승 압력이 우려된다.

한은이 다음 달 금리를 묶어도 실제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자금 조달 비용이 불어나면, 은행의 신규·차환 주담대 등 대출금리에 반영되면서 가계 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 여기에 회사채 발행 비용까지 불어날 경우 기업 투자를 둔화하는 힘으로도 작용한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시장금리 상승이 영끌족 등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를 때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같은 우려 확산 시 10월 동결론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황건일 위원은 '양극화와 취약 부문에 대한 고려'를 이유로 당시 기준금리 2.75%의 유지를 주장했다.

연준의 매파 기조가 물가 대응 필요성을 키우면서도 금리 인상 시 경기가 감당할 비용도 키우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에 9월 물가, 성장, 주택시장·가계대출 흐름에 더해 연준의 긴축이 환율·금융 여건에 미친 영향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전망이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