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美 금리 5% 턱밑…美 FOMC 앞두고 한은 셈법 복잡
WTI 가격 100달러 넘어서…美 기준금리 9월 인상 가능성 커져
10월 백투백 인상 아닐지라도 韓 금리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다음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에 육박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가운데, 미국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까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커지고 있어서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를 통해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데다, 미 장기금리 상승으로 국내 금융여건까지 긴축시킬 수 있어 한은의 정책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00%로 두 달 연속 인상했다. 다만 10월 추가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경제·금융 상황을 회의 직전까지 점검해 결정하는 '라이브 미팅'이 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다음 주 FOMC 결과와 이후 국제유가·환율·시장금리 흐름이 한은의 향후 금리 경로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14일 국채시장에 따르면 지난 11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98%를 기록했다. 2023년 10월(4.99%)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제유가도 재상승했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 격화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시장의 시선이 오는 15~16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 쏠리는 배경이다.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진 가운데 시장금리까지 빠르게 오르면서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김찬희·고다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WTI 가격이 다시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8월 근원 CPI가 예상보다 높았던 점도 긴축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된 8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해 전문가 전망치(0.2%)를 웃돌았다.
이번 지표는 오는 15∼16일 열리는 FOMC 회의를 앞두고 나온 마지막 물가 성적표다.
CPI 발표 직후 시장 참가자들은 기준금리 인상 베팅을 확대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내주 FOMC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확률은 전날 72.4%에서 이날 오후 86.3%까지 올랐다. 일주일 전인 지난 4일에는 59.4%였다.
만약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고, 인상 가능성만 강하게 열어두더라도 한은에는 부담이 된다. 미국의 긴축 기대가 강해지면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 압력이 확대되고, 수입물가를 경로로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미 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국내 시장금리 오름세도 한은이 함께 살펴야 할 변수다.
미국 국채금리가 국내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더라도 가계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등 금융여건이 긴축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미국 국채 10년 금리가 4.85~5.05%선에서 등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금리와 별개로 높은 국제유가도 한은의 정책 판단을 복잡하게 만든다. 직접적인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높은 국제유가는 수입물가와 석유류 가격에 반영된 뒤 운송비와 생산비 등을 거쳐 가공식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전이된다.
한은도 최근 유가 상승이 향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곽법준 한은 경기동향팀장은 지난 10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최근 환율이 많이 하락하면서 수입물가에는 하방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에는 유가 상승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지금까지 있었던 유가의 누적된 충격이 전이되는 부분도 있고 수요 측 물가 압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세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걱정거리는 국제유가"라고 평가했다. 현재는 원화 강세가 유가 상승분을 일부 상쇄하고 있지만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물가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는 10월 한은 금통위가 세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더라도, 국제유가와 미국 장기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물론 금통위가 지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만큼 기존 인상의 파급 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3연속 인상에는 신중할 수 있다. 김종화 금통위원도 지난 10일 두 차례 금리 인상의 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임 연구원 역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추정 범위 상단을 웃도는 긴축적 수준에 있고 최근 두 차례 금리 인상의 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10월 연속 인상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만 연내 금리 결정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올해 남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오는 10월 22일과 11월 12일 두 차례다.
시장에서도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이 다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찬희·고다영 연구원은 기존에는 7~8월 연속 인상에 따른 선제적 대응을 감안해 다음 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 1분기로 예상했지만, 10월에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금리 인상 시점이 4분기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본 시나리오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점차 안정되는 경우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물가의 2차 파급 우려가 커지고 한은의 긴축 필요성도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환율 하락은 유가 상승 충격을 일부 완충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했지만 원화 가치 상승이 원화 기준 유가 상승 폭을 상당 부분 상쇄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다음 주 FOMC에서 연준이 추가 인상에 나서거나 향후 긴축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할 경우 달러 강세가 재개되면서 이런 완충 효과도 약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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