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전략위 출범했지만…올해부터 적용할 '5개년 인구전략'은 아직
연내 발표해도 시행계획·예산 본격 반영은 사실상 2028년에나
출산율 반등 '골든타임'인데…종전 계획 의존에 추진동력 우려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국가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인 인구전략위원회가 10일 공식 출범했지만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안에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미 2027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새 기본계획에 맞춘 시행계획과 예산 편성은 2028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근 초저출생 반등 흐름을 이어가야 할 시점에 5개년 인구정책 청사진 마련이 늦어지면서, 새 컨트롤타워의 정책 조정·추진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보건복지부와 인구전략위 등에 따르면 이날 인구전략위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현판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2005년 출범한 이후 21년 만에 정책 범위와 조정 권한을 확대한 인구전략위로 공식 개편됐다.
인구전략위는 저출생·고령화뿐 아니라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지역별 인구 불균형, 다양한 가구 형태, 국가 간 인구이동 등 인구구조 변화 전반을 총괄한다.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중앙행정기관은 9곳에서 15곳으로 늘었다. 위원회의 심의·조정을 지원할 사회전략·경제전략·조정평가·이주민 등 4개 전문위원회도 둔다.
정부는 2026~203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인구전략위는 올해 하반기 중 계획을 발표할 방침이지만 계획기간의 첫해가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기본계획에는 청년 일자리·주거와 자산 형성, 혼인·출산·양육, 고령층 돌봄, 지역소멸, 외국인 유입·정착, 노동시장·복지·세제 개편 등이 담길 예정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기본계획이 발표되더라도 이재명 정부의 비전이 담긴 시행계획이 없는 만큼 실질적인 적용은 2028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2026~2030년을 대상으로 한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철학과 국정과제를 반영해 기존안을 전면 재정비한 데 이어 인구전략기본법 개정으로 정책 범위까지 확대하면서 계획 수립이 늦어졌다.
정부는 기본계획 지연에 따른 정책 공백을 막기 위해 인구전략기본법 부칙에 경과조치를 뒀다. 새 기본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종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른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새 법에 따른 계획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계획기간이 2021~2025년이었던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새 계획이 나올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확대된 정책 범위를 담기 위해 계획 수립을 늦췄지만 그 공백은 지난 정부에서 만든 종전 계획으로 메우는 셈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계획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시행계획을 만들고 필요한 예산을 다음 해 예산안에 반영하는 것이 정상적인 체계"라며 "올해 하반기에 기본계획이 나오더라도 이를 기반으로 올해 시행계획을 만들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7년도 예산이 시행계획 없이 만들어진 만큼 새로운 기본계획에 맞춰 시행계획과 예산이 함께 움직이는 것은 결국 2028년부터 가능할 것"이라며 "인구정책의 장기적인 청사진 마련이 최소 1년은 늦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본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마쳤다. 청년 성장단계별 지원에 43조 3000억 원을 반영하고 저출생 대응 3종 패키지도 추진할 예정이지만 새 기본계획에 따른 사업 조정과 재원 배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내년 1월 도입하는 인구정책 예산 사전협의제도 실제로는 2028년도 예산안부터 적용된다.
각 부처가 내년 1월 말까지 인구정책 투자 방향과 우선순위를 제출하면 인구전략위가 4월 말까지 사전협의를 진행하고 6월 말 기획예산처에 종합의견을 전달하는 구조다.
인구전략위는 이를 통해 부처별로 중복되거나 투자가 부족한 사업을 조정하고 전년도 사업 평가 결과를 다음 연도 예산 편성에 반영한다. 다만 2027년도 예산안은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편성을 마쳐 사전협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본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예산 조정이 늦어지면서 최근 나타난 출산율 반등 흐름을 이어갈 정책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교수는 "지금은 인구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골든타임이고 최근 출산율도 오르고 있다"며 "적극적인 인구정책 비전 마련이 늦어지면 상승 흐름이 꺾일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새로 부여된 예산 사전협의권이 부처별 정책을 실질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홍 교수는 "인구전략위가 기존처럼 관계부처를 불러 협의하는 방식을 반복한다면 위원회가 없을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수 있다"며 "기존 저고위와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면 조직을 개편한 효과도 사라지는 것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정부 출범 과정에서 여러 상황이 있었더라도 기본계획을 만들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며 "정부가 인구 문제에 대해 어떤 비전과 장기적인 전망을 제시했는지도 약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구전략위가 지방소멸과 균형발전, 미래 적응 문제를 다루도록 법에 명시됐지만 이를 다룰 정책적 수단은 부족하다"며 "예산 사전협의권도 기획처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1차 기본계획은 2026년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수립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아 2027년도 예산안에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법 개정으로 기존 저출생·고령화보다 정책 영역이 넓어졌고 시행령도 함께 준비해야 했던 만큼 계획 수립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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