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정위 한화 자료제출명령 효력정지…대기업 내부 거래 조사에 제동

휴대전화 문자 열람·자료제출 요구 두고 한화 "절차 위법" 주장
공정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사…본안 소송은 별도 진행"

한화그룹 본사 전경.(한화 제공)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에 내린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일시 정지했다. 다만 이번 결정은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판단으로 자료제출명령이나 조사 절차의 위법성을 확정한 것은 아닌 만큼, 공정위는 본안 소송에서 적법성을 적극 소명한다는 방침이다.

9일 공정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는 한화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자료제출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처분의 효력을 내년 1월 31일까지 정지했다.

재판부는 처분이 유지될 경우 한화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효력 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본안 판결 전까지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처분 자체가 위법한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조사 절차와 자료제출명령의 적법성은 한화가 제기한 본안 소송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현장조사 과정에서 한화가 주장하는 위법하거나 강압적인 조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관들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으며, 휴대전화 확인과 자료 제출 요구 역시 관련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 측이 주장하는 위법한 조사나 강압적인 조사는 없었다"며 "적법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7월 한화그룹의 브랜드 사용료 관련 내부거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 A씨의 휴대전화에 담긴 문자메시지 내역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정위는 A씨와 외부 회계사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 가운데 조사 대상 거래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조사 과정에서 공정위 조사관이 A씨의 휴대전화 화면을 직접 조작해 문자메시지를 열람했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휴대전화가 약 30시간 동안 조사실에 보관됐지만, 이 과정에서 보관조서가 교부되지 않는 등 관련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화는 영장 없이 개인 휴대전화의 내용을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자료 제출까지 요구한 것은 절차상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한화가 해당 문자메시지 제출을 거부하자 공정위는 이후 문자메시지 캡처본이 저장된 USB를 제출하라는 별도의 자료제출명령을 내렸다.

이에 한화는 휴대전화 열람과 자료 확보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자료제출명령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제도 전반과 관련한 쟁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본안 소송에서 조사 절차와 처분의 적법성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6월 말부터 한화그룹과 CJ그룹 등을 대상으로 계열사 간 브랜드 사용료 거래를 조사하고 있다.

브랜드 사용료 산정 방식과 거래 내역 등을 살펴 부당지원이나 총수 일가 사익편취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다.

seohyun.shim@news1.kr