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향하는 韓 반도체, 제1통로는 '아세안'…중국 제치고 비중 1위
반도체·전자 대미 부가가치, 아세안 경유 8.2→18.6%…중국 추월
베트남 통해 미중시장 연결 강화…원산지·우회수출 규제 땐 영향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이 베트남 등 아세안 생산망을 활용해 미·중 갈등 속에서도 양국 시장과의 연결고리를 넓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최종수요로 이어지는 한국 반도체·전자 부가가치 가운데 아세안을 거치는 비중은 중국을 처음 추월했다.
아세안 생산기지가 미·중 갈등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지만, 향후 미국이 원산지 규정이나 우회수출 조사를 강화할 경우 현지 생산은 물론 한국산 중간재 수요에도 충격이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소속 박민재 조사역·정선영 팀장·전은총 과장은 13일 BOK 이슈노트 '지정학적 분절 속 글로벌 경제연계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2016~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산업연관표를 토대로 국내 창출된 부가가치가 해외 생산·가공을 거쳐 최종적으로 어느 나라의 소비·투자로 이어지는지 추적했다.
미국 최종수요로 연결되는 한국 부가가치 중 아세안 5개국을 거치는 비중은 2016년 4.9%에서 2022년 8.3%로 확대됐으며, 중국 경유 비중은 10.7%에서 6.8%로 축소됐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연결되는 비중은 73.1%에서 72.4%로 유지됐다.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업종에서는 변화가 더 뚜렷했다. 같은 기간 아세안 경유 비중이 8.2%에서 18.6%로 두 배 이상 커졌지만, 중국은 28.2%에서 17.0%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베트남·인도·멕시코 등은 미국 시장과 중국 생산망을 이어주는 '커넥터 국가'로 꼽힌다. 2025년 미·중 상품교역은 미국 통계 기준 2022년보다 39.9% 줄었지만, 글로벌 교역은 생산·조달망 등을 통해 연결을 이어간 셈이다.
연구진이 유엔 총회 표결을 분석한 결과, 주요 커넥터 국가는 정치·안보 측면에서는 미국에 가까워지면서도 경제·개발 측면에서는 중국에 가까운 입장을 유지하거나 중국 쪽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베트남이 주된 통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에서 창출된 부가가치 중 미국의 최종수요로 이어지는 비중은 2016년 11.1%에서 2022년 18.5%로, 중국으로 이어지는 비중은 7.3%에서 13.9%로 함께 늘었다.
반도체·전자 부문에서도 미국으로 연결되는 비중은 12.8%에서 21.0%로, 중국은 11.2%에서 19.4%로 상승했다. 한국산 중간재를 베트남에서 생산·가공해 미·중 양대 시장에 공급하는 연결이 모두 강해진 셈이다.
연구진은 "아세안 생산거점은 단순한 비용절감형 생산기지를 넘어, 지정학적 충격 발생 시 생산·교역 경로의 선택지를 넓혀 한국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이는 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이 원산지 규정이나 우회수출 조사를 강화하면 아세안 현지 생산과 한국산 부품 수요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 현지 정책 변화나 물류 차질도 한국 공급망으로 전해질 위험이 있다.
연구진은 "특정 생산거점이나 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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