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發 기름값 충격 여전한데…100달러 재돌파한 유가, 물가 2차 압박

제트유 85%·경유 83%·나프타46.4%↑…전체 수입물가 하락에도 석유류는↑
9월 유가 급등분 아직 미반영…원료·운송비 거쳐 소비자물가 압박

14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부다의 파일럿 주유소에서 한 사람이 디젤 연료를 주유하고 있다. 디젤 가격이 다시 상승하여 미국 전국의 평균 경유 가격은 갤런당 6.23달러에 달했다. 2026.9.14 ⓒ AFP=뉴스1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중동 전쟁 재격화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석유제품의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전쟁 직후 급등한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가격이 이전 수준으로 내려오지 않은 가운데 유가가 재차 치솟으면서다.

이달 유가 급등분은 아직 지난달 수입물가에 반영되지 않아 추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입물가는 원료비와 운송비, 생산비 등을 거쳐 시차를 두고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된다.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뿐 아니라 가공식품과 운송서비스 등의 가격을 밀어 올려 소비자물가의 상방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전체 수입물가는 내렸지만…전년比 제트유 85%·경유 83%·나프타46.4%↑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8월 수출입물가지수(원화 기준)에 따르면 전체 수입물가지수는 156.31로 전월보다 2.4%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여전히 15.6% 높다.

환율이 하락하면서 공산품을 중심으로 전체 수입물가는 내렸지만 유가의 영향을 직접 받는 원유와 석유제품은 반대로 상승했다.

원유 수입물가지수는 249.36으로 전월(233.59)보다 6.8% 상승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 지수도 237.82에서 246.36으로 3.6% 올랐다.

석탄 및 석유제품의 상승은 원유 정제제품에서 나타났다. 석탄제품 지수는 전월보다 6.1%하락했지만 원유정제처리제품은 3.6% 상승했다.

수입물가지수는 2020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놓고 현재 수입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원유 지수 249.36은 원화로 환산한 원유 수입가격이 2020년 평균의 약 2.49배라는 의미다. 제트유 지수는 418.23에 달해 기준연도의 4배를 웃돌았다.

현재 가격에는 전쟁 발발 직후 발생한 충격도 여전히 남아 있다. 원유 수입물가지수는 중동 전쟁 발발 전인 올해 2월 199.84에서 3월 376.68로 88.5% 급등했다.

이후 고점에서는 내려왔지만 지난달 지수는 전쟁 이전인 2월보다 24.8% 높았다. 석탄 및 석유제품 지수 역시 같은 기간 190.11에서 246.36으로 29.6%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세부 품목의 상승폭은 더 컸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제트유는 85.2%, 경유는 82.9%, 나프타는 46.4%, 중유는 44.7% 각각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도 중유는 7.2% 올랐고 제트유 4.8%, 나프타 4.5%, 경유 3.0% 등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나프타와 제트유, 경유는 6월 이후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제트유 지수는 2월 263.28에서 전쟁 직후인 3월 439.82로 치솟은 뒤 5월 471.72까지 올랐다. 6월 373.96으로 내려왔지만 7월 399.21, 8월 418.23으로 다시 상승하고 있다.

경유도 2월 233.20에서 3월 514.26으로 두 배 넘게 뛴 뒤 6월 343.98까지 하락했으나 7월 381.67, 8월 393.00으로 반등했다. 전쟁 초기에 형성된 높은 가격대가 충분히 해소되기 전에 재차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나프타 지수도 2월 198.93에서 전쟁 직후인 3월 337.37로 69.6% 급등한 뒤 4월 347.31까지 치솟았다. 이후 6월 239.43으로 내려왔지만 7월 245.65, 8월 256.66으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8월 지수는 전쟁 이전인 2월보다 여전히 29.0% 높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산업의 핵심 원료로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합성수지와 플라스틱 제품을 거쳐 포장재와 자동차, 전자·가전, 건설 등 여러 산업에 투입되는 만큼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산업 전반의 생산비 부담으로 확산할 수 있다.

기름값 동결에도 나프타 가격 상승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8일 서울 중구 방산시장의 한 비닐·플라스틱 상가에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나프타는 비닐과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의 주요 원료로 사용된다. 2026.5.18 ⓒ 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유가 109달러 육박…"원유 넘어 석유제품 공급난까지 심화"

문제는 8월 수입물가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9월 국제유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2.9% 오른 배럴당 108.75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4% 급등한 105.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 유종 모두 지난 5월 1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동서를 잇는 송유관 가동 중단으로 홍해 얀부항의 원유 선적이 차질을 빚은 데다 리비아 유전의 생산 중단까지 겹치면서 공급 불안이 커졌다. 일부 유럽 원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 지난 4월 기록한 고점에 근접했다.

원유뿐 아니라 경유와 등유 등 정제제품의 공급 여건까지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의 원유 수송 차질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에 따른 석유제품 공급 감소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안국헌 대한석유협회 지속가능경영실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 전쟁으로 페르시아만 안쪽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석유제품의 반출이 어려워진 데 이어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 정유시설이 공격받았다"며 "이에 따라 러시아가 석유제품 수출 포지션에서 수입 포지션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유 수급뿐 아니라 석유제품 수급까지 타이트해지고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최근 경유와 등유 가격의 상승 폭이 원유 가격 상승 폭의 약 두 배까지 벌어진 상태"라며 "향후 여러 경제주체와 각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우선 국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나프타와 경유, 제트유 등 원료·연료 가격 상승이 석유화학과 항공, 육상운송업계의 비용을 높이고 제품 및 서비스 가격으로 전가될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이미 전년 동월보다 3.1% 올라 7월 2.8%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3.4% 상승했다. 8월 물가 상승에는 통신요금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지만, 국제유가가 100달러 위에서 장기간 머물 경우 향후 물가의 추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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